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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진료실·조제실 공동사용 위반했다며 업무정지처분한 것 취소
외래진료실·조제실 공동사용 위반했다며 업무정지처분한 것 취소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7.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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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6억 2000만원'·지자체 '2억 원' 환수처분도 취소
"의료법 제33조·39조 따라 공동사용 기준 문제 없어"

정신병원이 외래진료실과 조제실 공동사용 기준을 위반했다며 업무정지처분과 수 억 원의 환수처분을 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법인은 의료기관의 설치·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으로, 1986년쯤부터 남양주시 B에서 정신병원인 C병원(이하 ‘이 사건 대상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1997년쯤 이 사건 병원과 약 107m 떨어진 위치에 시립 정신병원인 D병원(이하 ‘이 사건 시립병원’이라 하고, 이 사건 대상병원과 이 사건 시립병원을 통틀어 ‘이 사건 각 병원’이라 지칭)을 설립했고,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A법인에게 이 사건 시립병원의 운영을 위탁해 왔다.

A법인은 2009년쯤부터 이 사건 대상병원에 설치돼 있던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의 사용을 중단했고, 이후 이 사건 각 병원은 이 사건 시립병원에 위치한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이하 ‘이 사건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해 왔다(이하 ‘쟁점 공동이용’).

보건복지부는 2017년 8월21일부터 2017년 8월25일까지 이 사건 각 병원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A법인에게 이 사건 대상병원과 관련해 ‘요양급여, 의료급여는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 등에서 실시하여야 하나, A법인이 이 사건 대상 병원의 수진자, 수급권자에 대해 이 사건 시립병원의 외래진료실, 조제실에서 진료 및 조제를 한 후 진찰료, 조제·복약지도료 및 약제비 등을 이 사건 대상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함으로써 요양기관, 의료급여기관 외 진료 후 그 요양급여비용,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했다’라는 이유로 2020년 2월19일 국민건강보험법(2020년 12월29일 법률 제17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9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고, 2020년 3월5일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73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이하 위 각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업무정지처분’).

이어서 A법인에 대해 같은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4월23일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6억 2255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을 통보했고, 남영주시장은 같은 달 28일 의료급여법 제23조에 따라 2억 911만원의 의료급여비용 환수결정을 통보했다(이하 이 사건 업무정지처분과 위 각 환수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

A법인 측은 이에 “쟁점 공동이용은 이 사건 대상병원의 의료인이 의료법 제39조 제1항에 다라 이 사건 시립병원 병원장의 동의 하에 이 사건 시립병원의 시설·장비를 이용해 진료한 것이므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설령 쟁점 공동이용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본 법인은 이 사건 대상병원 의료인들로 하여금 역시 의료기관인 이 사건 시립병원에서 의료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제공했는바, 본 법인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해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사결과 이 사건 각 병원 병원장들은 2008년 8월1일 이 사건 각 병원의 병동시설(입원실)을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하는 계약을, 2008년 9월1일 의료장비(소독기, 임상병리, 방사선, 심전도기, 뇌파검사기)를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하는 계약을 각 체결했다.

이 사건 시립병원 병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2009년 4월7일 위 각 계약의 계약서 사본을 제출했고, 2009년 4월13일 공동이용의 대상이 되는 병동시설 및 의료장비도 구체적으로 기재해 제출했다. 해당 공동이용계약 내역을 보면, 이 사건 각 병원의 일반병동과 폐쇄병동 병실 및 병상 전부가 공동이용 대상으로 기재돼 있고, 자동혈구 계산기, 혈액화학자동분석기, 전해질분석기, 심전도기, 뇌파검사기, X-ray촬영장치 등 이 사건 각 병원의 주요 의료장비도 모두 공동이용 대상으로 기재돼 있다.

이 사건 각 병원 병원장들은 위 각 계약에 따라 시설·장비를 공동이용하던 중, 주로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 사건 각 병원의 외래환자들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일원화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이 사건 시립병원 병원장을 2009년 8월쯤부터 이 사건 대상병원의 의료인이 이 사건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을 이 사건 시립병원의 의료인과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A법인은 쟁점 공동이용에 대한 별도의 공동이용계약서 등을 심평원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6부, 판사 이주영)는 “이 사건 각 병원이 심평원에 쟁점 공동이용에 관한 별도의 계약서 등을 미처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쟁점 공동이용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 제3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대상병원의 의료인이 이 사건 시립병원 병원장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시립병원의 시설·장비를 사용한 경우로써 의료인이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업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고, 원고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대상병원의 의료인이 이 사건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에서 실시한 요양급여, 의료급여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제39조 1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의료기관의 시설·장비를 이용해 진료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위 시설·장비 사용을 위한 절차, 방식 등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의료법에서 위 시설·장비의 이용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병원의 외래환자들은 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로서 장애인시설 등에서 정기적으로 승합차 등을 이용해 단체로 이 사건 각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쟁점 공동이용 전에는 소수의 보호자들이 외래환자들을 이 사건 각 병원 환자로 나누어 서로 다른 외래진료실로 데려갔기 때문에 이탈·자해 등의 사고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쟁점 공동이용 후에는 하나의 조제실에서 약을 수령해 귀가할 수 있었으므로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아 이 부분 공동이용을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사정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A법인의 청구를 모두 인용해 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을 취소, 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 남양주시의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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