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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사후관리 위해 상담수가 신설 필요”
“건강검진 사후관리 위해 상담수가 신설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1.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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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검진학회, 단순 결과만 통보해선 2차 검진 동기 부여 힘들어
대형검진기관 ‘공장식’ 검진 문제···“사후관리 우수기관 인센티브 줘야”

국내 국가검진의 사후관리가 너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검진 결과에 대한 상담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선 관련 수가 책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 나아가 검진 사후관리를 잘하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 간의 수가 차등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건강검진학회(회장 신창록 이사장 박근태)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차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신창록 회장은 “국가검진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단순히 수검률만 증가해선 안되고 검진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 수가가 전혀 책정돼 있지 않아 검진기관들의 사후관리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검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검진기관이 수검자들의 검사 결과를 꼼꼼히 챙기고 질환 의심자에 대한 선별과 확진 검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단순히 결과만 통보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전문가 단체가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학회는 현재 미수검자에 대한 검진 독려뿐만 아니라 질환 의심자, 확진 검사 대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검진 유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련 수가가 미비돼 있다면 검진기관들에게나 수검자들에게 2차 검진의 동기 부여는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학회는 일부 대형검진기관들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국가검진에 대해 ‘찍어내기식’ 검진으로 사후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근태 이사장은 “이런 '공장식 검진'은 사후관리에 분명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론 인센티브나 검진 결과 상담, 그리고 2차 검진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 차기 검진 평가에선 검진 사후관리를 잘하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구분해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잦아들면서 그동안 대폭 감소했던 국가검진 수검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회는 이와 함께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신창록 회장은 “연 2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검진제도는 나름 국민 각자의 평생 건강을 아우르는 체계화된 형태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검진 후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은 물론이고 검진 관련 주체들의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검사항목과 관련해 “당장 지난 2018년까지 2년에 한 번씩 시행되던 이상지질혈증 항목에 대한 검사의 경우도 대국민 홍보도 없이 4년에 한 번으로 변경됐다”며 “이는 질병 발생률과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에만 치우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국가검진 기본항목의 비효용성 문제에 대해 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 근거를 단지 외국 진료지침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그 항목을 제외했을 때는 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면 현재 검진제도에 포함된 현 보건의료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또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 추진 중인 만성질환관리사업과 국가검진제도를 연계해 치료와 관리에 도움을 주고 보험재정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국가검진에서 만성질환 고위험군 확진을 받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고위험군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리 영역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현재는 국가검진에서 고위험군으로 확진된 사람만 사후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론 고위험군이지만 확진받지 않은 사람들은 만성질환관리사업에 등록 자체가 되지 않아 건강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며 “일단 만성질환관리사업에 등록·상담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관련 수가부터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상급종합병원이 기본적으로 일차의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기본검진을 하며 진료까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신 회장은 “상급종합병원들이 국가기본검진까지 하면서 결과에 이상이 있는 1차 수검자를 일차의료기관으로 회송하지 않고 진료까지 연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를 뒤흔들어 동네의원을 고사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진 분야에서도 진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보험당국의 실사나 환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당한 사유도 없이 일차의료기관을 표적으로 삼아 적발해 과도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는 것.

학회는 그 예로 일부 지역에서 분변잠혈검사의 양성률이 높다고 현지조사를 나온 사례, 내시경 소독제 유효농도 측정 시행 여부 확인 과정에서 미시행한 건수에 대한 환수를 언급한 사례, 이상지질혈증 검사 및 청구 과정에 측정 규정이 복잡해서 발생한 실수를 주요 실사 표적으로 삼아 부당청구로 처발한 사례 등을 전했다.

신 회장은 “국가검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검진기관과 건강보험공단의 상호협력이 필수적임에도 검진기관의 신뢰성을 의심하고, 개별 기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일괄적인 적용을 하며 환수까지 하는 최근 공단의 행태는 과연 의료기관들을 상생 대상으로 대하는 것인지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신창록 회장은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학회는 앞으로도 국가검진정책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연구와 논의, 국가검진사업에 도움을 주는 적절한 정보 제공 및 학술 활동, 건강검진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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