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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등록 여부로 보험금 미지급 횡포···더 못 참아”
“수술실 등록 여부로 보험금 미지급 횡포···더 못 참아”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1.0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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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사 역대 최대 실적, 가입자에 보험금 미지급 덕분”
강력한 법적 대응 등 시사···“미지급에 기여한 이들에게 특정한 댓가 의심”

“일부 실손 보험사들이 수술실 등록 여부를 문제삼아 의원급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몰상식한 행태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지난 10월 30일 그랜드스위스호텔에서 열린 제30차 추계연수교육 및 학술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실손 보험사들의 횡포를 규탄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석 회장은 “실손 보험사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무차별적 자료요청을 하고 실사를 나오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수술을 꼭 별도로 마련된 수술실에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에서 수술하지 않았다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어떠한 의학적, 법률적 근거도 없다”며 “그럼에도 국민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 지급을 줄여 폭리를 취하는 몰상식한 행태에 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법에 수술 현장이 수술실로 등록이 돼야만 건강보험 요양급여나 비급여 수술로 인정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술(手術, surgery)의 사전적 의미 역시 ‘외과적 치료행위’일 뿐 수술실에서 해야만 수술은 아니다. 즉, 법률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수술실 등록 여부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태연 부회장은 “실손보험 문제는 개원가에 ‘핵폭탄’과 다름없는 가장 피부로 와닿는 문제이지만 사실 보험사와 가입자의 사적 계약에 의료기관이 끼어들 문제도 아니다”라면서 “최근 보험사들이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단지 자신들의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함에 따라 환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진료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손 보험업계에서는 의사가 진료를 하며 환자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는 것조차 ‘보험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태연 부회장은 “환자들이 가입한 보험에 따라 더 치료받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어떻게 보험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냐”라면서 “보험사들이 이런저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보험사기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 보험사들의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많아지자 의료계에서 선제적으로 각 의료행위에 대해 보험금 지급 기준이 되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가이드 라인’ 역시 권고사항일 뿐 가이드 라인을 따르지 않았다고 무조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선 안 되고 어디까지나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임원들이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저의 환자 중에서도 장애로 인해 엎드리는 자세를 취할 수가 없어 가이드 라인에 따라 엎드려서 주사를 놓지 않고 대신 누운 자세로 주사를 놔드리는 분이 계시다”라면서 “어떠한 가이드 라인이나 의료행위 규정이라도 상대가치를 위해 표준화시킨 하나의 권고사항일 뿐 그걸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전문가의 다른 의학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그걸 문제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나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실손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그 근거로 해당 진료과의 학회에 소속된 의대 교수 등 특정 의료인으로부터 받은 의학적 자문을 내세운다. 대개협은 이렇게 특정한 의견에만 의존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 역시 ‘횡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회장은 “실제로 보험사에서 자문료를 받고 계속 그 보험사에 유리한 의견만 주는 의사가 있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보험사가 특정한 의견만 따라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횡포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김 회장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된 기관인 의료감정원 설립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익 대외협력부회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며 “보험사로부터 직원이나 특정 의료인들이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게 하고 그 댓가로 특혜를 얻거나 리베이트 등을 지급받는 것이 아닌지 매우 합리적으로 의심이 된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가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개협은 앞으로 실손 보험사들의 횡포에 맞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좌훈정 부회장은 “실손 보험사들의 횡포에 맞서 우선 회원들의 다양한 피해 사례를 수집하며 맞춤형 해결을 하는 동시에 금융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법적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 부회장은 특히 “현재 보험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가입자들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더 이상 정부는 보험사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침묵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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