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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익적 목적 있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못해"
대법원 "공익적 목적 있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못해"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8.05 13: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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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유족, 병원 앞에서 담당 의사 명예훼손 혐의 피소
"해당 내용, 의료인의 자질과 태도에 관한 정보 담겨 공익"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담당 의료인인 의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실제 경험한 언행에 대해 자신의 주관적 평가를 담은 전단지를 배포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처벌하지 아니한다며 해당 사건을 하급심으로 파기 환송한 판결이 나왔다.

C씨는 2017년  11월14일 경기도 소재 B병원 정문 앞길에서 “잘못된 만행을 알리고자 합니다!! B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다 돌아가신 A씨의 아들 C입니다. 수술을 한 (중략) 정형외과 D씨라는 의사가 하는 말에 따르면 ‘최초 수술한 E병원은 돌팔이 의사가 수술한 것이 운이 좋아 살았다’라 하고 B병원에서 D씨는 의사 자기가 수술하다 죽은 게 ‘재수가 없어 죽었다’ 이런 막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의사라는 사람이 상식밖의 말을 하는지 B병원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B병원을 찾고 있는 모든 환자와 가족분들께 알리고자 합니다. 이런 형태로 의료 행위를 한다는 것을 반드시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와 수술 경과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첨부한 전단지(이하 ‘이 사건 전단지’)를 병원을 출입하는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배포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D씨의 명예를 훼손했다(이하 ‘쟁점 공소사실’).

원심은 이 사건 전단지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침해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배포한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을 담고 있다면 처벌하지 아니한다며 이를 파기 환송했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사실적시 명예훼손)가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이다. 법원은 ‘진실한 사실’이 세부적으로 진실과 다소 차이가 나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제3부, 재판장 노정희) 재판부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써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라며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C씨는 B병원에서 수술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환자 A씨의 아들이고, D씨는 A씨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이다. 이 사건 전단지는 C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으로서 담당 의료인 D씨와 면담 과정에서 실제 경험한 일과 이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평가를 담고 있다”며 “이 사건 전단지의 주된 취지는 D씨가 의료사고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다는 것으로써,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고, 오히려 주요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C씨가 이 사건 전단지에 ‘잘못된 만행’, ‘막말’, ‘상식 밖의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의료사고에 대응하는 D씨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약간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전단지 내용은 환자가 사망한 의료사고의 발생과 이에 대한 담당 의료인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한 의료소비자의 피해사례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 사고 발생 후 담당 의료인이 사망한 환자의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였다. 이는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서 일탈행위를 한 것이라기 보다는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에서 의료인의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즉 이 사건 전단지 내용이 D씨에게 의료행위를 받고자 하는 환자 등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써,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C씨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전단지를 배포한 목적에 관하여 ‘D씨가 의사로서의 태도에 문제가 있어 책임을 묻고 다른 환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C씨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은 다른 의료소비자에게 의료인인 D씨의 자질과 태도에 관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공공의 이익 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설령 C씨에게 부수적으로 D씨에 대한 원망이나 억울함 등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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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적 목적이 주관적 2023-01-10 02:05:30
자신이 입은 피해를 말하는 것도 공익적인 성과가 있는데 판사하기 나름이라 공익적 목적이라는 말은 너무나 주관적이고, 한 두 명에게 말해도 증거 있음 공연성이라며 명예훼손 되는데 동네방네 입방적으로 소문 다 났어도 그건 증거 없어서 처벌이 안 되는 이런 복불복 불공평한 형사처벌 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게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