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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선도분야 로봇수술 이어 '신약·중입자치료'로 암 치료 '앞장'
연세의료원, 선도분야 로봇수술 이어 '신약·중입자치료'로 암 치료 '앞장'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9.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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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서 미래의학 분야 선도 계획 소개
빅데이터·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료 실현, ‘중입자치료’ 내년 3월 도입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 온 연세의료원이 기존 선도 분야인 로봇수술 이외에도 신약 치료와 중입자치료 등 ‘정밀의료’를 통해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 최영홀에서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미래의학 분야 선도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 ‘꿈의 암 치료기’ 중입자치료 국내 첫 도입···내년 3월 시작 

우선 윤 원장은 “내년 3월 국내 최초의 ‘중입자치료’를 시작한다”며 “다시 한 번 새로운 암 치료의 역사를 열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의료원은 1922년 국내 최초로 방사선치료를 시작한 이래 1969년에는 국내 최초의 암센터를 개원하는 등 우리나라 암 치료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윤 원장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된 중입자치료기는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6개 국가의 10여 개 시설에서만 운영 중인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로, 세계에서 16번째로 설치되는 중입자 시설이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국내 병원이 운용 중인 방사선치료나 양성자치료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중입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아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중입자치료의 최대 장점으로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해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 그만큼 우수한 치료효과와 함께 암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에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윤 원장의 진단이다.

또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산소 암세포의 경우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생명력이 강하다보니,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딜 뿐만 아니라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는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이라고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평균 치료 횟수를 낮출 수 있는 비결이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도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 과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의료원은 치료기 3대를 통해 하루 평균 약 5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 

윤 원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하고,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날 경우 소요되는 비용만 1~2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원정 치료를 위해 주로 찾는 일본은 1994년 세계 최초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이미 28년간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며 “연세의료원은 내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함으로써 국내 난치성 암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료’ 실현

이와 함께 윤 원장은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 사이언스와 세포 치료제 등에 기반한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기반 정밀의료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이를 위해 의료원은 ‘카티세포(CAR-T세포,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약제∙바이오마커∙의료기기 개발로 선진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이다. 

게다가 의료원은 정밀의료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곳곳에 디지털 환경을 도입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에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의료원은 현재 세브란스병원부터 강남, 용인, 개원 예정인 송도세브란스병원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에는 디지털헬스실을 신설하며 그 기반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실은 환자 데이터 수집과 함께 연구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AI 의료영상 기업 등과 협업하며 의료 빅데이터 분야도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원은 세브란스병원이 2005년 국내 최초로 도입해 단일기관 세계 최다인 ‘3만례 이상’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로봇수술 분야도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임상 및 교육 분야 이외에도 두산로보틱스와 국산 수술로봇 개발 협약을 맺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캠퍼스 마스터 플랜 수립···공간 효율성↑ 

의료원은 정밀의료 구축을 위해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의료∙교육∙연구 효율성 향상을 위한 공간 환경 구축에도 나선다.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미래 발전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의료원은 크게 의료 클러스터와 연구∙교육 클러스터 등 두 축을 중심으로 그 안에 기능에 맞게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의료 클러스터에는 최고의 환자 치유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교통체계도 정비한다. 연구∙교육 클러스터의 경우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쾌적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용자 중심 공간으로 꾸린다.

이번 마스터 플랜 수립의 바탕에는 의대 신축이 있다. 지난해부터 의대 부지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의대 신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온 의료원은 지난 4월 연세대 법인이사회에서 알렌관 등 부지를 승인받았다. 시설 노후와 연구 공간 부족 등 지속적인 인프라 문제를 겪어 온 연세대 의대는 신축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윤 원장은 “연세의료원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의료기관”이라면서 “환자들이 믿을 수 있는 환경에서 최고의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의료원은 대한민국 ‘최초’라는 자부심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기면서 미래 의료환경을 선도하며 세계로 비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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