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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융모양막염 진단과 치료 소홀히 한 과실 인정돼 손해배상
산모의 융모양막염 진단과 치료 소홀히 한 과실 인정돼 손해배상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9.1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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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사망하고 산모는 만성시부전 피해 입어 1억 2000여만원 배상
의학지식 및 관련 통계 종합하면 정황만으로 융모양막염 예상했어야

산모의 융모양막염 진단과 치료를 소홀히 해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산모에게 만성신부전을 초래한 병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임신주수 21주 5일이 되던 2016년 8월26일 조기양막파수(Premature Rupture of Membrane, PROM)로 개인의원 진료 이후 D병원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가 입원하였는데, 당일 실시된 양수의 바이러스배양검사 및 세균배양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D병원 의료진은 입원 당일부터 A씨에게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로써 예방적 항생제로 알포린(세푸록심나트륨), 후라질(메트로니다졸), 지스로맥스(아지트로마이신) 주사를 투여하였고,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하였으며, 태아심음(태아심박동) 측정, 태아성장 및 태반조기박리 유무 등을 확인하는 조치를 취했다.

9월5일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A씨의 백혈구 수치가 1만7200(정상수치 4000~10000)로 측정됐다. 9월7일 오전에  실시한  혈액검사에서도 백혈구 수치가 높게 측정됐고, D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오후 응급 제왕절개수술의 시행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며 식간 금식을 지시하였다.

의료진은 9월8일 오전 0시 30분쯤 자궁수축억제제인 유토파를 투약하면서 태아심음을 검사하였는데, 태아심음이 ‘170회/분’으로 상승하였고 오전 1시쯤에 실시한 검사에서도 ‘170회~174회/분’으로 상승한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게 생리식염수를 정맥 주사하였다. 오전 2시15분쯤 태아심음이 ‘154회/분’으로 심박동수가 정상범위로 회복됐지만, A씨가 오전 5시35분쯤 갑자기 오한을 호소했고, 태아심음이 소실된 상태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초음파검사를 실시했는데, 태아가 사망했음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오전 8시30분쯤 사망한 태아의 유도분만을 위해 자궁수축제인 옥시토닌을 투여했다. 오전 10시쯤에는 A씨에게 항생제인 타조페란(Tazoperan)을 정맥투여했으나, A씨가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을 호소해 이를 중단했다. A씨는 오후 2시쯤 사망한 태아를 분만했으며, 이후에 호흡곤란, 혈압 감소 등 패혈성 쇼크 증상이 발생했다.

A씨는 질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 패혈성 쇼크 등이 원인이 되어 심장, 간, 췌장, 신장 등 다발성 장기기능부전이 발생했다.

A씨 측은 D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 주장은 의료진이 융모양막염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는 등의 진료상 과실로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A씨에게 만성신부전 등의 장애를 입게 했으며, A씨가 치료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에 의한 선택 기회 또는 A씨의 현 상태를 회피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주장을 보면, A씨가 조기양막파수 산모로서 특히 양수과소증으로 인해 융모양막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D병원 의료진이 융모양막염을 확인하기 위한 양수천자 등의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성을 높이는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하는 등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의 패혈증 의심 증상과 징후, 혈액검사 소견, 자궁내 태아사망을 확인한 즉시 광범위하게 항생제를 투여했어야 하나, 이를 지연한 점을 지적했다.

융모양막염과 자궁내 태아사망의 경우 패혈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각적인 분만을 시행해야 하나, 의료진은 자궁내 태아사망을 확인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유도분만을 시행했고, 응급제왕절개술을 시행했어야 함에도 유도분만을 지속하여 자궁내 태아사망이 확인된 지 8시간이 경과해 사망한 태아를 분만시키고, 그 결과 A씨에게 융모양막염에 의한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초래되게 하는 등의 분만상 과실이 있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1심 재판부(서울동부지법  제13민사부)는 A씨 측의 주장한 융모양막염 진단을 소홀히 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융모양막염의 증상 및 징후는 다른 이유로 설명이 도지 않는 발열, 백혈구 수 증가, 임산부나 태아의 빈맥, 악취가 나는 질분비물, 자궁의 압통 등이다. 융모양막염의 진단이 내려지면 산모의 패혈증 방지를 위해 즉각적인 분만과 광범위한 항생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재판부는 “2016년 9월7일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A씨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범위를 모두 벗어난 점, 의료진이 A씨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할 것에 대비해 환자에게 식간금식을 지시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의료진은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융모양막염의 발병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9월8일 태아심음이 상승하자 새벽 1시쯤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이후 오전 6시쯤 자궁내 태아사망을 확인하고 그 무렵 융모양막염을 진단하기까지 사이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생제 투여 지연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양수 파막에 따른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하고, A씨의 활력 징후 및 태아 상태를 주기적으로 평가했으며, 자궁내 감염이 의심된 이후에도 항생제 투여를 진행한 사실이 인정됐다. 

또 분만시기 지연 및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지 아니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았다. 융모양막염이 진단될 경우 융모양막염으로 인한 염증의 원인을 제거하여 산모의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 즉각적인 분만이 필요하나, ‘즉각적인 분만’이란 지금까지 임신 유지를 위해 진행했던 치료를 모두 중단하고 자연분만 혹은 제왕절개를 통해 임신을 종결한다는 것이지 제왕절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자궁내 태아사망이 확인됐을 당시 A씨에게 패혈증이 발생했다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기는 어려우므로, 의료진이 반드시 즉각적인 제왕절개술을 실시했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병원 측이 A씨에게 1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D병원 측은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에게 나타났던 증상만으로는 융모양막염이나 자궁내 태어사망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A씨의 신기능 손상은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것이므로, 설령 의료진이 융모양막염 진단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과실과 A씨의 신기능 손상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D병원 측의 새로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 의학지식 및 임신 21주 5일째에 조기양막파수를 이유로 D병원에 입원한 A씨와 같이 임신 23주 전에 조기양막파수가 있는 환자 중 약 30~40%에서 융모양막염이 발생한다는 통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D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비록 분만 전에 융모양막염을 확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조기양막파수가 있는 A씨에 대해 발열 뿐 아니라, 혈액 내 백혈구수의 증가, 임산부와 태아의 빈맥 등의 증상을 확인해 주의 깊게 A씨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피고 측 주장을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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