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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의사회 "의료서비스 가치 왜곡하는 심평원 환자경험평가 당장 중단하라"
내과의사회 "의료서비스 가치 왜곡하는 심평원 환자경험평가 당장 중단하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8.03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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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평가문항, 개인 주관적 판단 개입되는 등 문제점 나와
4차부터 의원급 확대···"소규모 의료기관 행정부담 늘 것"

대한내과의사회(이하 의사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1년(3차) 환자경험평가 결과’에 대해 “환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견과 가치를 왜곡하는 환자경험평가를 당장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일 의사회는 성명에서 환자경험평가가 “인력과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상급병원에 유리할 수 있고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이 평가대상 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어 의료기관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하나의 방편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심평원의 이번 환자경험평가는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 395개소에서 퇴원한 환자 5만 8297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환자경험평가의 목적은 의료기관이 환자를 존중하고 개인의 필요와 선호, 가치에 상응하는 진료를 제공하는지 국민의 관점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사회는 “(환자경험평가가) 본연의 목적보다 숨은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평가사업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우선 목표 설문 대상 환자는 40여만 명이었지만 응답률은 고작 14.6%로 나타났고 전화 설문으로만 이뤄진 조사로 평가의 대표성 및 신뢰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설문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개인마다 질병력, 치료력, 성향이나 판단기준이 매우 다양한데 이를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또 평가 문항에서도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추었는지,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는지, 위로와 공감을 해주었는지 등의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들이 포함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의사회는 “또한 ‘환자권리보장’영역의 문장 중에는 다른 환자와 비교하여 공평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관한 질문도 있는데 환자들이 진료 이외의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 평가의 객관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병원 환경에 대한 영역도 당연히 의료기관으로써 갖춰야 할 요소이지만 종별 의료기관 간의 편차가 존재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성명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힘든 상황 속에서 의료계는 각종 평가와 인증 때문에 내외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더군다나 심평원이 밝힌 4차 평가에는 병·의원 및 외래경험 평가로 확대한다고 하니 소규모의 의료기관에는 짊어지기 힘든 또 하나의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4차 평가부터 인력과 인프라가 갖춰진 상급병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해 유리한 평가를 갖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명은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가 형성되고 의료의 질적 개선을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선결 조건은 의료인이 최소한으로라도 존중받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의료인은 진료실, 응급실 등의 의료 현장에서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호소했다.

2019년 대한의사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1%의 회원이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고, 그중 15%가 폭력을 당했다. 2018년에는 고 임세원 교수의 살해사건이 터졌고 올해 들어서도 의료기관에선 응급실 흉기 피습, 방화 사건 등이 발생했다.

성명은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을 명시한 법 개정, 정당한 진료 거부권의 보장 등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이 의료진과 환자 각각의 고충을 충분히 파악하고 신뢰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정책을 하루 빨리 수립해야 한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 당국이 의료기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병원평가에 집중하기 보다 의료진이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진료환경의 구축과 의료체계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내과의사회 회원 일동은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개선이라는 명복 아래 시행된 환자경험평가를 객관성이 결여돼 있고 의료기관의 서열화를 조장하며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으로 판단하고 심평원의 평가 확대 계획을 중단하도록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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