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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의료계, 의료지원 등 전문가 역할 적극 나서
이태원 참사에 의료계, 의료지원 등 전문가 역할 적극 나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1.0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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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병협 등 의료단체, 사고 수습 이후 재난의료체계 개선 등 후속조치도 논의
용산구의사회는 참사 현장서 의료 지원 계획 중..."선의 의료행위 법적 보호 필요"
이태원 참사 현장(사진=뉴스1)

지난 10월 29일 발생해 156명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의료계도 슬픔에 잠긴 모습이다. 더 나아가 각종 의료지원과 재난응급의학 체계 점검에 나서는 등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156명이 압사하고 157명이 부상을 입어 총 3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이번 참사에서 많은 의사들이 참사 발생 소식을 전해 듣고 의료지원을 하기 위해 현장에 달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상황이 워낙 급박해 많은 인원이 사망하는 참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숭고한 의업의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이태원동이 위치한 용산구의사회도 최승준 회장을 비롯한 의사회원들이 사고 당시 현장에 달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참사 소식을 듣고 의사들이 현장에 달려갔지만 상황이 너무 급박해 딱히 도움줄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간 것은 의사로선 너무 당연한 행동이라 특별할 것도 없어 언론에 보도할 만한 일도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참사 사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후에는 의료계 대표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0월 31일 오후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박치서 사무처장과 함께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사망자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박명하 회장(사진 右)

박명하 회장은 이날 분향소 현장에서 “한 시간 이상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친구를 떠나보낸 사고 당사자 등 현장의 다양한 소식을 접하면서 충격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며 “각 구 의사회와 상임이사회에서는 차마 애도문을 읽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시의사회가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은 “서울시와 곧 재발 방지와 대응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특히 “권역별 의료인력 체계를 구축하고, 몇 년마다 바뀌는 심폐소생술 지침을 의사회원들에게 반드시 숙지시키는 등의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회장은 이날 분향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의협이 앞장서 정부와 협력해 적극적인 의료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의협은 국가 애도기간인 지난 10월 31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 6일 동안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내 진료소를 운영하며 유가족 및 조문객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해당 의료지원 활동은 대한의사협회 긴급의료지원단이 운영하며 국립중앙의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함께 지원한다. 

대한병원협회도 지난달 31일 “이태원 대형 참사와 관련한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해 최선의 의료지원을 제공하겠다”며 “아울러 이번 상황 이후에도 재난상황에서 대규모 사망·응급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는지 검토해 장기적 제도개선 방향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여러 의사단체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애도의 뜻을 나타냄과 동시에 사고 수습과 재난 이후에도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로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와 SNS 등을 통해 현장 영상·사진 등이 무분별하게 유포돼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잇따라 나타내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참혹한 사고 당시 영상과 사진을 SNS 등을 통해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고인들과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져 많은 국민들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러한 혐오와 낙인은 재난상황을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언론사에도 재난 보도준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의협은 사고와 관련해 일부 매체들의 자극적인 방송 및 보도와 여과 없는 SNS 게시 등으로 2차 피해가 심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권고문을 지난 1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각 의학회와 개원의사회 등 의사단체들은 추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즌이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이후 열린 여러 의학 행사에서도 의사단체들은 추모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도 김동석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간담회 시작 전에 사망사고에서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가장 먼저 진행하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전문가로서 이번 참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이번 참사에 대한 현장의 대응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며 “재난 발생 당시에는 사망자 이송과 심폐소생술보다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들에게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앞으론 재난상황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며 의료인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에 달려간 의사들처럼 선의로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익 대한개원의협의회 대외협력부회장은 ‘선한 사마리아인법’의 핵심은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것인데 만약 환자가 사망할 경우에는 형사 책임의 ‘면제’가 아닌 ‘감면’만 하도록 하고 있어서 문제”라면서 “만약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태원 참사’ 현장에 달려가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동이 위치한 용산구의사회는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후에도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의료지원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승준 용산구의사회장은 “사고 현장 인근에 일정한 장소를 마련해 용산구의사회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약 2시간씩 돌아가며 의료지원을 할 계획 중”이라며 “이 외에도 현재 용산구, 보건소, 인근 순천향대병원 등과 여러 가지 의료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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