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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대법원, 맘모톰 판결서 의사·환자 사이의 계약관계 유·무효는 판단 안 해"
정혜승 변호사 "대법원, 맘모톰 판결서 의사·환자 사이의 계약관계 유·무효는 판단 안 해"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9.07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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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실손보험사들, 양수금·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진행 중
과거 여의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대법원 판결 참고해야

지난 8월31일 대법원은 실손보험사의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보험사의 채권자대위 자격이 없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S보험사가 전남 소재 M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이지만 비슷한 유형의 소송들이 다른 보험사들을 통해서도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해당 판결이 하급심에서부터 패소해서 올라갔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양수금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으로 방식을 변환하여 여전히 재판들이 진행 중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 사건을 맡은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를 7일 만나봤다.

Q. 보험사들이 채권자대위에서 패했으니 피보험자들에게 직접 소송을 걸 수 있지 않습니까?

"이론 상으론 가능합니다. 원래 환자들에게 소송을 했어야 되는 게 원칙이었고요.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다뤘던 쟁점이 두개였습니다. 하나가 ‘보험사가 채권자대위 청구를 할 수 있느냐’는 거였는데, 그것이 이번에 판결이 난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환자와 의료기관 간에 임의비급여를 통한 치료라는 계약을 무효화 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보험사가 환자에게 ‘약관상 못 주는 돈이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환자가 병원에 와서 ‘우리가 맺은 진료 계약도 무효’라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바로 두번째 쟁점인 것입니다. 문제는 의료기관이 반사회적으로 나쁜짓을 한 것도 아니고, 치료라는 목적을 이뤘으며, 그에 따른 재료비와 인건비가 들어갔는데 이러한 행위를 무효로 하기는 어렵지요. 이 부분은 이번에 대법원에서 명확하게 판단한 바가 없습니다. 대법원이 앞으로도 이 부분을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Q.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까?

"임의비급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2년입니다. 의료기술은 나날이 새로 발전합니다. 만약에 의사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들어왔고, 외국에서도 다 하고 있는 시술이라면 환자에게 권유해 볼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겠다고 동의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치료가 됐어도 그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2012년에 나왔던 ‘여의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입니다. 2006년에 백혈병 환자와 유족 200여명의 고액 진료비 집단민원으로 촉발된 사건입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들어왔어도, 의료기관과 환자끼리의 동의로 돈을 주고받는 것을 허용해버리면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진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정확하게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진료계약이 무효인지 유효인지는 대법원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환자에게 돈을 받으면 환수해 갈 수 있다는 점만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임의비급여라 할지라도 노력과 시간, 재료 등이 들어갔으면 그 부분에 대한 인정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이번 맘모톰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의사가 치료를 했고 환자가 나았으면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인정돼야 하는 것이지요"

Q. 환자들이 애당초 본인부담으로 해결했으면 되지 않았을까요?

"환자가 100% 본인부담을 했어도, 환자가 진료가 제대로 된 것인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문의해서 임의비급여 확인을 받으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결정하긴 합니다. 그리고 의료기관 입장에선 환자가 실손보험 청구를 하는지 알 턱이 없습니다"

Q. 양수금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데 사건을 몇 건이나 맡고 계시며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십니까?

"제가 맡고 있는 사건들은 병원 21군데입니다. 양수금 소송의 경우 채권양도라는 민법 조문이 있습니다. 앞서 대법원 판결은 보험사가 피보험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채권자대위를 청구한 것이고, 양수금 소송은 피보험자들에게 ‘당신이 의료기관에 채권을 가지고 있으니, 그 채권을 나에게 양수해 달라’면서 채권을 양도 받았다는 서명을 받는 것입니다. 환자가 서명해주면 그것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지요. 최근에 듣기론 보험사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와서 실손보험을 청구할 때 향후 의료기관에 채권이 생길 수 있다며 미리 그 채권을 양도하라는 서명을 받아두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채권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채권을 양도하라는 말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같은 경우 보험사들이 1심에서부터 패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기자님을 때렸을 때 기자님이 직접 저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상관이 없는데, 제가 존재도 모르는 제3자가 와서 저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 손배 청구 재판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어서 보험사들이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Q. 병원 입장에서도 보험사처럼 방어적 수단을 치료시에 환자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까?

"병원 역시 치료할 때 향후 보험사가 요구할 채권과 관련해 문제제기 하지 말아달라고 확인을 받는다고 한들 그것이 민법상으로 유효할지 의문입니다. 임의비급여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개원가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입니다.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알면 환불하라고 하기도 하고, 환자가 알면 반환소송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신기술을 적용하는 임의비급여가 나쁜 행위이고 금지된 일인지는 확정된 바가 없습니다"

Q. 끝으로 재판과 관련해 하실 말씀은?

"소송을 할 때 보험사들 입장에서 정말 진료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환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아서 진료기록을 의료기관으로부터 제출 받을 수 있습니다.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소송을 떠나 이러한 방식이 걱정이 됩니다. 환자들의 기록이 모두 보험사로 넘어가는 것인데, 환자 개인기록이 보험사에 모두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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