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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라고 ‘필수의료 강화’에서 배제되면 안 돼”
“성형외과라고 ‘필수의료 강화’에서 배제되면 안 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1.1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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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학회, 재건성형 비중 60%나 되지만 저수가로 전공의 부족에 시달려
재건성형의사 없으면 중증진료도 못해···다른 외과 전공 후 성형외과 지원해야

“성형외과가 없으면 사실상 중증진료도 할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정부 차원의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이제서야 논의되고 있지만 성형외과도 여기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형외과라고 모두 미용성형만 있는 게 아니고 사실 재건성형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천적 안면 기형이나 화상,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로 인해 생긴 안면 손상, 암종양 제거로 인한 두경부나 유방 손상, 수부 손상 등을 고치는 ‘재건성형’ 분야는 성형외과 수술의 약 50~60%를 차지하는 분야이며 정작 미용성형은 성형외과 수술 중 약 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밖에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다른 외과 계열을 전공한 후 성형외과 전공의를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1일부터 13일까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리는 '2022년 대한성형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를 맞아 11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윤을식 이사장(고려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앞으로 필수의료나 중증의료 등의 수가체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형외과는 철저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수가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지만 미용성형 의료행위만 하는 것처럼 이미지가 고정된 성형외과에 대해서는 필수의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재건성형 분야는 고난이도 필수의료 영역으로 다른 필수의료 항목들과 마찬가지로 저수가로 묶여있다.

윤을식 이사장은 “특히 재건성형수술은 그 어떤 외과 수술보다 어려운 분야라서 수술 시간만 해도 굉장히 오래 걸린다. 유방재건수술만 해도 족히 8시간은 걸린다”며 “그러나 이런 고난이도 재건성형수술에 대해 정부가 정한 건강보험 수가는 너무 낮아서 성형외과 전공의 중에서도 지원자가 거의 없고 대부분 (비급여 항목이 대부분인) 미용성형 분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대학병원들은 성형외과의 세부 전공인 재건성형 전문의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다른 필수진료과목들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날 대한성형외과학회 임원들은 성형외과도 필수의료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중요하며 또 매우 고난이도 수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사실상 유방암 수술도 재건성형 전문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유방을 절제만 하고 재건은 하지 않은 채 환자가 상실감에 빠져 살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재건성형수술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최소 15년의 경험은 거쳐야 가능하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두경부암 등 다른 암절제술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백롱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개원의들이 대부분 미용성형을 하고 있고 미용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서 미용성형이 성형외과 영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재건성형이 약 50~60% 정도를 차지하고 미용성형은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재건수술은 매우 고난이도 수술이며 환자 안전 문제도 매우 중요하게 걸려 있기 때문에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회는 필수의료 전공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외과 계열을 전공한 이후 성형외과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윤을식 이사장은 “학회에서 TFT까지 구성해 논의하고 있는 게 성형외과 전공의를 지원하려면 다른 외과 계열 전공의 수련을 최소 2~3년 정도 마친 후 다시 성형외과 전공의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라며 “외국에선 대부분 이렇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이사장은 “전공의 선발과정에 이렇게 변화를 주면 다른 필수의료 진료과를 전공하려는 의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처럼 대한성형외과학회도 정부의 필수진료 강화대책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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