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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면허재교부 신청 거부에 이유제시의무 위반했으니 거부 처분 취소하라"
法 "면허재교부 신청 거부에 이유제시의무 위반했으니 거부 처분 취소하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7.26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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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처분에 근거와 이유 있어야
당사자 반성 모습 뚜렷···공익 달성 위해 再起의 기회 줘야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 재교부를 신청하자 보건복지부가 거부했지만, 법원은 ‘이유제시의무’를 위반했다며 면허재교부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1993년  3월5일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2001년 3월24일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여 서울 강남구 소재 ‘C산부인과’에서 제7산부인과 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3년 2월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업무상과실치사, 사체유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의료법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 1년 6월 및 벌금 300만원의 형을 선고받았다(이하 ‘관련 형사판결’).

A씨와 검사가 모두 항소 하였으나, 2013년 5월30일 그 항소가 모두 기각되어 2013년 6월8일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2014년 2월쯤 징역 1년 6월형의 집행을 종료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은 보건복지부에,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따라 A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한 행정처분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복지부는 2014년 3월5일 A씨에 대한 사전통지 및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2014년 7월쯤 A씨에 대해 관련 형사판결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는 이유로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및 제8조 제4호 등에 근거해 2014년 8월1일부터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A씨는 2017년 8월1일 복지부에 의사면허를 재교부 신청을 했고, 당시 2017년 8월2일자로 작성된 서약서 및 개전(改悛)의 정 확인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2020년 2월26일 ‘2020년 제1회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A씨를 포함한 의사 16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 3명, 간호사 12명에 대한 면허 재교부 여부를 심의·의결하였고, 위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직역별 소위원회 소속 총 7명의 위원 중 6명이 서면심의에 참석하였다. 그 결과, A씨에 대한 면허 재교부 안건에 관하여 위 참석위원 6명 중 5명은 ’불승인‘ 의견을, 나머지 1명은 ’승인‘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2020년 3월2일 위와 같은 심의결과를 반영해 구 의료법 제65조 제2항에 따라 A씨의 면허 재교부 신청을 불승인 하는 거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복지부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A씨에게 교부한 처분서에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하여 행정청의 이유제시의무를 위반한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이 사건 위반행위로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아 2014년 2월까지 그 형의 집행을 종료했으므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하 ‘형실효법’)에 따라 그 형이 실효되어 더 이상 결격사유 또는 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됐고, 2014년 8월1일쯤 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취소처분을 받았으므로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7년 8월1일부터 이미 의료법 제65조 제2항의 의사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도과했으며, 개전의 정이 뚜렷하여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의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5부, 판사 김순열)는 A씨의 주장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몇 명이 불승인 의견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유 때문에 재교부 불승인 된 것인지, 위 위원회는 의료법 제65조 제2항의 요건 중 어느 부분이 흠결된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 전혀 특정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이유제시의무를 위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받은 처벌 등으로 인해 처와 이혼하고, 10년 가까이 의사로 봉직하지 못함에 따라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점도 주목했다. A씨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면서 의사면허가 다시 교부되면 의료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반성문과 의료인 동기와 동료들의 복직 탄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처분으로 입은 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이 이를 통해 복지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작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번 더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여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의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결국 이 사건 처분은 법익 균형성을 상실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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