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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실 분만사고 의료기관 분담률 30% → 10%로 낮아진다
무과실 분만사고 의료기관 분담률 30% → 10%로 낮아진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0.0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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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정부 제안 일단 수용···추후 전액 정부 부담토록 노력할 것”
출산율 감소 막기 위해 난임지원 확대 요청···‘고사 직전 산과’ 대정부 요구안 발표

현행 30%인 분만의료기관의 무과실 의료사고 분담금의 분담률이 앞으로 10%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제48차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재원과 관련해 정부와 합의 내용을 밝혔다.

이날 김재연 회장은 “정부가 보상사업의 90%를 국가가, 나머지 10%를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하되 의료기관 분담금을 분만수가에 반영해 실제로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부분을 없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원칙적으로 10%도 부담할 수 없다고 고수해 왔지만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지난 5년간 답보상태에 있어 이로 인해 의료기관이 현실적으로 손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 보상 재원을 국가가 70%, 분만 의료기관이 30% 분담토록 하고 있다. 의료인에게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고라도 의료인에게 보상 재원 중 일부를 부담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는 그동안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조항을 담은 의료분쟁특례법과 무과실 산부인과 분만사고 보상재원을 전액 국가가 부담토록 하는 법률의 제정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각계의 의견이 충돌해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가 최근 ‘필수의료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의료계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이날 김재연 회장은 “의료기관들의 현실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였지만 앞으론 (10%도 의료기관이 부담하지 않도록) 국회와도 적극 협력해 법률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재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장 출산율 감소 막을 유일한 방법은 난임지원 확대뿐”

이날 산부인과의사회는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난임시술 지원 대상 연령의 철폐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재연 회장은 “초산 평균 연령이 35세에 육박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산모가 점점 더 많아지는 지금 출산율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난임지원을 확대하는 것밖에 없다”며 “의사회가 정부에 누차 난임지원 확대를 주장했지만 정부가 재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중 1명이 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만이 유일하다. 35세 미만 연령층의 출산율도 감소하고 있고, 35세 이상 출산율은 증가해 35%를 기록했다. 혼인 연령이 점점 높아져 고령 산모의 비중이 높아 임신에 어려움을 겪어 출산율 감소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태아 출산과 난임 치료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최근 여성의 혼인 연령이 높아져 난임 환자도 증가하고 있고 이미 정부도 난임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은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이다. 그나마 횟수, 연령에 따라 지원되는 금액도 각각 다르다.

난임시술은 특성상 실패를 거듭하면 수천만 원의 본인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이에 의사회는 “임신을 원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겪는 난임 부부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난임환자의 증가로 인한 효율적인 사업진행을 위해 난임시술비 지원사업이 현재 갖고 있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내년도 난임 지원 예산안을 50억 원으로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난임시술 비용이 대략 1000만 원 남짓임을 고려하면 이는 겨우 500명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21년 난임치료로 출생한 신생아수가 1만4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태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의사회는 “과연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의 예산 부족도 문제다. 이날 김재연 회장은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난임 시술 비용을 5:5로 지원하도록 돼 있는데, 2~3년 전부터 8월만 되면 지자체 예산이 고갈돼버려 난임시술 의료기관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난임시술을 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원치 않는 임신을 증가시키는 정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임신을 원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난임지원사업 확대정책은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사회적, 경제적 차이나 연령별 차별 없는 난임치료비용에 대해 전액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라”고 거듭 주장했다.

◆‘고사 직전’ 산부인과 살리기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

이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고사 직전의 산부인과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재원을 정부가 전액 보담하는 것과 난임시술 지원 확대를 포함한 6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외의 요구사항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대책 마련 △분만수가 현실화 및 분만의료기관 정책기금 마련 △모든 산부인과 보험수가 인상 등이다.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날로 심각해져 현재 우리나라의 분만 의사 평균 연령은 현재 50대 중반이 넘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라져 앞으로 10년 뒤면 분만 의사가 대한민국에 아예 없게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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