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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후 부작용으로 자살한 환자 유족 의료인 손배소 기각 판결
성형수술 후 부작용으로 자살한 환자 유족 의료인 손배소 기각 판결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10.2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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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동의서에 부작용 가능성·종류 설명돼 있으며 망인도 서명
정신과 전문의도 망인의 자살 시도 방지 위한 주의 의무 다 해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음독 자살한 환자의 유가족이 의료인 등을 상대로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한 판결이 나왔다. 

D씨와  E씨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H성형외과의원(이하 ‘이 사건 성형외과의원’)을 공동으로 운영한 성형외과 전문의이고, F씨는 인천에 있는 J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하 ‘이 사건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망인 K씨는 2017년 12월23일 이 사건 성형외과의원에서 전신마취 하에 D씨에게 광대부위 안면윤곽술을 받았다. 이후 망인은 수술 불만족으로 인한 정서불안, 불안감 등을 호소하며 2018년 4월12일쯤부터 이 사건 정신과의원에 내원 하기 시작하여 그때부터 2019년 10월17일까지 이 사건 정신과의원에서 총 16회 진료를 받았다. 망인 2019년 10월18일 인천 소재 자택에서 소지하고 있던 아질산나트륨을 음독해 사망했다.

망인의 가족은 망인의 죽음에 D, E, F씨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D, E씨에 대해 “이 사건 성형수술 과정에서 과도하게 광대뼈를 절제하고 광대뼈 절제 과정에서 주변 조직을 손상하는 등 시술상의 과실이 있었다”라며 “환자가 안면윤곽 성형술 필요성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을 경우 사전에 환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여부, 환자가 주관적으로 불필요한 미용 개선의 효과를 원하는 것은 아닌지, 수술의 장점과 단점,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후유증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충분히 설명해야 함에도 환자가 우려하는 안면윤곽 성형술 시행 이후 볼처짐 및 눈 밑 애교살 없어짐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하는 등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F씨에 대해서는 “망인이 성형수술 이후 부작용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우울감과 이로 인한 자살 충동 등을 호소했음에도 필요한 검사와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고, 당해 의료기관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정밀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등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이 요청한 약물만 처방한 과실이 있다”라며 “나아가 망인이 귀가하도록 했다면 망인이 의료기관 외에서 자살 충동이 있을 경우 우울증으로 인해 이를 억제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응급실이 있는 의료기관에 즉시 방문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이 정보의 제공과 함께 지도·설명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D, E씨측은 이에 대해 “이 사건 성형수술을 받기 전 충분한 상담 및 설명 과정을 거쳐 망인이 미용수술을 선택한 것이므로 망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필요한 수술을 시행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D씨 수술 이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 내지 부작용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망인의 수술 후 부작용은 의무기록상 확인되지 않고,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안면윤곽 성형수술로부터 발생가능한 일반적인 합병증이므로 D씨의 과실이 추정될 수 없으며, D씨의 의료행위 또는 의료행위상 과실로 인해 망인에게 우울증이 발생했다거나, 망인이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F씨 측은 “망인이 이 사건 정신과의원에 처음 내원했을 때 필요한 검사를 시행했고, 이러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망인에게 개인정신치료 및 교육을 실시했으며, 이후 망인의 상태에 따라 약물 처방을 달리 하는 등 정신건강의학과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라며 “환자의 사망은 F씨의 의료행위의 결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F씨의 의료상 과실 이외에 환자의 자살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유가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D씨가 이 사건 성형수술 과정에서 과도하게 광대뼈를 절제하고 광대뼈 절제 과정에서 주변 조직을 손상하는 등 시술상의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광대부위 윤곽성형술을 시행할 때에는 절개나 박리 시 신경 손상에 의한 감각저하 가능성을 주의해야 하고, 양측 광대뼈의 돌출 정도가 다른 경우 이를 고려하여 절제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D씨의 시술상의 과실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Q성형외과 감정의 역시 수술기록 상 이 사건 성형수술은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시행됐고, 고정을 위해 사용된 금속판 및 나사는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Q감정의는 또 “망인의 경우 미용상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외형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거나 이전과 비교하여 외관상 큰 차이가 나타난다고 보기 어렵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내용을 고려했을 때 환자가 느낀 주관적인 외형적 변화는 환자 본인만이 확인 가능한 미세한 변화이거나 심리적인 부분이 추가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에서도 망인이 수술동의서 각 항목에 서명을 한 점이 주목됐다. 수술동의서 6번 항목은 이 사건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과 종류가 설명돼 있고, 망인 역시 이를 인지하고 서명한 것이 재판에서 인정된 것이다. 

망인은 2016년 6월28일 이 사건 성형외과의원에서 가슴 확대 관련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망인의 진료차트 하단에는 'C.C 윤곽-광대, 사각턱(긴)'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망인은 2017년 11월27일쯤 이 사건 성형외과의원에 전화로 수술일시를 정하고 같은 날 수술 전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수술동의서는 같은 해 12월23일 작성한 것을 보면 수술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수술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F씨에 대한 과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F씨가 망인이 처음 내원했을 때 필요한 검사를 통해 우울장애 진단을 내렸으며, 이후 망인에게 정신건강의학과적 면담, 항우울제 등 약제 치료를 시행했고, 동시에 매 진료시마다 망인의 질환이 만성질환이라는 점과 꾸준한 약물 치료 없이는 재발 및 증상의 악화가 가능함을 설명하고, 투약 중단시에는 주치의와 상의하도록 교육한 것으로 보인 점이 인정됐다.

망인이 2018년 8월 진료에서 '요 며칠 자살 충동이 심해서 빨리 끝내고 싶고', '자살을 검색'했다고 하자 F씨는 힘들면 언제든지 빨리 내원하도록 말한 바가 있으며, 2019년 10월 진료에서 망인에 대한 처방 약물을 추가하고 이전 진료에 비해 처방량을 21에서 14로 줄인 것으로 보이는 점(그 결과 약물을 다시 처방받기 위해 내원해야 하는 간격이 줄어들게 된다), 임상적으로 자살을 예측하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F씨는 망인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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