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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도 잘 모르겠는데 알파는 또 뭐야?”···2023년 트렌드 짚어보기
“MZ도 잘 모르겠는데 알파는 또 뭐야?”···2023년 트렌드 짚어보기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11.0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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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시醫대의원회 세미나···이수진 연구위원·권영하 교수 강의
이윤수 의장, “의료계도 사회 변화 이해에 뒤떨어져서는 안 돼”
박명하 회장, “남은 임기 공약 이행에 최선···대의원회 격려 부탁”

한국 사회는 인구 5분의 1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례없이 치열한 세대 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이 자이언트 스텝을 4차례나 단행하면서 열린 ‘3高시대(고환율, 고물가, 고유가)’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은 이미 예견된 바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시국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어떻게 발맞춰나가야 할까? 서울시의사회원들이 이에 의문을 갖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어보는 장을 마련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는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 ‘2023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의 흐름과 시사점’, 권영하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공학발전과 실버쓰나미’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윤수 대의원회 의장은 강의에 앞서 “현대사회는 MZ세대, 알파세대, 꼰대세대 등 세분화된 세대 간의 갈등이 만연하다. 또 의학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여러모로 편리해졌지만 문명의 이기는 오히려 몸을 적게 움직이게 만들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여러가지 질환들을 가져왔다”며 “의료인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해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년을 마무리하는 11월, 다가오는 내년의 새로운 트렌드를 미리 짚어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세미나 의의를 설명했다.

박명하 회장은 “코로나19, 이태원 참사 등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시기임에도 많은 분들을 뵐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이윤수 의장님을 비롯한 대의원회 의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어느덧 임기의 반이 지나갔다. 그간 문신사법, 간호법, 비대면 진료 문제 등 의료계를 압박하는 사회적 흐름에 대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던만큼 남은 임기에서도 공약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자 힘쓸 것”이라며 “대의원회에서 많이 격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2023년 검은 토끼의 해에는 ‘평균’이 사라진다···다극화 심화

이수진 연구위원은 2023년도 트렌드 키워드인 ‘래빗 점프(RABBIT JUMP)’에 대해 강의했다. 래빗 점프는 내년이 ‘검은 토끼의 해’인 것에서 착안한 단어로, 불황과 갈등 속에서도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반영됐다.

래빗 점프의 스펠링 하나하나에는 10대 세부 키워드가 붙어있다.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슈머 △인덱스 관계 △뉴 디맨드 전략 △디깅 모멘텀 △알파세대의 등장 △선제적 대응 기술 △공간력 △네버랜드 신드롬이다.

‘평균 실종’이란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 N극화, 단극화가 심화되면서 평균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부모님과 평일에 체험학습을 가지 않는 아이들을 ‘개근 거지’라고 비하하는 단어가 생겨나는 동시에 주류 시장에서는 돈이 많든 적든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사회경제적 계층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국민들은 카카오라는 플랫폼 하나에 매몰되어 있기도 하다.

이 연구위원은 “평균 실종이란 매스마켓의 죽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개별화, 개인화된 욕구에 잘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빅뱅’은 직장 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근무방식, 근무태도, 계약방식 모든 게 바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이 오피스 빅뱅의 촉매 역할을 했다.

이 연구위원은 “구직 시장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는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다. 9급 경쟁률은 2018년 41%에서 2022년 29.2%까지 꾸준히 하락 중”이라며 “더 이상 구직자들에게 직업 안정성은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건 시장은 회식 문화가 3년간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매년 300%이상 성장했다”며 “조직 입장에서도 MZ세대 사원들을 타겟으로 ‘가사 서비스’를 복지로 내세우는 등 다차원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리슈머’는 필요한 만큼만 조각 구매를 하는 전략적 알뜰 소비자를 이른다. 중고거래플랫폼 ‘당근마켓’도 이같은 소비자 욕구에 부응해 '같이 사요'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사과 한 상자를 사서 같이 나눌 동네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기능 자체를 신설한 것이다. 1인가구의 급증으로 이렇듯 작고 유연한 소비가 선호되고 있다.

‘인덱스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에 색인을 붙여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관계맺기 방식이다. 관계의 밀도보다는 스펙트럼을 중시하고 목적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커뮤니티에 신상을 공개하고 만날 사람을 찾는 ‘셀프 소개팅’, 특정인과 주고받은 선물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이 그 사례다.

‘뉴 디맨드 전략’은 불황에도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안전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라며 기업들이 바로 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깅 모멘텀’은 간단히 말하자면 ‘덕후 문화’다. 신발, 영화, 브랜드 등등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고 그 관심사를 비슷한 사람들과 공요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물건을 많이 팔 전략보다 애플, 디즈니, 미키마우스처럼 소비자에게 오래도록 사랑받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유아, 청소년 세대를 일컫는다. 태어나자마자 AI스피커와 소통하고 유튜브를 시청하며 자라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불리며,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할 세대로 지목되고 있다. 저출생 시대에 부모, 조부모, 친척들까지 이른바 ‘텐 포켓’을 차고 태어난 이 아이들은 돈에 잇속이 밝은 것이 미덕이 아니라고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이들은 경제 지식이 곧 생존 지식이라고 교육 받는다.

‘선제적 대응기술’은 이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는 사용자가 쓰러지면 AI기기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 119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기술이 있다. 완성차 시장에서도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이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어른이 되기를 최대한 늦추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중년 이상으로 이루어진 트롯 가수 임영웅의 팬덤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서는 '전국민의 철부지화'라는 비판도 있는 반면 사회의 노화를 막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이들은 본인의 나이를 5~10세 어리게 인지한다”며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노년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소비관에서도 검소함보다 합리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디지털 기술 활용’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해”

이어 강단에 오른 권영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공중보건의료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하버드, 존스홉킨스 등 선진국 대학에서는 학과 단위가 아니라 대규모의 ‘퍼블릭 헬스 대학’을 별도 설치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이 그 역할을 일부 하고 있으나 규모나 아우르는 분야의 범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권 교수는 “미국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퍼블릭 헬스에 많이 적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공급자 대상 규제만 강화되어갈뿐 퍼블릭 헬스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HO는 지난 2019년 디지털 헬스케어 가이드북을 발표한 것을 근거로 들며 “원격진료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떻게, 누구를 위해, 어떤 형태로, 어떤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질 지가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권 교수는 “개인에게 맞춤 항암제를 골라주고, 걸음걸이와 표정 등을 읽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AI의 등장은 먼 얘기 같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며 “메타버스로 개인의 유전자 정보, 의학정보를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수명을 예측하고 병을 예측하는 기술회사는 이미 미국에서는 많이 운영되고 있다”고 기술 발전 현황에 대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경품 추첨(총 10명)과 기념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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