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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9)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9)
  • 의사신문
  • 승인 2022.10.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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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 개선

※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9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2022년 현재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중증환자로 인식되고 있는‘대한민국 의료전달 체계’의 역사와 문제점 및 해결책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의료전달체계’란 “가용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필요할 때에 적시에,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적합한 의료인에게, 적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유승흠, 1988)”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료전달체계는 의료제도의 목표, 즉, 효율성(efficiency), 형평성(equity), 의료의 질(quality), 적정성(propriety) 등을 달성하기 위한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조직적 구조로써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전달체계’를 ‘의료공급체계’와 동의어로 인식하거나 영어 문헌의 ‘의료체계(health care system)’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할 정도(한달선, 2010)로 ‘의료전달체계’를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지금과 같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요즘에만 있었던 현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 문제점은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7년에 처음 의료보험이 도입되고 난 이후 그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의료수요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대형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가격 차별정책에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현상 심화와 의료자원의 낭비,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 의료서비스 왜곡문제는 더욱 심화 되었고,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와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 도입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로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실시와 더불어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한민국 최초의 의료전달체계는 ①국민의료이용의 편의와 의료자원의 효율성 도모 ②지역 간 의료기관 간의 균형발전 도모 ③국민 의료비 및 재정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며, 가장 큰 특징은 진료권을 설정하여 의료서비스 공급과 이용의 지역화, 단계화를 도모하였다는 점입니다.

                                                              -초기 의료전달체계-

이후 의료전달체계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변화가 발생하였으며, 첫 번째 중요한 변화로는 1998년 규제 개혁 차원에서 진료권 제도가 폐지되어 환자들은 거주지역의 제한 없이 1단계 진료 후 요양급여의뢰서를 통해 2단계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과 아울러 대형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과 경쟁 격화라는 문제점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이외에 정부는 일차 의료 강화를 위한 노력으로 가정의학 전문의를 중심으로 일차 의료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제안된 제도인 ‘가족등록제’ 제도가 추진되었으나, 이후 다른 전문의를 포괄하기 위해 명칭을 ‘가족등록제’에서 ‘주치의등록제’로 변경하여 1986년 3개 시‧군‧구에서의 시범사업을 실시 하기로 발표하였으나, 주무 부처 내부의 이견과 제도에 대한 공급자인 의료계 및 국민들의 이해 부족, 보상과 유인책 미흡 등으로 인해 시범사업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리고 ‘주치의등록제’를 공약한 김대중 정부에 의해 다시 한 번 동력을 얻어 추진되게 되는데, 그 결과 1999년 「21세기 보건의료 발전 종합계획」의 일환으로서 ‘주치의등록제’의 명칭을 ‘단골의사제’로 변경하여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이 역시 2000년 7월에 시행된 의약분업이 정부와 의료계의 극단 대립으로 귀결되면서 ‘단골의사제’ 논의 역시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주치의등록제’와 ‘단골의사제‘ 등의 도입이 좌절되기는 하였으나, 이후 만성질환의 예방‧관리가 일차 의료의 중요한 영역으로 부각되면서 2000년 일부 보건소에서는 「고혈압‧당뇨 예방관리사업」이, 대구광역시와 인천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혈압‧당뇨병 관리 사업」, 「건강 포인트 사업」이 시범사업으로 실시 되었습니다. 또한, 2010년 보건복지부는 “동네 의원 활성화를 위해 노인, 만성질환 등 지속적 관계를 통한 통합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선택의원제도’를 도입할 것이며, 동 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를 고려하여 당뇨나 고혈압 등 일부 만성질환이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여 자율 참여와 선택으로 추진하되 환자와 공급자에 대한 수가와 인센티브 적용 및 서비스 질 평가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할 것임을 발표하였으며,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와 질병관리본부가 주도한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등의 형태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여전히 완화되지 못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현상과 취약한 일차 의료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2011년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을 명확히 하고 기능에 따른 체계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바로잡고자, 1) 의원급 의료기관은 가벼운 질병이나 만성질환에 대한 서비스 강화, 2) 병원급 의료기관은 입원 중심으로 질환별 전문화와 특성화 강화, 3)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진료와 연구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 계획-

또한, 정부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외래수가는 의원은 높이고 병원은 낮추는 방향으로, 반대로 입원 수가는 의원은 낮추고 병원은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환자들 역시 의원의 외래 이용 부담은 경감 하고 병원에서는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고 질환의 경‧중증도에 따라 약제비 본인부담률도 조정하기로 계획하였고, ‘만성질환‧노인 관리체계’ 구축, 즉 고혈압, 당뇨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과 65세 이상 노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동네 의원에서의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선택의원제’의 일환인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 질병관리본부가 주도한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등의 도입을 통해 일차 의료를 강화할 것을 핵심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반대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전문병원 및 특화병원을 육성하고, 대형병원은 최상위 의료기관으로서 연구 중심병원, 전문의료센터, 글로벌 의료서비스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이 어떠한 성과와 한계를 보였는지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계획 수립 및 추진 주체인 정부가 그러한 초기 정부의 정책 목표와는 별개로 2017년 8월 9일 흔히 ‘문재인 케어’라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 개정(2018년 12월) 및 시행(2019년 6월)을 하였고,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19년 4월)으로 구체화하여 진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 시키고 1) 동네 의원의 위축과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외래진료 확장으로 인한 1차 의료 붕괴 2) 과당 경쟁으로 인한 의료자원 공급과잉 및 비효율성 3) 의료기관 양극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등과 같은 수많은 문제점 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시설 하나 갖추지 못하여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 했고, 낮은 건강 수준을 감수해야 했던 시기로부터 불과 반세기 만에 평균 수명은 OECD 국가의 평균을 상회 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과잉과 중복을 고민해야 할 단계에 도달한 한국의 보건의료체계가 거둔 성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수많은 의료계의 문제점과 급속한 고령화가 파생시킬 인구구조 변화 및 생산환경의 변화와 갈수록 증가하는 의료비는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에 적지 않은 걱정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공급의 90% 이상을 민간에 의존하는 반면, 공적 의료보장체계인 건강보험은 실질적으로 정부에 의해 관리‧운영되고 있는 모순된 두 가지 양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선의 진료를 추구하면서도 이윤을 무시할 수 없는 민간 의료기관을 적정 진료라는 미명하에 수가를 매개로 공보험 재정 범위 내에서 강제로 통제하는 상황에서 '저수가 논쟁'과 같은 의견대립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됩니다. 즉, 현재의 ‘의료전달체계’가 보여주고 있는 공급의 불균형, 중복과 비효율, 불필요한 과잉 의료이용, 지불제도의 한계 등의 수많은 문제점은 태생적인 모순점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한 ‘의료전달체계’ 문제점의 해결을 위하여 정부는 한국형 공보험의 태생적인 한계 인정, 그리고 이제는 민간 의료기관에도 일부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시기를 제안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진료의뢰 수가 신설 및 회송 수가의 현실화, 의원급 의료기관 진찰료(외래관리료) 개선 및 생활습관병 관리료 신설 등 기타 의료기관별 수가 조절을 통한 제도 운용의 효율화, 두 번째로 진료의뢰서 발급과 서식 간편화 등의 진료의뢰 절차의 개선, 세 번째로,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제 등을 통한 의원급 의료기관 역점질환 확대, 네 번째로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상 단순 진료 질병군 및 역점질환 외래환자 비율 하향조정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진료수입 중 외래환자 진료수입 비중 상한 설정 등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와 같은 방안 도입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건보제도의 근본적인 체계에 대한 고찰로서 의료 공급자인 의료계에만 존재하는 규제를 의료소비자인 환자에게도 일부 도입하여 무분별한 의료기관의 선택권에 대한 제한 및 민간 보험의 할인·할증의 개념 도입 등의 방법으로 불필요한 과잉 의료를 억제하고 의료이용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함으로써 보다 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의료전달체계 및 건보 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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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2022-10-18 16:02:34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