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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마약류 관리 처벌·규제 강화되나?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 처벌·규제 강화되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0.12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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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감서 여야 질타 이어져···의료계 “처벌·규제 강화는 ‘옥상옥’”
“마약류 사용량 꼼꼼하게 점검해야”, “오·남용 의심 시 진료거부 ‘정당’”

올해 국정감사에서 마약류 의약품 관리 부실 문제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이어 지적되며 후속대책 마련이 요구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의 강화로 이어질 것인지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7일 진행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는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이 횡행하고 있지만 주무당국인 식약처가 이에 대한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질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특히 진통효과가 모르핀의 약 200배, 헤로인의 100배이면서도 완전치사량은 2mg에 불과한 강력한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의 처방이 지난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0년 148만8325건으로 3년간 67%나 증가했고 10~20대에서도 펜타닐 처방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마약류 관리 부실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자 일부 의원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진료 시 다른 의료기관 처방이력을 검토할 것을 의무화하거나,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이나 분실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 CCTV나 무인경비 장치 등의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의사의 ‘마약류 셀프처방’ 추정사례가 10만 건 이상 나왔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막기 위해 실시간 확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렇게 올해 국감에서 마약류 의약품 문제가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면서 의료기관의 마약류 관리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마약류 처방 시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통한 환자의 투약내역 확인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지난달 8일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의료계 역시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이나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에는 분명히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투약 내역 확인을 의무화하는 등 새로운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의료법, 약사법, 마약류관리법 등 이미 수많은 관련 법률을 통해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있는데 여기서 또다시 처벌이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과잉·중복 입법이자 입법남용일 뿐 이를 통해 실제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 스스로도 환자들의 마약류 투약·이력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실제 임상에서는 위·대장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 때 마약류인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처치나 수술을 위해 프로포폴같은 마약류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때 약물의 사용량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마약류 관리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일선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약을 잃어버렸다”, “통증이 너무 심해 마약류 진통제가 없으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는 식으로 호소하며 의사에게 마약류 의약품 처방을 은근히 강요해 의사들이 마지못해 처방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경우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환자들의 마약류 투약이력을 확인하고 오·남용이 의심되면 법적으로 정당하게 진료나 처방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마약류관리법) 제30조 2항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투약내역을 확인한 결과,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 또는 투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제39조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마약  중독자에게 그 중독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치료하기 위해서 마약 투약을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면 안 된다. 

한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사가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과다 처방 이력을 확인해 인지하고 있으면, 진료를 거부해도 관련법에 의해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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