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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과잉처방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마약류 과잉처방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9.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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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잘 인지해야···오남용 의심되면 정당하게 ‘진료거부’할 수 있어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통해 환자 마약류 투약 이력 확인 가능

국내 의료용 마약류 투여 환자가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여 작년에만 약 1884만 명, 국민의 2.7명 중 1명이 투여한 것으로 나타나 주무 기관인 식약처는 마약류 처방이 이루어지는 의료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에 의료계에서도 마약류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처방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식약처는 펜타닐·옥시코돈 등 마약류 진통제의 오·남용 처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49개소를 지난 6월20일부터 24일까지 점검한 결과,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한 의료기관 34개소와 환자 16명을 적발·조치한 바 있다. 

주요 위반 내용은 △업무 목적 외 마약류 취급 의심(12개소·수사 의뢰) △마약류 취급내역 보고 위반(27개소·행정처분 의뢰) △저장시설 점검부 미작성 또는 저장기준 미준수(2개소·행정처분 의뢰)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A의원의 경우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27개월 동안 환자 B씨에게 펜타닐 패치(100μg/h)를 총 243회(2430매) 처방·투약한 사례가 확인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마약류 관리 관련법 잘 몰라서 적발···과잉중복 투약 의심되면 진료거부 ‘정당’
이처럼 의료기관들이 마약류 진통제의 오·남용 처방이 의심돼 당국의 단속을 받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마약류 관리 관련법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약을 잃어버렸다”, “통증이 너무 심해 마약류 진통제가 없으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는 식으로 의사에게 마약류 처방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은근한 강요와 협박을 못이겨 의사들은 환자가 이전에 수차례 마약류 투약을 받은 이력을 인지했더라도 마지못해 처방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의사들은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내원한 환자들의 마약류 투약이력을 확인하고 오·남용이 의심되면 정당하게 진료나 처방을 거부할 수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마약류관리법) 제30조 2항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투약내역을 확인한 결과,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 또는 투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제39조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마약  중독자에게 그 중독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치료하기 위해서 마약 투약을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면 안 된다. 

한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사가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과다 처방 이력을 확인해 인지하고 있으면, 진료를 거부해도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의료용 마약을 과다 처방받는 ‘마약류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식약처는 종전까지 프로포폴, 졸피뎀, 식욕억제제에 한정됐던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의 서비스 대상을 작년 3월부터 ‘전체 마약류 의약품’으로 확대했다.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공되는 전문가용 서비스로 의사나 치과의사는 지난 1년 동안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에 접속해 사용자 등록·인증을 활용해 조회·확인할 수 있고,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 처방이나 투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이러한 조회 서비스가 규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론 의사들이 의료용 마약류 처방 오남용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한 서비스인 만큼 목적에 맞게 적극 활용해, 처방 전에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투약 내역을 조회·확인하고 오·남용이 의심될 경우 처방을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마약류 진통제를 과다 처방·투약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식약처에도 정당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식약처의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은 사실관계를 소명을 하는 게 원칙이고 무조건 거부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임상에서 쓰이는 마약류 사용량 주의 깊게 확인해야
이밖에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쓰이는 의료용 마약류의 사용량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실제 임상에서는 위·대장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 때 마약류인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매일매일 약물의 사용량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마약류 관리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일부에서 처치나 수술을 하면서 프로포폴같은 마약류를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때 마약류 의약품이 과도하게 많이 쓰이거나 자주 사용되는 것이 확인돼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

◆‘환자 투약내역 확인 의무화법’ 국회 발의···의료계 “과잉·중복 입법” 지적
현재 국회에는 마약류 처방 시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통한 환자의 투약내역 확인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지난 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에는 분명히 동의하지만 투약 내역 확인까지 의무화하고 새로운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미 지난 2018년 5월부터 ‘의료용마약류 취급의무보고제도’가 시행돼 의료기관, 약국, 동물병원 등에서는 환자에게 조제, 투약하는 마약류 의약품 내역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식약처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이미 의료법, 약사법, 마약류관리법 등 수많은 관련 법률을 통해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처벌 근거가 수두룩한데 또 다시 ‘옥상옥’으로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과잉·중복 입법이자 입법남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좌 이사는 또 “의사들 스스로도 환자들의 마약류 투약·이력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이런 무리한 법안이 나오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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