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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증제 통해 신경집중치료 중요성 널리 알릴 것”
“첫 인증제 통해 신경집중치료 중요성 널리 알릴 것”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8.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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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정암 대한신경치료집중학회 홍보이사(삼성서울병원 진료조교수)
“일반 중환자와 분리해 치료 시 효과 매우 커···학회서 전문의 수 늘리기 나서”

“신경과 중환자에 대한 집중치료를 통해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집중치료 전문의 수가 점점 줄고 있고 국민들도 대부분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증제를 계기로 더 많은 전문의가 배출되고 중요성도 더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합니다.”

유정암 대한신경치료집중학회 홍보이사(사진, 삼성서울병원 진료조교수)는 지난 27일 오후 의사신문과 만나 신경과 중환자에 대한 집중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오는 11월 학회에서 첫 전문 수련 인증을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회장 석승한)는 우리나라에서 급성 중증 신경계 질환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위한 독립적 신경계 중환자 치료실 운영, 신경계 중환자 의학에 대한 중요성과 전문가 양성이 필요함을 인식한 신경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지난 2006년부터 2년간의 연구모임을 거쳐서 2008년 정식 출범했다. 

이런 노력 끝에 현재 여러 병원에서 신경계 중환자를 돌보기 위한 전담팀이 생겨나고 있고 학회는 대한의학회 정회원으로 가입했을 뿐 아니라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된 영문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경과 중환자 집중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와 의료기관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고 제대로 된 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과 전문인력 역시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로 신경계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신경과 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수련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현재 국내에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하곤 없는 실정이다. 당장 삼성서울병원만 해도 신경집중치료 전문의만을 위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유 교수 혼자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의료진 현황 조사 결과, 국내에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3곳이고 모두 상급종합병원으로 나타났다. 신경과 전공의가 상주하는 병원도 5곳(상급종병 3곳, 종합병원 2곳)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전문의가 각자 담당 환자를 치료하거나 전공의가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 

환자 당 전담간호인력 수는 0.28명으로, 간호인력 1명당 3~4명의 중환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당 전담간호사 수가 0.28명, 종합병원은 0.26명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자체 설문 조사 결과, 독립적인 신경계중환자실 설치에 가장 높은 장벽은 다름아닌 낮은 의료수가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병원 경영진의 인식 부족, 인력수급 문제, 정부 인식 부족, 타과와의 협력 문제를 꼽았다.

그러나 신경집중치료의 효과는 너무나 명백하다.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신경중환자 전문의가 있는 경우에 중환자실 사망률이 0.59배, 병원 사망률이 0.585배 감소했고, 삼성서울병원 연구에서도 외상성뇌손상 환자들에서 중환자실 사망률이 22.9%에서 8.5%로 감소했고, 30일째 사망률은 27.1%에서 11.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실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들
중환자실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들

유 교수는 이에 대해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신경중환자 전문의가 있으면 중환자실 사망률과 병원 입원기간 중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강력한 증거”라면서 “신경과 환자의 특성상 혈압이나 엑스레이 등으로만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계속 환자를 모니터링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신경집중치료의 역사가 무려 50년이 넘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사실 신경과 교수가 회진을 하며 한 환자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길어야 10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제때에 정확히 캐치해서 주치의에게 연락해 적절한 조치를 하는 협업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환자병실 보험 수가가 너무 낮아서 원가보전조차 되지 않고 손실만 발생시키다 보니 병원 입장에선 최소한의 인력과 시설로만 운영하며 유지해 왔는데, 이로 인해 지난 신종 플루 사태 당시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는 참극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후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금씩 수가를 올리기 시작해 현재 중환자 전담 전문의당 수가는 5만원을 좀 넘는다.

유 교수는 “이로써 중환자 병실을 12개만 유지해도 일 년에 억 단위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중환자 담당 의사를 채용할 이유가 생겼고,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가장 쉽게 교수가 되는 방법은 중환자 전문의가 되는 것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 신경집중치료를 세부 전공으로 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신경치료집중학회는 앞으로 신경과 중환자 집중치료를 하는 전문의 수를 늘리기 위해 오는 11월 첫 전문 수련 인증을 시행하기로 했다. 시험응시 자격요건은 대한신경치료집중학회 정회원 및 관련 분야 전공의(준회원)면서 학회에서 주관하는 춘계 및 추계 학술대회 중 1차례를 이수해야 한다. 또 동계 및 하계 아카데미도 2차례 모두 이수해야 한다. 

필기 및 실기 시험은 오는 11월 21일(월)부터 30일(수)까지 시행하며 응시자격 결과는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유정암 교수는 “인증의 제도를 실시하는 것 자체만으로 전문의 수를 늘리는 효과는 물론 신경집중치료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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