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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유발 2위 ‘OOO’···25년 ‘이 연구’ 매달린 한 남자
알레르기 유발 2위 ‘OOO’···25년 ‘이 연구’ 매달린 한 남자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11.2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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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꽃가루 연구 불모지’에서 외국과의 수십년 격차 추격
사단법인 ‘한국꽃가루알레르기연구협회’ 지난 2월 발족

한반도 기후변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여름에는 물폭탄이 쏟아지더니 최근에는 12월을 코앞에 두고도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기후에 큰 재해도 늘었지만 일상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바로 꽃가루알레르기 환자들이다. 온난화 영향으로 꽃이 일찍 피고 늦게 지게 되면서 꽃가루 시즌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15~20%가 알레르기로 고통받고 있고, 꽃가루는 집먼지진드기 다음으로 가장 흔한 유발 원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아 꽃가루알레르기와 천식 유병률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과거 꽃가루알레르기는 주로 청소년층 이상에서 많이 발병했으나 요즘에는 10세 미만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1996년 4% 정도였던 쑥 알레르기 소아 양성률은 2019년 8%로 두 배 늘었다. 환삼덩굴이나 쑥처럼 20~30μm(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미세한 꽃가루는 코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기관지로 들어가 천식과 기관지염을 유발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가 꽃가루 연구에 열중하는 이유다. 오 교수는 한국이 꽃가루 연구 불모지였던 1996년도부터 자료를 수집해 온 알레르기 연구의 대가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미국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AAAAI) 종신 펠로우,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APAAACI) 기후변화위원회 위원장, 세계알레르기학회(WAO) 기후변화대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한 국내외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오 교수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연구 시작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꽃가루알레르기 연구는 미국, 일본, 인도 등 해외 국가에 비해 수십년 뒤처져 있었다”고 회상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유럽, 일본 학회에서 연구 결과도 발표하는 등 괄목할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오 교수가 단독 집필한 꽃가루알레르기 영문 교과서 ‘Pollen allergy in a changing world’는 세계적으로 1만부 이상 판매되며, 지난해에는 아마존 분야별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다. 하버드, 옥스포드, 스탠포드 등 세계 유수대학에는 물론 UN 가입국에 배포되어 전세계 학도와 연구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그가 닦아놓은 연구 기반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08년 기상청은 오 교수와 MOU를 체결하고 생활기상 정보로 꽃가루지수를 예보해오고 있다. 이전에는 전국 각 병원 알레르기 전문의들의 협조를 구해 운영했던 꽃가루 채집 스테이션도 현재는 대부분 기상청에서 운영 중이다. 한양대구리병원과 서울병원 2곳을 제외한 6개 스테이션은 서울 영등포구, 강릉, 대구, 부산, 전주, 제주(2곳) 기상청에 설치되어 있다.

오 교수는 “지금은 기상청과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삼나무가 많아 꽃가루알레르기 유병률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도 개인 연구자들은 많지만 국가 단위 연구, 관찰 체계는 없다. 우리나라 꽃가루알레르기 연구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8개 지역의 꽃가루 시기와 농도가 다 다르다. 예보 공식만 100개 가까이 된다”며 “예보하기는 어렵지만 알레르기 환자들이 일상 계획에 도움이 된다며 호응이 좋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또 “알레르기 질환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많은 지장을 준다. 출생률 절벽을 맞은 소아과의 패러다임이 진료와 처방을 넘어 아이들의 성장 주기에 따라 질환예방 플랜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아청소년과에서의 알레르기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오 교수는 국내 꽃가루알레르기 연구의 도약을 위해 올해 2월 22일 사단법인 ‘한국꽃가루알레르기연구협회’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협회는 학술, 교육, 연구활동 지원 대국민 알레르기 예방 캠페인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앱 개발이 있다. 이 앱은 그 날의 꽃가루 농도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 약 복용 여부까지 5개 임상 지수에 따라 환자 스스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 교수는 환자 강좌를 듣거나 외래를 오는 환자들에게 이 앱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협회는 최근 꽃가루와 대기오염, 코로나바이러스 등과의 상호연관성도 속속 밝혀내고 있다. 협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최영진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는 5년간의 연구 결과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등 공해 물질이 꽃가루알레르기를 심화시킨다는 유의미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협회는 미국, 독일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꽃가루가 날리고 4일 후 코로나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점을 확인했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할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매개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최 교수는 “꽃가루알레르기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며 “연구 결과가 임상에 적용되면 실제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끼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앞으로 꽃가루알레르기 인자 분석, 진단, 치료, 예방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홍보 활동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협회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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