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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72%가 당직 서는 현실”
“전국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72%가 당직 서는 현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0.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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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학회 “더 이상 방치하면 안돼”···전문의 중심 케어 위해 노력해야
‘아동보호’ 역할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아동보호위 학회 내에 설치·운영

“전국의 수련병원 중 72%가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중환자가 찾아와도 안정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응급실이 37%밖에 안 돼서 나머진 모두 전원시킬 수밖에 없는데 전원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필수진료과 이 중에서도 특히 소아청소년과가 최악의 기피과가 돼 전공의가 부족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몇 년째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현장 의료진들에게 직접 들으면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이젠 정말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은 20일 열린 제7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청과의 실태를 전하며 “곧 큰 사고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너무나 우려된다. 사후약방문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청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만 해도 전국 수련병원 교수 중 62%가 직접 야간 당직을 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더 늘어나 무려 72%가 당직을 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급실의 24%는 응급의학과가 담당하고 있고 소아청소년 중환자를 안정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응급실은 37%밖에 되지 않아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같은 질환이라도 성인이 아닌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업무 강도가 1.7배 더 힘들다고 한다. 아이들은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디가 아픈지도 의료진이 알아서 하나하나 짚어서 찾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지만 보상도 부족하고 미래도 불투명한 소청과의 전공의 지원율이 매년 바닥을 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지홍 이사장은 “(현재 역대 최저인) 전공의 지원율이 앞으론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데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전문의 중심 응급 진료, 안정적인 중환자 케어, 고난이도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더 이상 조치를 미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소청과 저수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대량 진료에 의존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소청과는 나름의 자구책을 세웠다. 우선 전공의 수련과정을 4년제에서 3년제로 조정하는 대신 세부 분과 전문 영역을 줄여 3년차 전공의가 일차 의료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을 더 넓혔다. 

특히 소청과 전문의의 ‘아동보호’ 역할을 늘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전공의 교육에 아동들의 심리나 트라우마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잘 녹여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아동보호위원회를 학회 내에 설치해 운영하며 의료적 문제에 이어 사후처리문제, 합병증 등의 관리방안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아동보호 전문가 양성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해 내년에 첫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이를 통해 배출된 전문가를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 최소한 1인 이상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CPR 프로바이더처럼 더 세분화된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각자 자신들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배기수 회장(아주대병원 교수)은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대응 전문의가 있어 전문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며 “미국은 그동안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노력을 70년 동안 진행해 왔지만 우리는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모자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현재 아동학대예방체제를 구축한 굿네이버스가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국가위탁사업으로 진행 중인데 국가사업 특성상 규모는 커지지만 따뜻함과 섬세함은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사업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민·관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기수 회장은 “그동안 아동보호정책에 있어 의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앞으론 의료 전문가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기여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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