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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외과의사 양성 위해 정부의 기본적인 투자 필수
우수한 외과의사 양성 위해 정부의 기본적인 투자 필수
  • 의사신문
  • 승인 2022.11.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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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창립 107주년 특집] 정부 차원 필수의료 강화 대책 논의, 올바른 방향은? ③
김성근 대한외과학회 학술부위원장/대한외과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장/가톨릭의대 외과 교수

필수의료라는 말이 요새 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받는 단어가 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 이후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필수의료 강화대책을 내놓겠다고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임상과, 학회, 의사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백가쟁명, 난상토론의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좋은 정책이 도출될 것인지 많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우려되는 점은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전적 정의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범위와 기능을 정의해야 이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에 여기저기서 ‘우리도 필수의료 분야’ 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를 인정해야 하는 가에 대한 또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잦아들어야 정확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제시해본다. 

필수의료에 대한 통상적 내용을 본다면,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언급하는 응급, 외상, 감염, 소아, 분만 등 필수불가결한 의료서비스, 수익성이 낮거나 지역별 편차가 심한 의료서비스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확장하면 국민생명과 직결된 분야, 지연되었을 경우 국민 생명과 건강에 대한 영향이 크고, 시장실패로 인해 질적 수준의 문제 발생, 균형적인 공급이 어려워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큰 의료 영역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의료정책의 또다른 큰 화두인 공공의료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필수의료를 정의하는 것 차체가 불합리하고 모든 의료분야 (일부 미용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를 필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의 전통적 관점에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대표되는 주요 임상과목들을 필수의료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또한 응급의 경우도 포함하는 확대된 의미로도 사용된 바 있다. 최근에는 특정 임상과의 영역으로 필수의료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특정 세부분과, 의료행위, 수술 및 시술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의미로 필수의료를 규정하든지 상관없이 해당분야는 기피 임상과 내지 기피 의료행위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외과 역시 다르지 않다. 전문의 배출은 2000년대 초 연 200여 명 배출되다가 최근 연 130명 대로 줄어들었다. 이들 중 수술을 하는 병원에서 당직을 해가며 응급수술을 담당하는 분야로 좁혀보면 더욱 더 많은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한외과학회는 여러 자리에서 현재의 상황과 이미 닥쳐온 미래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응급의료, 필수의료를 담당해온 의료진들이 50대가 넘으며 고령화 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심각한 번아웃 상태이기에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이야기해왔다. 이를 위해 필수의료 지역 차등수가 시범사업을 제안했고 의료수가의 정상화를 이야기해왔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미래의 전문의인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제안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수련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많은 투자와 인력지원이 필요하기에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비용의 사회적 부담에 대한 제안을 했고, 수술 지도를 위한 정책적, 법적 지원 역시 피력해왔다. 하지만 모두 아직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필수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과의사들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 정치권, 국민 여러분 모두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외과는 응급수술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암 수술, 이식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의 영역 역시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임상과이다. 담당 질환들이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질환이 대부분이기에 이를 담당하는 외과 의사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하지만 ‘필수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산병원 사건 이후 8월에 필수의료 현장 의견수렴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의사회가 배제되어 크게 반발한 것과 같이 여러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필수의료의 영역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많은 의료진들이 기피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를 지금까지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버텨온 것을 먼저 인정해야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제도를 만들고 병원 시설을 만들어 놓아도 그곳에서 실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서는 공염불일 뿐이다. 능력 있는 외과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필수의료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분야이다. 이는 필수의료 영역의 다른 임상과, 의료인 양성도 모두 해당되는 사안이다. 이를 위한 국가의 기본적인 투자는 필수적이다. 우수한 외과의사의 양성은 훌륭한 수술 결과로 국민 보건향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생명에 대한 투자보다 더 가치 있는 투자가 있을 것인가? 외과 전문의 취득 후 수술을 할 수 있는 곳,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곳에 많은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 또한 수도권으로 몰리는 의료자원과 환자 이동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 예방할 수 있는 사망률 감소 등을 위해 지역 필수의료 가산수가체계 도입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전체적으로는 적정수가의 보장으로 병원에서 외과의사를 채용하는데 망설임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 당직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분야는 이에 대한 특수성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과실 의료분쟁에 대한 대책, 수술실 CCTV로 인한 여러 우려를 반영할 필요 역시 있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많은 토의가 진행되어야 할 거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선언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필수의료 강화대책은 생색내기로 끝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의료를 다시 한번 발전시킬 수 있는 큰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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