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기자수첩] 의료서비스 혁신도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기반해야
[기자수첩] 의료서비스 혁신도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기반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10.25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와 일전을 벌이고 있는 의사들이 최근 치과의사와 변호사, 건축사 등 다른 전문 직역들과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를 목표로 손을 잡았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규제와 법망을 피해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소비자들의 권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플랫폼 업계에 의한 피해와 시장 혼란 등을 줄이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와의 충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6월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닥터나우를 경찰에 고발했다.

닥터나우가 앱으로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를 통해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자신들과 제휴된 소수의 특정 의료기관으로부터만 처방받도록 하는 등 의료시장을 어지럽혔다는 게 주된 고발 이유였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비대면 진료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 끝에 일반의약품 불법 배송을 중개한 플랫폼 업체와 진료 없이 약을 처방한 의원 등을 적발한 뒤 일부 업체를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채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는 플랫폼 업체들의 불법행위 등 문제가 불거지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그동안 ‘신산업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플랫폼 업계의 발전만 강조하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의료계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비대면 진료의 성급한 제도화를 경계해왔지만, 민간 플랫폼 업체들은 이미 허술한 규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업계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자칫 민간 기업들의 개발·투자 의지는 물론, 신산업 성장 동력 자체를 꺾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플랫폼 업체들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이후에도 심각한 부작용이나 안전성 등이 문제된 적은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 소비자인 환자 입장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데이터 센터 화재로 온라인 서비스 ‘먹통’을 불러온 카카오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지난 10여년간 연 매출 6조원에 130여곳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재난·재해에 대비한 백업 시스템 구축 등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큰 혼란과 불편을 끼쳤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의는 물론, 방향도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랫폼 업체들이 규제와 법망을 피해 수익만 찾아 나선다면, 결국 보건의료체계는 무너지고 의료시장은 혼탁해져 의료서비스 소비자인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 

편리함도 좋고, 신산업 성장도 필요하다. 다만 비대면 진료 도입 등 의료서비스 혁신도 안전성은 물론,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들인 의사들이 ‘기득권’이나 ‘신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