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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2022년 가을 정기 산행 기념] 가리산 산행기
[서울시의사산악회 2022년 가을 정기 산행 기념] 가리산 산행기
  • 의사신문
  • 승인 2022.10.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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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서래성형외과의원장)

코로나 이후 서울시의사회 정기산행이 다시 시작되었고 두번째 산행이 홍천 가리산으로 정해졌다. 

사실 가을 정기산행을 설악산 십이선녀탕으로 가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고, 산행 후 뒤풀이를 할 식당도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점검을 위해 2주전 떠났던 답사 산행에서 십이선녀탕 등산로가 지난 비에 손상되어 수리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수리가 될 예정이지만 정기산행인 16일까지 복구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우리 답사팀도 등산로에 들어서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차를 돌려 오다가 등반대장인 박석진 선생님이 홍천 가리산에 다녀온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가을 가리산이 절경이기는 하지만 정상의 세 봉우리가 험하여 철제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면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정상 바로 밑에서 회귀하더라도 아름다운 산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가리산에는 마침 정상이 데크 공사 중이었다. 정기산행 예정일인 10월 16일까지는 완공될 것이라는 좋은 소식도 들렸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고 주먹밥과 치즈 섞은 사과 도시락을 쌌다. 정상에 선두로 올라 선두 조와 나누어 먹을 생각에 도시락을 만드는 것도 귀찮지 않았다. 압구정 공영주차장에 이미 버스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오늘 등산이 70명 내외로 계획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속되는 두 번의 연휴 다음이어서 여러 과의 학회가 겹치는 바람에 참가 인원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학회를 가야 하는데, 산이 너무 좋아서, 학회에 가도 산 생각만 하고 앉아 있을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산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생각하면서 입가에 빙그레 바보 같은 웃음이 흘렀다.

홍천은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닿을 곳이라 느긋하게 출발은 하였다. 가평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박태현 선생님이 모두에게 보내 주신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가평휴게소는 단체버스를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다른 산악회에게 물어보니 다들 설악산으로 향한다는 말을 듣고, 설악산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리산(1052.9 m)은 홍천에 위치한 산으로 등산의 시작은 가리산 자연휴양림이다. 산에 도착하여 문상은 회장님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님의 격려 말씀을 듣고 씩씩하게 등산을 시작하였다. 

초입에는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있고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자연휴양림을 만난다. 합수곡 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면 가삽고개로 올라가게 된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단풍의 빛이 눈부시지는 않았지만 덥지 않고 또 춥지도 않은 좋은 날씨여서 발걸음이 가벼웠다. 가삽고개까지는 경사도가 제법 있었지만, 가삽고개에서 준비해온 과일을 선두팀과 나누어 먹고 잠시 쉬어 다시 걸음을 재촉하니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계속되어 즐거웠다. 정상 아래에 도착하기 전에 소양호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숲이 우거져 있었다. 

다음에 오면 무쇠말재에서 거꾸로 올라와 정상에 오른 후에 소양호로 내려가 배를 타고 귀경하는 계획을 우리 산악회의 적토마인 이창명 선생님과 재미있게 이야기하였다. 정상까지는 데크길이 이어져 힘들기는 하였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가운데 봉우리인 2봉을 거쳐 3봉에 오르고, 다시 뒤로 돌아 1봉으로 올라갔다. 큰 바위 얼굴도 보고, 절정인 단풍의 물결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배가고파 1봉의 아래에서 요기를 했다. 서울시의사회 현수막을 놓고 사진도 찍고 있으니 연재성 선생님, 김장겸 선생님 그리고 박진용 선생님과 뒤 따르던 팀이 올라와 자리를 양보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일제가 무쇠 기둥을 박아, 기를 끊으려 했다는 무쇠말재를 지나 휘파람을 불면서 내려오니, 이제는 얼음장 같은 계곡물이 우리를 유혹했다. 계곡에 발을 담그니 모두가 발이 시려서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는데 오직 이종호 선생님만 넉살 좋게 발을 담그고 몇 분이고 꺼내지 않았다. 참 대단한 참을성이다. 

예쁜 단풍들을 뒤로 하고 아쉽게 내려와서 휴양림 옆 벤치에 앉아 김윤정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단풍을 바라보고 앉았다. 이렇게 앉아 있으니 문득 커피 향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이런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동자가 단풍색으로 물들어 시릴 때까지 앉아 있다가 슬슬 내려오는 동료들을 마중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오던 길을 되짚어 갔다.

서울시의사회장님과 유승훈 전 회장님의 사이좋은 모습도 보이고, 패셔니스타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님도 멋지게 내려오셨다.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 박병권 선생님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려오는 김경환 선생님, 파트너와 정답게 내려오는 송호영 선생님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도 날아오시는 오동호 선생님이 보이고, 후미의 공준택, 노민관, 조해석 선생님이 아흔이 넘으신 정충남 고문님을 모시고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구름을 뚫고 하산하는 산신령들 같았다. 

길을 서둘러 도착한 양재말 화로구이에서 먹는 양푼 비빔밥과 고추장 삼겹살 구이는 정충남 선배님이 하사하신 조니워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즐겁게 산행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님이 서울시의사산악회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신다는 말씀에 술이 절로 넘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졸면서 꾸는 꿈에도 친애하는 산악회원들과 즐거운 추억으로 꿈의 빛깔이 울긋불긋했다. 행복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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