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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혈액종양학회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환자들 거주지서 치료 못 받아"
소아혈액종양학회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환자들 거주지서 치료 못 받아"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9.0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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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문의 쏠림 현상으로 중증필수의료 사각지대 발생
"단순히 의사 정원 늘리는 것으론 문제해결 성공 못해"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이하 학회)가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암환자들이 거주지의 병원에서 치료받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에 전문의 수가 집중돼 있는데 기존의 숫자도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6일 학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강원, 경북, 울산 지역은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최근에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울산 지역은 은퇴한 교수 1명이 외래 진료만 시행 중이다)”라며 “또한 4~5명이 있는 지역도 각 병원 별로는 1~2명에 불과한 인원이 근무 중으로 항암 치료 중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6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이다. 이들 중 50%가량이 10년내 은퇴 예정인데,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평균 2.4명이어서 10년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진료의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67명의 전문의 중 29명에 서울에 집중돼 있고 경기 지역이 1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원과 경북 지역은 0명이었고 그 외 지역은 1~2명 수준을 나타냈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의 부재로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드는 상황이고, 소아응급실도 문을 닫게 되면서 소아암 환자들은 열이 나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 시작이 몇 시간이 지연되고 중증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회는 “소아청소년암의 경우 성인암에 비해 완치 생존율이 월등히 높으며, 현재 국내 소아암 환자들의 완치율,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5년 생존율이 약 85%인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그러나 최근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지방 병원에서는 1~2명의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주말도 없이 매일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제공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제공

그러면서 “병원에서 의사를 더 고용하면 되겠지만, 중증 진료를 할 수록 적자인 우리나라 의료보험수가 구조와 소아청소년암 진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전무한 현실에서 어느 병원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으며, 어느 의사도 주말도 없이 혼자서 중증 환자 진료를 책임질 수는 없다”라며 “몇 명 남지 않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이 이러한 현실을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한 소아청소년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국내 소아청소년암 완치율 생존율은 점차 낮아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의사의 절대 수를 늘려 중증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충원하겠다는 단순한 방식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을 의대에 정원 외로 편입시켜 군 필수의료진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는데, 그들 중 군에 필수적인 중증의료과목인 외과,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를 선택해 해당 제도가 폐지됐던 점을 지목했다.

학회는 “이러한 실패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사의 수만 늘려서 필수 혹은 중증의료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라며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국가적인 지원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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