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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醫 이구동성 "필수의료 살리려면 실질적 대책 필요"
외과醫 이구동성 "필수의료 살리려면 실질적 대책 필요"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8.22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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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총무부회장 "정책적인 자금 지원책 해결 안되면 공염불"
임익강 회장 "개원시 진 빚 10년 지나도 못 갚는 동료 볼 때 마음 아파"
이구진 정책이사 "더 이상 자기 희생과 직업 윤리로 이 문제 못 다뤄"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임익강) 2022년 추계학술대회가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1일 열린 가운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정책적인 자금 지원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세라 외과의사회 총무부회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그동안 국회에서도 필수의료 살리기 토론회를 수 차례 열었고,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출석해 수술실 바닥이 피바다가 된 것을 보여주는 등 현장 상황을 알렸지만, 해당 병원은 매년 10억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현재 방식으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제안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무부회장은 “맹장수술의 의사 행위료가 7만 5003원인데, 그 돈을 받아 가지곤 외과의사가 생존할 수 없다. 더 황당한 것은 개두술(머리를 여는 뇌 수술)을 하는 의사가 대형병원에 없어서 간호사가 사망한 일이 최근 있었는데, 머리 여는 수술이 100만원도 안 되는 행위료로 지탱될 수 있는 병원은 전 세계에 없다”고 했다.

이 총무부회장은 “이러한 원인은 상대가치라는 제도 하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특히나 외과의사가 할 수 있는 행위료를 너무 낮게 책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런 수술을 하는 의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정책적인 자금 지원책을 먼저 마련하고, 외과계 행위료를 증액시킬 수 있는, 또는 필수의료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고는 (다른 대책은) 공염불”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무부회장은 또 ‘보장성 강화’라는 명분 하에 진행된 ‘문재인케어’의 비급여 부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외과의 숨통 중 하나가 비급여이고, 비급여가 없다면 현재의 저수가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그런데 문재인케어가 그 숨통을 조여놨다. 비급여 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맡기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익강 회장은 “외과의사는 손기술과 노동력으로 먹고 사는 블루칼라인데, 실질적인 노동수가가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육체, 정신, 위험이 어우러져 평가받아야 하는데 통괄적으로 노동 시간으로만 수가를 정하다 보니 개원하신 선생님들과 후배님이 개원 당시 진 빚을 10년이 지나도 다 갚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대한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에 필수의료를 살려야 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그림이 잘 안 보인다”며 “필수의료 전담 상담부서가 설치돼 특정 시기에만 이 문제가 대두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가 끝나면 양 기관에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임원들도 외과계의 저수가 문제에 관해 같은 의견을 모았다.

이구진 정책이사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적으로 해결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점점 필수의료나 사람 생명이 직결되는 분야를 회피하고 있다”며 “중환자 다루는 의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법적인 문제 경험을 하지 않은 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이사는 “형사처벌을 받으면 한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의사도 아내와 자식이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더 이상 자기 희생만으로, 직업 윤리만으로 이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최동현 정책부회장은 간담회 말미에 검진기관 내시경분야 인력부문 평가항목 시정을 촉구했다.

검진기관평가는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다. 평가는 일반검진, 영유아검진, 구강검진, 암검진 분야로 나뉜다. 이중 암 건진 평가분야는 진단검사의학 분야, 영상의학 분야, 병리학 분야, 내시경학 분야, 출장검진 분야가 있다. 평가결과가 ‘미흡기관’에 해당될 경우 행정처분조치를 받게 된다. 내시경학 분야는 6부문(인력, 과정, 시설 및 장비, 성과관리, 소독, 진정)에 대해 평가가 이뤄진다.

최 정책부회장은 이중 인력부문에 대한 평가에 있어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최 정책부회장은 “인력부문 평가는 크게 내시경의사의 자격과 연수교육 이수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돼 있고 차등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며 “문제는 내시경의사의 자격이 특정과의 내시경의사 인증의 자격만 인정하고 있고, 연수교육도 특정학회에서 인정하는 연수교육만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전문과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고 일반인들에게도 왜곡된 정보가 제공될 개연성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특정과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내시경의사의 자격사항에 특정과나 특정학회의 인증의 자격 명시를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연수교육 인정은 특정과와 특정학회가 인정하는 연수교육이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평점이 인정되는 전문학회로 수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총 4개 세션(△외과 필수평점 프로그램 △만성질환과 내시경 프로그램 △통증, 미용 프로그램 △유방, 갑상선 등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임 회장은 “사전등록은 400명 안팎으로 집계됐고 현재 학회가 진행 중이라 전체 인원은 미집계 됐다”면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 학회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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