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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점점 부족해지는데···“이럴 때 ‘무수혈’ 수술 꼭 필요”
혈액 점점 부족해지는데···“이럴 때 ‘무수혈’ 수술 꼭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9.06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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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재휘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혈률’···“환자혈액관리(PBM) 도입 필요”

“혈액 부족 문제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의료진들도 무수혈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노재휘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노재휘 교수팀(서유성·최형석·장병웅 무수혈 및 환자혈액관리센터 이정재·정하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국가샘플코호트(NHIS-NSC)의 전국적 데이터 자료를 통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루어진 5만553건의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분석한 결과, 평균 수혈률은 75.5%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8%), 영국(7.5%), 호주(14%)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사실 우리나라의 수술 시 수혈률은 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월등히 높은 편이다. 높은 수혈률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합병증을 일으켜 치료 성공률을 떨어트린다. 이로 인해 재원 일수를 늘려 사회적 비용의 증가도 불러온다. 여기에 더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혈액 부족 사태가 증명하듯이, 앞으로 감염을 우려해 헌혈이 줄고 인구 고령화까지 더해지면 혈액 부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에서 수혈은 거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술을 시작하기 전부터 무조건 혈액을 준비하고 만약 준비가 되지 않으면 수술은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 

“제가 전공의 때만 해도 혈색소 수치가 남자는 10g/dl, 여자는 12g/dl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수혈을 하는 게 거의 공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수혈은 필연적으로 각종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면역체계가 약해져 감기나 폐렴이 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일주일 만에 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의 재원 일수가 더 늘어나며 심지어 사망률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혈은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하는데, 다행히 지금은 트랜드가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노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외국에 비해 이토록 수혈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일종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다. 

“일정 수치에 달했을 때 수혈을 하라고 교과서에 나온 것도 아니지만, 의료진들이 조금만 수치가 떨어져도 수혈을 하는 것은 일단 떨어지면 조바심이 나고 혹시 혈색소 수치가 떨어져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로 인한 법적인 책임을 의료진에게 지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노 교수는 최근에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수혈을 너무 타이트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골절 수술과 인공관절 치환술의 경우에도 수술 3일 후에 혈색소 수치가 최저치로 내려가지만 대부분 1주일 이내에 다시 정상으로 올라간다”며 “이젠 수혈 시행 여부도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앞으로 ‘혈액 부족’ 사태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무수혈 수술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 혈액 보유량은 안정권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전국적으로 혈액이 부족해 중소병원 정형외과에서는 혈액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서 수술이 대거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고, 가족들 간 ‘지정헌혈’을 받는 경우도 속출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에 따라 빈혈인구도 늘어나면 ‘피 부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앞으로 예상되는 ‘피 부족’ 사태에 대비해 출혈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특히 환자혈액관리(PBM)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BM에 따르면 출혈을 줄이기 위해 조혈제(EPO), 정맥 내 철분제제, 자가수혈(셀세이버), 트라넥사민 산(TXA) 주사 등이 쓰인다. 

노재휘 교수는 “우선 가장 익숙한 방법부터 써보면서 출혈을 최소화하면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도 더 좋은 수술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앞으로 더욱 의사들이 수술 시 무수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순천향대서울병원은 지난 2000년도에 무수혈 및 환자혈액관리센터를 개소, 연간 약 500례의 무수혈 및 최소수혈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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