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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MRI 특수 의료장비 설치 기준안 의료계 '반발'
CT·MRI 특수 의료장비 설치 기준안 의료계 '반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7.2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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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형외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의사회·대한개원의협의회 성명 발표
"접근성만 낮추는 것 의미없어, 불필요한 검사 남발 및 상급종합병원 쏠림 가속화"

정부가 추진중인 '특수의료장비 설치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이 1차 의료기관들의 위축 함께 상급병원 쏠림 현상으로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의 기반을 무너뜨릴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보발협의 개정안을 통해 국민 지출 의료비를 줄이려는 선한 의도는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역시 의료비 증가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수의료장비 설치 인정 기준 개선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현재 시행중인 공동 활용 병상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특수 의료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 CT는 100병상, MRI는 150병상의 자체 병상을 보유하도록해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의 CT, MRI 설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과 병원 이전 시 병상을 줄일 수 없도록 하고 명의가 변경되는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회는 "환자에게 필요한 특수검사(CT, MRI) 가 있다면 그 의료기관이 소규모이건, 대규모이건 시행이 돼야 할 텐데 그 접근성만 낮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소규모 요양기관이 특수검사장비를 설치하게 되면 불필요한 특수검사를 남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약 본 개정안대로 설치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 가중되는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기존에 특수의료장비를 가지고 있는 요양기관들만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환자들의 선택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신규진입하는 의료기관과 의사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행정적 벽에 좌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전달체계의 파탄으로 이미 충분히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수검사를 위한 3개월간의 대기기간이 아니다"라며 "집 앞 의료기관에서 당일 검사를 하고 의학적 소견을 듣는 것이다.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이 시대의 의료에서 CT와 MRI는 이제 문진과 신체검진만큼 중요하다. 병상 수와 같은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설치 여부를 논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타이레놀과 같은 약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게 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대적 흐름은 점점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어찌 이를 거스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최세환)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제시된 개정안은 개선보다는 개악에 가까우며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문제와 20~30년 후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커다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150여개의 자체 병상을 소유한다는 것은 병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병원의 신규 개원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라며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특수의료 장비는 이미 포화에 도달했으며 향후 150병상이하의 병원에서 특수의료 장비는 설치할 수 없다. 이는 1차 의료를 담당해야하는 신규 개원의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 개원중인 의료기관의 특수 의료 장비는 인정되지만, 명의가 바뀌는 양수·양도에서 특수의료장비 이전 역시 금지되므로 유한한 수명을 가진 현 개원의들이 은퇴하면 이들 특수 의료 장비들도 사라지게 된다"며 "이러한 결과로 대학병원을 포함한 일부 종합병원들만이 특수 의료 장비를 보유 할 수 있으며, 수도권과 도시지역에서 조차 CT, MRI 촬영을 위해서 대학병원에 가야만 하는 것을 의미"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의 진료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1차의료의 몰락을 의미하며 ‘한없는 기다림’으로 표현되는 영국식 사회주의 의료 체계를 우리나라에 이식하는 계기가 된다"며 " CT와 MRI를 촬영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찾아야하고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최악의 상상이 현실화되어  의료는 한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그러므로 개정안이 1차 의료를 붕괴시켜 무너뜨리는 근원적 시발점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고 반대했다. 

의사회는 "우리는 개정안이 가져오는 의료 체계의 붕괴와 그로인한 우리나라 의료의 퇴보를 우려할 뿐이다. CT와 MRI는 더 이상 최신 의료장비라고 할 수 없으며, 최초 진단도구로 사용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보편적인 진단도구가 됐다“며 ”21세기에는 21세기적인 사고를 가지고 유연하게 접근하여 의료 전달체계를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개정안대로 설치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1차 의료기관이나 지역 중소병원이 충분히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CT나 MRI 촬영을 위해 무조건 상급병원에 전원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이는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기하급수적으로 부추겨, 1차 의료기관들은 위축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회는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빠르게 받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뿌리 깊은 나무의 역할을 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과 15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의 진료권을 박탈하는 시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100병상 이상의 병원만 CT를, 150병상 이상의 병만 MRI를 보유할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은, 마치 고급 식당에서만 탕수육을 팔 수 있게 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동네 식당에서는 탕수육을 파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전했다. 
 
따라서, “정부는 CT, MRI와 같은 특수 의료장비는 단순히 고비용의 검사장비가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도구임을 명심해야 하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진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진심어린 의견을 경청하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CT와 MRI는 과거와는 달리 이미 청진기 같은 보편적인 필수 진단 장비이다. 결코 의원과 병원 등 의료기관의 종류나 병상 수만 가지고 보유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의료비의 맹목적인 절감을 위해 국민이 정확하고 편리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해치고 대형 병원에만 기득권을 부여하는 행정 독재에 분노하며, 개악에 맞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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