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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8)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8)
  • 의사신문
  • 승인 2022.09.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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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필수의료 살리기’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8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필수의료 살리기’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25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확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내용은 ‘공공정책수가’를 이용하여 뇌동맥류 개두술, 심장수술 등과 같은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응급수술의 수가 인상, 어린이병원, 분만 병원 등 적자가 발생하는 기관에 대한 보상, 분만 수가 인상과 분만 취약지 지원 등을 통한 인프라 회복 방안 및 의료인력 확충 방안으로써 외상·소아심장·감염 등 특수분야 의대생 실습지원과 전공의 지역병원 수련 확대, 중증환자 전담 간호사 양성지원 등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복지부의 발표 내용 이외에 필자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안에 대하여, 기존의 제언 및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자료 들을 종합하여 몇 가지 추가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제안에 앞서 우선적으로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고자 합니다. 

통상 ‘필수의료’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로, 자칫 치료가 지연됐을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로써, 균형적 공급이 어려워 국가의 직접 개입 필요성이 큰 의료영역이라 할 수 있는 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 중환자, 분만, 감염병 등을 보편적으로 필수의료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공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의료는 공적재정이 투입되는 의료행위(publicly funded medical service)로써, 공적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사적의료(private medicine)와는 별개입니다. 즉, 공공의료란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의료기관에서 생산하는 의료가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많은 민간의료기관에서는 필수의료, 의료취약계층 진료, 공중보건의료사업,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익적 성격의 의료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공공의료의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안정적인 필수의료 공급을 위해서는 복지부에서 언급한 정책 이외에 필수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사회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강화 방안 및 신속한 환자 이송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시・군・구 등 행정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필수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하고, '필수의료 추진단'을 발족했다.

그리고 필수의료를 전담할 수 있는 공공병상의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이미 OECD 국가 평균의 약 2.8배인 공급과잉 상태이므로, 병상의 신설보다는 정부가 민간병원을 매입하여 국공립 법인으로 변경한 뒤 이를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병상을 매입하고 병상 관리는 민간에서 하되, 관리운영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의 대안 및 지역별 ‘필수의료거점병원’을 지정하여 필요한 시설, 인력, 장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고 사망률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 할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최근 5년간 의료분쟁 건수는 약 2배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에도 법정 구속이 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우리의 의료현실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는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의료인 역시 안전한 진료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 할 수 있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토록 하는 ‘(가칭)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 신설 및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개정을 통해 분만 뿐만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발생위험이 있는 필수 진료과목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소요되는 분쟁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보상제 도입은 필수의료 전공 기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의료기관 의료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제 도입은 의료분쟁에 대한 국민과 의사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위험도가 높은 필수 의료행위 수가를 가산하고, 의료사고 배상을 위해 국가와 의료기관이 공동 부담하는 기금을 마련함으로써 의료사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건보재정이 아니라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며, 그를 위한 가칭 ‘공공의료기금’ 신설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지금의 제안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면, 근본적으로 대한민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의료 역시 시장논리에 의하여 작동을 하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료 전체를 국가의 통제 시스템 하에서 관리하기보다는, 필수의료 영역에서도 일정 부분 비급여를 인정함으로써, 의료의 자생력 도모 및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수많은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개선도 필요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의 의료환경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바로 의사와 환자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심리적인 연결 고리인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와 존중’이 되살아 날 수 있는 사회·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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