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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도 ‘골든타임’ 내에 치료해야 사망률 감소”
“패혈증도 ‘골든타임’ 내에 치료해야 사망률 감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9.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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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회·질병청 심포지엄···묶음치료 평가·보상체계 필요
국내 사망률 외국에 비해 높아···내년 ‘국내 진료 지침서’ 나온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에게 뇌졸중이 발생했지만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 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마찬가지로 발생 시 반드시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 또 있다면 ‘패혈증’이다. 패혈증은 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몸 안의 면역반응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장기가 망가져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천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이 중 1천100만 명 정도가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생존자들은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국내 패혈증 사망률은 전 세계 패혈증 사망률보다 더 높다. 전 세계 평균 사망률이 약 24%인데, 우리나라의 패혈증 사망률은 28.6%로 여전히 외국에 비해 높은 패혈증 사망률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임채만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질병관리청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균 사망률은 약 39%로 세계 평균의 거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매년 9월 13일은 ‘세계 패혈증의 날’이다. 전 세계 패혈증 관련 단체들이 모인 패혈증 연대가 패혈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서지영)도 지난 2012년부터 ‘세계 패혈증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는 한국패혈증연대를 조직했고, 2019년부터는 패혈증 관련 질병관리청 용역사업을 4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패혈증은 치명률이 매우 높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질병이다. 특히 SSC(Surviving Sepsis Campaign)에서 권고하는 묶음치료를 수행했을 때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3일 오후 3시 질병관리청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패혈증의 현 주소를 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패혈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가장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는 ‘묶음치료’의 수행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국내에 묶음치료 수행률에 대한 평가체계를 도입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수연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국내 지역사회 패혈증은 응급실 방문환자 10만 명당 644건, 병원발생 패혈증은 입원 환자 10만 명당 94건으로 확인됐다”며 “병원발생 패혈증 환자군에서 진단 당시 중증도가 더 높고 중환자실 입원률, 고비용 의료자원 이용빈도 및 사망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패혈증 신속대응체계를 확대, 운영하는 것이 병원 발생 패혈증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은 각각 6.6%, 32.2%, 48.7%로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9∼2014년 3시간 묶음치료 수행률은 18∼43.5%로 나타났고, 이 기간 동안 패혈증 발생률이 증가했음에도 사망률은 감소했다. 이 교수는 “묶음치료 수행률이 낮은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하고, 묶음치료 수행률을 증가시켜 환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묶음치료 수행률 평가 및 보상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묶음치료 수행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전문의 1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패혈증 감시 및 진단을 위한 자동 점수계산 전산시스템 부재 △유산 측정을 위한 현장진단검사 장비 부재 △묶음치료 수행 현장에 항생제 미비 △의사와 간호사 등 패혈증 진료 인력 부족 △패혈증 진단기준 및 패혈증 묶음치료 인식 부족 등이 주요 장애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독일은 물론이고 일본을 비롯한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는 패혈증 치료를 위한 표준화된 진료 지침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합의된 치료 권고문이 존재하고 있다.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다양한 국가들의 패혈증 치료 지침 및 권고문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중환자학회가 주관이 돼 국내 실정에 맞는 패혈증 치료 지침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서지영 대한중환자학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을 위원장으로 해서 결핵 및 호흡기학회, 감염학회, 외과학회, 응급의학회 등의 다양한 학회와 다양한 진료과의 교수들이 참여해 총 24명의 실무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패혈증 진료 지침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패혈증 진료의 표준화 및 치료 질 향상이라는 목적에 맞게 다른 국가의 여러 권고문을 참고하되 기존 국외 지침서와는 다른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지침서를 만들 것”이라면서 “현재 매월 온·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전문 문헌검토기관도 참여할 예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준비를 완료해 내년 9월 13일 ‘세계 패혈증의 날’에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지침서 최종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대한중환자학회 회장은 “지침서를 통해 국내 조기진단과 치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학회는 정부와 패혈증 조기진단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함께 진행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여 표준화된 진단·치료 시스템이 각급 의료기관에 보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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