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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으로 가정 밖 청소년에 관심과 지원 확대 기대”
“엄마의 마음으로 가정 밖 청소년에 관심과 지원 확대 기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1.2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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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미참의료인상 수상자] ‘이화의료봉사회’ 성시열 회장
11년째 가출 청소년들 건강을 돌보며 건강한 사회 복귀 도와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하며 소명 실천 위해 더욱 노력

“사실 우리가 한 일은 대단하지 않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이번 수상을 통해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제21회 한미참의료인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화의료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성시열 회장<사진>은 의사신문과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화의료봉사회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가 발족한 순수의료봉사단체다. 지난 2011년 4월 제18대 이화의대 동창회장으로 취임한 배순희 원장(미즈앤미여성의원)의 주도로 결성돼 서울시내 ‘청소년 쉼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것을 사명으로 12년째 청소년들을 정성으로 대하고 있다.

이화의료봉사회는 일탈한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의료지원이나 나눔의 차원을 넘어 그들이 더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청소년들의 심리상담, 재활, 질병 예방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학금 지급 등의 후원도 하고 있다.

이렇게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화여대의 건학이념인 ‘섬김과 나눔’에 더해 여의사 특유의 ‘모성애’가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시열 회장은 “수상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봉사의 삶을 살아오신 동창 선후배님들께 더욱 큰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성 회장을 비롯한 이화의료봉사회 회원들에게 봉사활동이란 몸에 밴 삶이라 할 수 있다.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크고, 봉사를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이 떠받쳐 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너무 크다고 했다.

“다른 봉사와 달리 각자 있는 자리에서 찾아오는 환자를 돕는 일이라서 봉사자를 찾기가 쉬워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봉사회가 회원들에게 봉사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드리는 측면도 있어요. 사실 봉사는 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다른 차원의 큰 보람이 있으니까요.”

이화의료봉사회에서는 특유의 모성애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여성들로 이뤄진 단체이고 또 그들 역시 가정에서는 누군가의 ‘엄마’이기 때문인 것 같다. 피해의식과 부정적 사고에 더 익숙한 집 떠난 아이들을 보면 성 회장도 가장 먼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본능적으로 감싸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무엇보다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가 그리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병원에 예방 접종을 하러 오는 것이 따뜻한 사랑과 격려의 말을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이 삶에 지친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 쉼터 종사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과 365일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당황스러운 때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 갑자기 아플 때라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오는 동안 보아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화의료봉사회가 도와 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럴 때 이화의료봉사단의 역할은 더 크게 빛날 수밖에 없다.

성 회장은 “종사자들이 보호자로 병원에 갔을 때 아이들과의 관계를 밝히기도 어렵고, 아이들이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것도 문제였는데, 아이들의 상황을 미리 알고 있고,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관심이 더 필요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해 주는 의사 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성 회장은 이 아이들에게서 또 다른 희망을 보고 있다. 성 회장은 인터뷰 진행 도중에 이화의대 동창회 ’EUMA 박에스더 청소년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아이들은 수상 소감을 밝히며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성 회장은 당시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고 지금도 아이들이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성 회장은 아이들을 조선 근대화의 신여성들에 비유했다.

“조선 근대화에 기여한 여성들 중에는 질병과 핍박으로 절망 가운데 있던 여성들이 많아요. 그러나 해외 선교사들의 사랑의 보살핌으로 어느새 그들은 새사람이 됐고, 그렇게 받은 은혜를 이웃에게 나누고 봉사하고 또 국가를 위해 쓰는 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 아이들도 사랑의 보살핌으로 다시 태어나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 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조선 근대화 시기 여성의 인권은 바닥이나 다름 없었다. 이렇게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일부 여성들이 사랑의 보살핌을 받아 교육을 받고 새사람이 돼 미래를 밝혔듯이, 암울한 상황에 놓여 부정적 사고에 익숙한 아이들도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장차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21회를 맞은 한미참의료인상은 음지에서 인술을 베풀고 있는 ‘참의료인’을 발굴, 숭고한 뜻을 기리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료봉사상이다. 이번 수상자 역시 엄격한 심사 기준에 따라 숙고를 거쳐 결정됐다. 성 회장은 이렇게 서울시의사회가 봉사하는 삶을 참의료인의 상징으로 부각시키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도 했다.

또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봉사회에 주어진 ‘소명의 실천’을 다시 한번 더 공고히 해 더 큰 사랑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천상 ‘참의료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솔직하고 담백한 답변을 내놨다. 

“이번 수상으로 진료를 통해 참사랑을 실천하는 의사로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엄마처럼 다가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명을 더욱 굳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더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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