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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건보재정 위기···의료이용 전반 검토 필요”
“5년 후 건보재정 위기···의료이용 전반 검토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7.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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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의료포럼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특강
진료비총액제, 연간공제, 비급여 관리방안 등 시범도입 제안

향후 5년 후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의 심각한 위기가 예상돼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의료이용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보건의료포럼(대표 강청희)이 20일 오후에 개최한 Zoom 특강에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과 경제학적 제언’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에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중요성과 지속가능성 위기의 중대성에 비해 윤석열 정부의 관련 국정과제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은 ‘풍전등화’로 향후 5년 전후로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홍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위생이 강화되고 의료이용 회피로 재정이 양호해졌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빠른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의 급증, 코로나19로 인한 건강문제, 법정 상한 8%인 건강보험료 인상 한계와 국고지원 미흡에 더해 새 정부 과제인 간병비 급여화, 고액진료비 부담 완화까지 확대되면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로 인해 건보재정 지속가능성 이슈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보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홍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국민 의료비 및 의료이용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건수는 16.7건이고 환자당 평균 입원일수는 18.5일로 OECD 평균인 7.1건, 8.2일을 크게 상회하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의료이용 행태가 과도한 것인지 적절한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하고, 아울러 비급여 의료이용이 바람직한 수준인지, 도덕적 해이나 유인수요 문제는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위해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건강보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가성비가 낮은 low-value care에 대해선 본인부담 및 수가를 조정하고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의료비 통제가 가능한 진료비 지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진료비 총액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 국가들의 의료지출이 높은 상황으로 총액제, 연간공제 등을 시범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관리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해 비급여 의료서비스 가격 공개 및 품질 관리 강화, 공사보험연계 기반 의료정책 수립도 필요하다”며 “건강보험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리기 위해 건강보험의 사회보장 측면의 공익적 가치를 추정해서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철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의료의 보편성·공공성 확대에 치중했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는 ‘효율성’ 제고로 이를 통해 균형감을 찾으려는 실용주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보건의료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세부적인 계획 수립 시에는 보건의료영역의 본질과 속성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다양한 관련 주장이 제기됐다.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장은 “새 정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면 필수의료에 대해 제한적 보장률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의료계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환산지수 불공정, 투명성 결여 문제도 먼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구체적인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건강보험제도 개편은 형평성과 중장기적 패러다임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 보건의료의 효율성을 강조함으로써 보편성, 국민건강 등 의료보장의 취지 등을 간과할 수 있음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세 건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보건의료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를 했는데 아무리 해도 공무원들은 절대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앞으로 교수들이 평가한 과제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식 전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민간의료기관이 아닌 공공의료기관에서만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것처럼 개념이 잘못됐다. 사실 건강보험 진료라면 모두 공공의료라고 할 수 있다”며 “여러 공공의료수가에 대해 이렇게 접근을 하면 큰 혼란이 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공공의료에 대해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청희 한국보건의료포럼 대표는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의 의료이고 각자의 자발적인 열정과 의지로 포럼에 참여했기 때문에 보건의료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우리가 도출한 좋은 의견들이 많이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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