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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醫 ‘코로나 애환·사명·보람’ 담긴 재택치료 백서 발간
노원구醫 ‘코로나 애환·사명·보람’ 담긴 재택치료 백서 발간
  • 조은 기자
  • 승인 2022.07.2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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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력과 전문가 협력, 진료·이송시스템 조화 이뤄 성공”
노원구의사회 저, 도서출판 지누, 142p, 1만원

노원구의사회가 지난 100일간의 재택치료 기록을 담은 ‘재택치료 백서’를 최근 발간했다.

노원구의사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재택치료 서울형 모델의 24시간 컨소시엄을 준비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구의사회 자체 개원의로만 재택치료를 진행한 유일한 구다. 재택치료의사 35명, 보건소와 재택치료의사를 연결하는 운영위원(재택치료를 겸함) 5명, 서울시의사회 파견의사 1명으로 움직였다. 

이 책에는 재택치료를 이끈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들은 외래진료를 줄이고 야간당직을 서는 등 육체적으로 고된 만큼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용진 중계우리들의원장은 “하루 확진자가 60만을 넘긴 3월 중순에는 이전 레지던트때 집에 못 가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며 붕 떠 있던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달랐던 것은 그때는 젊었지만 지금은 중년의 저질 체력이라는 것”이라며 “점심에 전화가 밀려 한 손에 햄버거를 든 채로 헤드셋을 끼고 나머지 손은 환자 번호를 누르며 그렇게 몇 달을 지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기회로 환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터득했다”며 “한 번은 88세 독거노인 환자가 전화드릴 때마다 자신을 챙겨주는 게 너무 고맙다며 병원 위치와 이름을 묻더니, 격리가 끝나고 정말 찾아오셨더라”며 “식사 대접을 하겠다며 만 원 한 장을 쥐여 주셨는데 끝내 돈은 돌려드렸지만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화기 너머로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돼 새롭기도 했다”며 “재택치료에 참여한 뒤로 광고 전화라도 받으면 친절하게 받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재택치료자 전화상담을 하고 있는 조문숙 노원구의사회장
재택치료자 전화상담을 하고 있는 조문숙 노원구의사회장

비대면 전화상담인 만큼 우여곡절도 있었다. 응급콜이나 인터넷 병원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오늘 상태는 그저 그렇다’고 답한 환자를 ‘별로 안 좋은가보네요’라고 응수했다가 말꼬투리가 잡혀 대화가 어긋나는 사례도 있었다. 환자는 “아니, 안 좋으니까 안 좋다고 하는 거지. 그리고 ‘그저 그렇다’고 했지, 언제 안 좋다고 했어요?”라며 쏘아붙였다.

김상혁 유정의원장은 “병에 호전이 없음을 걱정하는 의사의 공감이 환자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은 듯했고, 환자는 자신의 상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낀 것 같다”며 “나는 늘 하던 대로 환자의 아픔에 공감했지만, 늘 하던 대로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때는 몰랐다. 대면 진료라면 바로 느껴졌을 표정과 태도가 빠져 있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얼굴을 보고 대화할 땐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등 상황에 맞는 동작과 표정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면 감정이 전달되지 않아 오해와 억측이 커질 수 있다”며 “비대면 정보교환만으로 충분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밖에 팍스로이드 처방 시 환자의 투약 상태나 간·신장 결과 등 의료정보를 얻을 채널이 필요하고, 재택의사에게 진료차트 정리 외 부가적인 행정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의사랑’같은 논차트 프로그램을 연동·개발해 환자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현호 재택치료 운영위원(상계맑은내과의원장)은 “금기약물이 있는 팍스로비드는 처방 전에 대학병원 앱으로 건강검진기록을 확인해야 하는데, 60세 이상 환자들은 본인인증 단계까지 가는 데만 30분이 걸린다”며 “(저는)먹는 약 사진이나 검진기록을 전부 요청했지만, 의사에 따라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던 것으로 안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은 1차 의료기관이 단일 컨소시엄으로 유기적으로 협동하며 수천 명의 노원구 확진자를 돌봤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감염병으로 인한 재택치료는 의료인력을 최대한 사용해야 하므로 1차 기관에서 재택치료를, 2·3차 기관에서 입원환자를 해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호 박상호의원장(서울시의사회 감사)은 “보건의료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활성화할 단초를 마련했고, 의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과 불만의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예측불허의 감염병과 낯선 의료정책이 우리 앞에 도래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진 않겠다”고 전했다. 

조문숙 노원구의사회장(제민통합내과정형외과의원장)은 “재택진료가 전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노원구의사회와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이은주 노원구보건소장의 신뢰와 사명감 덕분”이라며 “국민을 위하는 합리적 행정력과 전문가의 협력, 진료 및 이송시스템이 조화를 이룬 덕에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도 “재택치료 서울형을 통한 구의사회의 참여와 헌신이 전국 동네의원의 신속항원검사, 전화상담·처방, 대면진료로 이어졌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감염병이 재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힘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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