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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상담직원에게 주사처방 지시한 원장에 3개월 면허정지처분
비의료인 상담직원에게 주사처방 지시한 원장에 3개월 면허정지처분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8.29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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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가 휴가를 떠났을 때 의원에 근무하는 비의료인인 상담직원에게 주사를 놓도록 지시한 원장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한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서울에서 ‘C피부과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사로 2019년 4월쯤 이 사건 의원의 간호조무사 E씨의 근무일이 아닌 경우에는 상담직원인 D씨에게 ‘간호조무사 대신 내원 환자에게 주사를 놓아라’라고 지시했다. D씨는 간호사·간호조무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D씨는 A씨의 지시에 따라 2019년 4월10일 이 사건 의원에 내원한 환자 F씨에게 ‘데사메타손’ 주사행위를 한 것을 비롯해 이후 37회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 A씨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00만원의 형사처벌(이하 ‘관련 형사사건’)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10월8일 A씨에게, 관련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A씨가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사유로 3개월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률인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0호, 제27조 제1항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0호는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라고하면서 예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행위유형을 실질을 파악하기 어렵고,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의료인이 직무 위반 시 이에 대한 제재적 행정행위를 하는 요건 규정이 불명확하며,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의 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 또는 비난가능성에 따라 다른 제재 수단의 부과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음에도 그러한 근거가 규정되지 않아 그 처벌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강변했다.

법원(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사 정용석)은 이러한 A씨 측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0호의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에서 ‘이 법’은 의료법을 가리키고, 이하 구절은 해당 의료인의 자격을 정지할 정도로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써 같은 항 제1호 내지 제9호에서 열거한 사유에 준하는 의료법 내지 이에 따른 명령 위반행위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명확성 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과잉금지원칙 위반에 대한 주장 역시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제재는 엄격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의 처분이 “침해의 최소성 내지 법익의 균성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D씨의 무면허 의료행위 횟수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형사사건 수사단계에서 정확히 몇 회의 무면허 의료행위인지 A씨와 D씨가 기억하지 못했고, E씨의 휴가 기간에 근육주사를 처치한 횟수가 60회이며, 이 중 여성 환자만을 추려 37회로 정하고 수사기관에 정해진 것이 그대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는 점이다.

A씨 측은 “D씨에게 모든 여성 환자에 대한 근육주사 처치를 지시한 것이 아니고, 가능한 한 근육주사도 자신이 직접 처치하였으며, 환자가 몰려 혼자서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D씨에게 지시했으므로, 실제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횟수는 37회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라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원인사실에 관해 사실오인 내지 불특정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에서 총 37회에 걸쳐 주사행위와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료법 위반의 범죄사실이 인정됐다는 것을 중시하며 “이 사건 처분의 원인사실에 관해 사실오인 내지 불특정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이전 판례를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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