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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이태원 참사’ 책임 묻기보다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응급의학의사회, “‘이태원 참사’ 책임 묻기보다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11.0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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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개최···‘응급의학 가치와 자부심’ 주제로
‘응급실 마비 사태’ 또 오나···내년도 코로나 전담병원 정부 계획 ‘전무’
‘감염격리관리료’, ‘응급실전원수가’ 등 확진자 수용에 합당한 보상 필요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안전의식의 부재와 안일한 대응으로 일어난 안타까운 재난이라고 평가했다. 사건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적 요인을 점검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재난대응지침을 마련하고자 하는 논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3일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창립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응급의학의 가치와 자부심’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앞으로의 재난 현장이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간담회에서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은 “사건에 대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며 국민들의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며 “과연 이번 사건이 한두명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다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현장 대응 인력에 대한 격려와 국민들의 정신건강 회복이 우선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의선 대외이사(아산케이의원)도 “안전사고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쉽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것에서 사건을 종결하면 비슷한 사고는 무조건 반복된다”며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사회는 크게 △운동경기, 공연, 스포츠 레저시설, 대중집회 등 다중밀집시설에 의사를 포함한 의료지원계획 마련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자격증 국가공무원 의무교육 및 일반인 교육 강화 △재난대응에 대한 국가 연구용역 확대 및 강화 3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우선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대해 심층 안전평가, 예상 인원에 따른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단순한 의무실이 아니라 즉시 의료인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필수 직무 종사자는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필수로 취득하게끔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회장은 “캐나다에서는 심폐소생술 자격증이 의료인의 필수 취업 조건이며, 교사 및 공무원의 취업 시에도 자격증 보유 시 상당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며 우리나라도 이같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디맷(DMAT, 재난의료지원팀)과 지휘본부 간 협력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전까지의 재난대응 국가 연구가 과연 효과적이었는지, 현장 목소리를 잘 반영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정책적인 연구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회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대한응급의학회, 재난의학회, 심폐소생협회 등 유관단체들과 안전 및 재난예방 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이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사회는 코로나19 환자가 제 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응급실이 마비되는 사태가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복지부와 의료기관이 체결한 코로나19 전담병원·병상, 고위험환자 재택 모니터링 계약은 올해 12월 31일 일괄 종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진 계약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을 1개월 남겨놓은 지금까지도 내년도 운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전담병상 운영을 종료하고 일상 운영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담병상이 사라지면 환자의 응급실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새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응급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길거리를 떠돌다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의료인들은 코로나 환자 수용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감염격리관리료’, ‘응급실전원수가’를 통해 병원들의 적극적인 환자 수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가 전담병원을 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각 병원이 알아서 환자를 수용하되 코로나 환자 입원·수술 시 감염병격리관리료를 충분히 지급하는 방안이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며 “델타 유행 시기에 많은 병원들이 확진자 치료에 뛰어든 것은 파격적인 가산수가 영향이 컸다. 코로나 환자 수용에 아무런 보상이 따라오지 않으면 환자를 받으려는 병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한 명씩 교대근무를 하는 응급실 환경상 환자 전원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업무”라며 “전원에 대한 별도 수가가 책정된다면 전원 요청을 하는 병원도, 받는 병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라고 응급실전원수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의선 대외이사도 “한 명의 환자를 전원 시키려면 여러 병원에 의료 상태를 전달하고 수용 의사를 확인하기를 반복해야 한다”며 “혼자 응급실을 지키면서 밀려오는 환자를 보고 전원 업무까지 처리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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