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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 의료행위'로 자격정지처분 항소심서 뒤집혀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자격정지처분 항소심서 뒤집혀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7.1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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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 "'비도덕적'문구 지나친 확대해석 안돼"
미지정 의료기기라 하여도 안정성·유효성 갖추고 있어

모발이식 환자에게 미지정 의료기기인 접착제를 사용해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의사자격 정지처분을 받은 의사가 항소심에서 처분취소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서울 B구에 위치한 C피부과의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사로, 2016년 11월16일 무모증 치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이하 이 사건 환자)에게 하복부 모발이식수술을 하면서 그 시술부위에 ‘물체 접착용 스프레이’(이하 이 사건 접착제)를 분사해 사용했다(이하 이 사건 문제행위).

이 사건 환자는 이 사건 문제행위로 인해 부정맥, 백혈구 감소증, 상세불명의 모낭염 발생을 호소하며 2018년 2월21일 서울특별시 B구에 △특허 거짓설명 △인체 머리카락·옷·피부에 닿을 시 유해한 사항과 응급처치를 인지한 상태 불법의료행위 △수술 이후 부작용에 대비 지속적인 관리 불이행과 책임회피 등의 사유로 민원(이하 이 사건 민원)을 제기했다.

B구 보건소장은 2018년 4월17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A씨가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할 때) 및 의료법 시행령 제32조(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 제1항 제2호(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했고, 복지부 장관은 같은 해 6월쯤 복수의 학회에 음모 모발이식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접착제 사용 관련 사항 자문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자문 결과를 토대로 B구 보건소장에게 이 사건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접촉피부염 등 인체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모발이식 시술 시 물체 접착용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한 것은 의사에게 기대되는 바람직한 진료행위에 어긋나는 것으로써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진료행위로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서울시는 2018년 9월19일 복지부에 A씨의 이 사건 문제행위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66조에 따른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복지부는 2020년 2월10일 A씨에 대해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했다.

A씨는 2020년 3월12일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부분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이 사건 접착제는 의학적 필요성이 명백히 인정되며,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하며 “이 사건 문제행위는 사회통념상 의사에게 기대되는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 판사 심준보)는 1심의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내려진 의사면허 정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를 면허자격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바,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의미는 더욱 엄격하게 제한해 이해해야 한다”며 A씨의 행위를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환자는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고소했지만 검사는 2019년 12월26일 불기소처분했고, 다시 고등검찰청에 항고했으나, 다른 모발이식 전문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음모 부위 모발이식시술에 이식한 모발을 일시 고정하기 위해 이 사건 접착제를 사용하는 점 등이 확인돼 피해자가 주장하는 부작용 및 증세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는 점을 근거로 다시 불기소처분됐다.

2심 재판부는 “미지정 의료기기를 진료에 사용했다 하여, 이를 일률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판단기준을 충족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며 “의학적으로 상당 수준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갖추고 있거나, 최소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문제행위가 사회통념상 의사가 지녀야 할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심하게 훼손하여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하는 진료행위로서,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를 제외한 나머지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한 행위에 준할 정도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 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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