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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계나 필수의료 분야는 박리다매 없이 의료기관 운영 가능해야
외과계나 필수의료 분야는 박리다매 없이 의료기관 운영 가능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22.11.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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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창립 107주년 특집] 정부 차원 필수의료 강화 대책 논의, 올바른 방행은? ①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대한외과의사회 부회장
건보수가 개혁해 외과계 의사가 수술 같은 외과 진료 포기하지 않게 해야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곳은 누가 뭐라 해도 강남이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기를 원한다. 젊은이들도 강남에 살고 강남에 근무하고 강남에서 놀기를 원한다. 그곳에 최고의 직장과 건물 그리고 유명한 식당과 장소들이 많다. 게다가 그곳에는 그들의 미래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곳에는 최고의 외과병원이나 최고의 흉부외과 병원은 찾기 어렵다. 미용성형 병원만이 즐비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많은 대형병원들이 있어서 외과와 흉부외과 진료나 수술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각종 교통편을 이용하여 수도권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환자가 줄어드는 지역 의료기관들은 대형병원이든 소형병원이든 상관없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건강보험 구조는 박리다매가 가능한 병원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병의원과 외과계 진료과는 인구밀도가 높아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한 병원들이 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 있는 병원과 질병 발생빈도가 낮은 외과계통의 질환을 치료하거나 수술하는 병원들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있는 외과계 병원들은 박리다매를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난에 처한다. 특히 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의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국공립 대학병원애서는 당직하는 외과의사에게 당직비를 충분히 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건강보험 연보와 전문의 수를 비교하면 비전문가도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도표 참조). 2017년 기준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 보험급여비는 54조8900여억원이다. 이 중 의사가 실시한 직접 의료행위를 의미하는 의사 업무량은 4조원으로 이는 약 7.29%에 불과하다. 그나마 4조원을 분석하면 외과계 의사들의 상황은 더 열악해진다. 전문과별로는 마취통증의학과 5200억원, 안과 2900억원, 산부인과 1077억원, 외과 932억원, 흉부외과 238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또 각과별로 2022년 전문의 수는 각각 순서대로 5167명, 3681명, 6003명, 6575명, 1158명으로 확인된다. 이렇게 계산했을 때 각과 의사당 행위료 순위를 보면 마취통증의학과가 단연 1위 그리고 안과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2위를 차지한 과는 비급여 진료항목도 많다. 이것을 보면 전공의들이 비급여 진료마저 한계가 있는 외과나 필수 진료과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외과계나 필수의료분야는 박리다매가 불가능한 진료 분야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제도 그중에서 상대가치제도에 의해 진료과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제도를 고치거나 재정지출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제출되는 건강보험 연보를 통해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보험료는 2021년 기준 6만5211원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월 1000원의 보험료를 추가하자. 현재 가입자는 5000만명이 1인당 월 1000원을 더 보험료를 내면 연간 약 6000억원이다. 그리고 정부가 별도 재정으로 6000억원을 내도록 하자. 이 정도의 재정이면 생명유지와 치료에 꼭 필요한 필수 의료과, 소위 3D 분야의 의사들에게 지출되는 의사업무량을 충분이 보전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병원에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을 정식 교수나 임상교수로 임명하기도 쉬워진다. 덩달아 지나치게 과잉 배출되는 각과의 전문의들을 줄일 수도 있다. 불법으로 논란을 빚는 UA(PA)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채용이 어려운 호스피탈리스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를 전공한 의사들이 전공을 지방의 병원이나 공공의료원에 취업하기도 용이해진다.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선순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대박식당에 손님이 많아서 돈을 잘 번다고 손님을 제한할 수 없다. 명품시계와 가방이 비싸다고 가격을 낮추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자유시장경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가 변해서 현대인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쉽게 진료하고 돈을 벌수 있는 진료과를 선택한다. 또 의료사고의 위험은 적고 의료행위를 할 때 적정 값어치를 산정해 주는 진료과를 선택한다. 결국 젊은 의대생과 의사들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선택하기보다 피부과, 안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같은 길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왜곡된 의료 제도를 개선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자금을 투자해서 외과계 의사가 수술과 같은 외과진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있다면 의료행위에 대해 강제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박리다매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제도는 이런 것을 강요해 왔고 수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강남구에 많은 사람이 모이듯이 외과계나 필수의료 분야에 많은 의료인들이 모일 수 있도록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를 개혁하자. 의사를 기다리고 병원을 전전하며 사망하는 사람들이 더 생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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