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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살리기, 현실적 보상과 전공의 증원없이는 어렵다
신경외과 살리기, 현실적 보상과 전공의 증원없이는 어렵다
  • 의사신문
  • 승인 2022.11.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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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창립 107주년 특집] 정부 차원 필수의료 강화 대책 논의, 올바른 방향은? ⑥
권정택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11월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동맥류 파열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지만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조차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냐는 질책과 신경외과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그러나 곧 전국에 개두술 및 클립결찰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133명뿐이고, 대형병원에도 1명이나 2명에 불과해 거의 날마다 대기 상태라는 현실이 밝혀지며 동정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신경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위기 극복에 공감을 하고 해결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부재하다. 정부는 필수의료의 정의를 생명, 중증, 삶의 질에 영항을 끼치는 의료로서 대개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으로 필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 또는 공적 의료보장에 우선시 되어야 할 의료서비스로 간주하고 있을뿐이다. 하지만 필수의료는 즉각적인 의료개입이 대단히 중요하며 인력, 조직, 시설 등의 기반 자원이 필수적이고 노동 집약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또 24시간 7일 365일, 일정하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여야 한다. 신경외과는 중증 외상, 뇌혈관 질환 등의 중증-응급의료 관련 분야 등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과로, 필수의료의 핵심이라는 의견에는 조금의 논란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외과와 같은 필수의료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외과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성을 고려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현실적인 적절한 보상과 의료사고 위험요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적절한 전공의 정원 확보와 전문인력 교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존의 수련 병원 중심의 민간 병원과 공공병원의 인프라를 적절히 잘 이용하되, 시설 및 전문인력 등의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 대하여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여 지역완결형 진료체계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판단과 지원, 아울러 적절한 평가 및 감시 등의 국가적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으로 사료된다.

신경외과 전공의 부족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신경외과 전공의 지원 인원은 기존 115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89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년이 지나면 10%가 중도 탈락한다. 신경외과 전문의 배출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중에서도 뇌혈관외과 세부 전공자는 20% 내외에 불과하다.

이러니 실제 신경외과 전문의는 약 3500명이지만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자발성 지주막하출혈 환자가 발생해 당장 개두술 및 클립 결찰술(Clipping)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는 4% 정도인 133명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와중에 전국 심뇌혈관센터에서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단 1명이 배정되어 당직을 1년 내내 하고 있다. 심뇌혈관센터 구축 당시 만들어진 비현실적인 인력 기준 때문이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과로 상황은 아산병원 사건으로 인해 드러난대로 대학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전공의 주 최대 근무 시간은 80시간인데 4개년차 전공의가 모두 있어 총 4명의 전공의가 있는 병원도 이를 준수하기 힘들어 전문의가 추가 당직을 서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전공의 없이 혼자 수술을 도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많이 드는 클립 결찰술 보다는 빠른 코일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코일 색전술도 안전하고 빠르지만 꼭 개두술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어 등한시할 수 없기에 학회는 수련실태 조사 시 뇌동맥류 수술 건수를 클립 결찰술의 2배까지 인정해주면서 수술 술기의 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학회는 우선 전공의를 연 20명 정도 증원해서 당직도 원활하게 서고 의사들의 업무 부담도 덜어줄 것을 제안한다.

정부에서도 전공의 증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는 있다. 하지만 신경외과 전공의를 늘려도 척추나 다른 분야로 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척추는 급여가 세고 수입이 좋지만, 뇌혈관 수술은 신경, 혈관 손상의 위험이 많은 고난이도인데 비해 수가는 낮다보니 전공의 중도 탈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뇌혈관 수술 수가는 턱없이 낮다. 우리나라 뇌혈관 수술 수가는 일본의 20% 내외다. 예를 들어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의 경우 일본은 수가가 1140만원인 반면, 한국은 242만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원인은 가산점수 항목이 없어서다.

뇌동맥류를 클립으로 묶는 수술인 ‘클립 결찰술’의 경우 현장의 고충도 크다. 수술 환경은 미국 유수의 대학병원과 똑같은 시설에 수술 재료도 똑같은데 수가는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뇌혈관 수술 수가를 일본 수가의 50~60% 정도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서 비슷하게라도 맞추지 않으면 이러한 상황이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필수의료 살리기 차원의 제안과 더불어 국민 건강을 위한 제언도 덧붙여본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은 아무 증상이 없다가 터지면 3분의 1이 즉사하는 병이다. 최근 배우 강수연이 뇌동맥 파열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건강해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뇌출혈은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뇌출혈도 주기적으로 뇌CT나 MRI를 찍어본다면 예방이 가능하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뇌동맥류를 발견하고 내원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뇌동맥류는 최초 발견 시 크기가 작으면 지켜보다가 더 자라게 되면 코일이나 클립술 시행을 통해 뇌출혈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이에 학회는 4~50대 국민에 대해 뇌혈관 검사를 국가 검진으로 도입할 것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뇌혈관 검사를 통해서는 뇌동맥류 뿐 아니라 뇌종양, 뇌혈관 기형, 뇌수두증, 알츠하이머도 등 뇌 병변을 다 잡아낼 수 있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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