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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자동차보험 진료 왜곡 관행’ 개선 나선다
의료계, ‘자동차보험 진료 왜곡 관행’ 개선 나선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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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자동차보험위, “불필요한 한방진료 급증에 적극 대응”
“한의과 과잉진료 심각···국민 건강에도 악영향”

의료계가 자동차보험 진료 왜곡 관행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자동차보험 진료 과정에서 불필요한 한방 진료가 급격하게 늘어나 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그 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잉·중복 처방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위원장 이태연)는 14일 서울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회원 권익 구제 뿐만 아니라 진료 왜곡 현상에 따른 국민 피해 예방을 위해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제도 및 기준 개선을 목표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자동차보험 진료는 교통사고로 인사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것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963년 도입됐다. 환자의 조속한 원상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한 조치다. 이후 1995년부터 의과에 한해 법정 진료수가가 처음으로 적용됐다가 1999년부터는 한방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방 진료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게다가 의료계의 자동자보험 진료는 위축된 반면, 한의과의 진료는 기형적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자동차보험을 청구하는 의료기관의 비율은 의원은 17.52%에 그친 반면, 한의원은 4.7배 높은 82.54%, 한방병원은 무려 5.5배나 높은 96.83%로 나타났다. 한방이 의과에 비해 자동차보험 청구 비율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올해 심평원 통계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심평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서는 한의과 분야 진료비는 2017년 약 5545억원에서 지난해 1조3066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폭증한 반면, 의과 분야의 경우 2017년 1조2084억원에서 매년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1조787억원으로 오히려 10.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에서는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입원한 교통사고 환자 대부분이 경상인데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급증한 것은 환자 뿐만 아니라 한의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부추기는 부실한 심사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에서 첩약이나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등은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이 의과와 달리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보니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진료’가 보다 쉽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지난 2014년 의협이 ‘자동차보험 분석심사심의위원회’에서 빠진 점도 이 같은 문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한의계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잠식을 차단하기 위해 의료계가 자동차 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 다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의협은 제41대 집행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자동차보험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서울시의사회 보험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위원회는 왜곡된 한의과의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 행태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은 물론, 의과와 한의과의 형평성 문제와 자동차보험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진료수가 기준 개선, 손해보험사에 대한 소송 등 민원 대응, 한의과 진료비 급증 관련 대책 마련 등 회원들이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민원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자동차보험 진료에서의 의료계 위축과 한의과 진료비 급증 문제에 대해 그동안 협회 차원의 대응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동차보험이 의료계 전체 진료비 중 차지하는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자동차보험 관련 문제점을 잘 분석하고 회원들을 보호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태연 위원장과의 1문 1답 
 
Q. 지난 1년여 간의 활동과 성과는.  

“△자동차보험 상급병실료 기준 개선 건의 △간호조무사 상주 시 입원료 산정 불가 관련 자보심사지침 신설에 대한 대응 △손해보험사의 과잉 입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에 대한 지원 △자동차보험 관련 개선방안 자료 제출 등이 있다. 
의원급에 속하는 한의원들이 ‘병상이 10개 이하’인 경우 ‘일반병상 확보 의무’를 지우지 않는 규정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병상 수를 기준 이하로 설치하고 이를 1~2인 상급병실로 만들어 경증환자를 과잉진료하고 입원시켜 상급종합병실료를 받아왔다. 위원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를 해온 결과, 지난 14일부터 상급병실 입원료의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한 경우를 병원급 이상만(의원급 제외) 적용하도록 변경했다. 경증환자의 한의원 상급병실 입원문제는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Q. 한의과 과잉진료가 아직도 심각하다. 이를 겨냥한 자동차보험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한방 자보 진료비 급증 원인은. 

“가장 큰 원인은 까다로운 ‘의과 심사지침’에 따른 반사적 효과 및 호화 1인실 인정 문제라 생각된다. 한의과와 달리 의료계는 경증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는 반면, 한의과는 경증환자를 첫날부터 침술 등을 받으면서 호화로운 1인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들은 한의과로 몰리게 되고, 자동차보험 진료비도 급증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서의 ‘한방 첩약’ 처방의 증가도 문제다.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 중 첩약 비중은 2019년 기준 약 24%로 가장 높은데, 첩약 진료비는2014년 747억원에서 2019년 2316억원으로 약 210% 증가했다. 특히 첩약의 경우 처방기간 제한 없이 1회 처방 시 10일까지 인정해주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12주 후 처방 투여하는 첩약 인정기준이 지난 8월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첩약의 경우 건강보험에서도 유효성 논란 지적이 있었고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첩약에 대한 과학적 근거 및 유효성부터 입증돼야 한다.
더불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및 세부 인정기준의 ‘부재’도 원인이다. 현행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에는 첩약과 관련한 직접 처방기준이 없고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윤리 등 실험에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이 한의과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급증의 원인이라 보고 있다.”

Q.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 의과와 치과, 한방 분야를 개별 가입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진전된 논의가 있나.
 
“심평원의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발표에서 한의과 진료비가 의료계 진료비를 추월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상황과 관련, 위원회는 진료 불균형 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직 국토부 측에서 답변을 주지 않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의견 개진하고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각 상병별 치료기간 및 치료비용에 대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각 직역 간의 치료 효과성 문제를 적극 홍보해 과잉진료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고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다.”

Q, 상급병실료 인정기준 심사지침에 따라 한의과(한의원, 한방병원) 청구금액이 올해 6월까지 약 5.5% 감소했다. 한의원은 11.9% 감소한 반면 한방병원은 2.4%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현 심사지침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지난 5월 1일부터 적용된 교통사고환자의 상급병실료 인정기준 심사지침은 ‘입원에 대한 부득이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지난 14일부터 적용되는 국토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고시에 따라 상급병실을 인정하는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한 경우를 병원급 이상만(의원급 제외) 적용토록 변경됐다. 청구금액 감소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병원의 경우에는 병실의 사정으로 부득이한 경우 인정이 가능하다보니 직접적인 영향은 적은 상황이다. 다만, 의과에 대한 무분별한 심사조정 문제로 인해, 의과에서는 입원비율이 급격히 감소된 만큼 심평원에서 한의과의 경우에도 의과와 동일한 기준으로 입원 여부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Q. 교통사고 경미 손상환자에 대한 입원 제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의 및 분류가 모호하다. 심평원과 의료계 전문가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심평원 주최 자동차보험 심사조정위원회를 통해 ‘교통사고 환자의 염좌 및 긴장 등에 대한 입원료 인정 기준’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고, 이를 반영해 5월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주요내용으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심한 통증 등으로 안정이 필요하고 의료인의 지속적 관찰 및 수시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단순 통원불편 피로회복 등을 이유로 입원하는 경우는 인정하지 않음 △입원의 필요성에 대한 타당한 사유, 환자 상태에 대한 임상적 소견 등이 진료기록부 상에 기록돼 있어야 하며, 이를 참조해 사례별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해석에 따른 모호함이 존재할 수 있고, 경미한 상병에 대한 정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며, 반드시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체계적이고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Q. 심평원의 한방 비급여 영역 의학적 근거 정립 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생각은.

“최근 심평원 자보센터에서는 첩약, 약침 등 자보에서만 별도로 보상하고 있는 진료 영역을 집중심사 영역으로 선정해 면밀히 심사하고 있지만 의학적 필요나 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건강보험에서도 한의과의 일부 행위 및 첩약 등에 대한 의학적 근거 부족 논란이 있었고, 이로 인한 의료계 및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 확립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Q. 중복청구 점검 주기 월 단위로 강화하는 심평원 방침에 대한 입장은

“중복청구 점검은 청구 시점 차이를 고려해 자동차보험 기준 분기 단위로 건강보험과 비교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 지급이 끝난 건에 대한 중복청구 비율은 자동차보험 청구건수의 0.1% 수준에 불과하나, 마치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중복청구를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상시적인 중복청구 점검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증가 등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자동차보험환자에 대한 의과와 한의과의 진단명별 치료비, 치료기간, 입원기간 등을 분석 및 통계를 의뢰할 예정이다. 현재 의과와 한의과의 자동차보험환자에 대한 진단명이 같다. 자동차보험환자에 대한 한의과의 문제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의료계 전체 진료비 중 차지하는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의료계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위원회는 자동차보험 문제점을 하나하나 잘 분석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원들을 보호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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