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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부풀려 수억원 뒷돈 챙긴 병원 관리이사 실형
공사비 부풀려 수억원 뒷돈 챙긴 병원 관리이사 실형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7.06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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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기성금 청구 위해 사문서위조·행사해
"여러 건의 범죄, 단일 범의 하에 저질러 포괄일죄"

공사비를 부풀려 업체에 몰아주고 수억 원의 뒷돈을 챙긴 병원 관리이사가 징역형을 받은 대법원 판결이 지난 6월 나왔다.

피고인 A씨는 2018년 2월 초순쯤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C병원의 관리이사, 피고인 B씨는 2018년 3월29일부터 2019년 3월12일까지 같은 병원의 부이사장이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의료법인 D의료재단으로 C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E씨는 1989년부터 현재까지 병원장 및 D의료재단의 대표이사다.

피고인들은 2017년 5월24일 E씨와의 사이에서 C병원을 65억원에 양수한다는 내용의 투자 약정을 체결했으나 아무런 자력이 없어 인수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7년 12월쯤 E씨와 “F, G씨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부산 부산진구 모처 외 5필지 지상 상가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입해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방식으로 C병원 인수 대금을 지급하되, 다만 E씨를 계속해서 병원장 및 이사장으로 한다”는 취지의 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2018년 3월5일 F씨와의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65억원으로 하여 매수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했고, 이 사건 부동산의 명의 변경 이전에 피고인들이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15억원 상당을 F에게 지급하고, 잔금 50억원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되, 그 대출금 원리금 채무는 피고인들이 변제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3000만원만 지급했음에도 이 사실을 E씨에게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E씨는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47억 6000만원을 대출받아 F에게 지급하는 등 합계 53억 2000만원만을 매매대금으로 지급했다. 대금 11억 8000만원이 미지급된 상태에서 이를 모른 채 E씨와 그 가족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피고인 A씨는 H건축의 I대표를 통해 2018년 12월19일 피해자 J은행 지점에 1차 기성금 청구를 해 5억원을, 2019년 2월1일 2차 기성금 청구해 3억원을 받는 등 합계 8억원을 공사비로 지급받았으나, 실제 공사를 한 것은 3억원 상당에 불과했다. 3차 기성금 청구 당시에는 추가 공사를 한 것이 없었음에도, 2019년 2월22일쯤 불상의 장소에서 ‘제3회 기성금청구서’란 제목으로 ‘C병원 내·외장 리모델링 공사비 명목으로 주식회사 H건축에게 8억 1000만원 상당의 기성금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기성금 청구서를 작성하고, 그 옆에 ‘D의료재단 C병원장’이라고 기재한 후 B씨가 사용하던 대표이사 명의 인감도장을 날인했다. 이들은 같은 날 J은행 지점에서 위와 같이 위조된 사실을 모르는 불상의 직원에게 이를 교부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를 했다. 그러나 인장이 법인인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은행 직원이 지급을 거절해 미수에 그쳤다.

A씨는 단독범행으로 2018년 4월24일쯤 불상의 장소에서 ‘지급보증 각서’란 제목으로 이 사건 부동산 관련 중도금 13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병원 이사장 명의로 하는 위조문서를 작성해 같은 달 28일 F씨에게 교부했다.

A씨는 또 병원 내·외장 리모델링 공사비가 13억원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H건축의 I대표를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공사비 차액을 I대표로부터 돌려받기로 약정하고, 2018년 12월3일 C병원 리모델링 공사를 H건축에 27억원에 도급했다.

A씨는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2018년 12월28일 I대표로부터 자신이 사용하는 계좌로 3억 3000만원을 이체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횡령죄를 범했다. 이 외에도 A씨는 여러 건의 횡령을 범해 합계 5억 3000만원을 횡령했다.

A씨는 재판에서 1차 기성금의 횡령과 2차 기성금의 횡령은 별개의 행위이므로, 이를 포괄일죄로 보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특정재산범죄를 범한 자가 그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 5억원 이상인 때에 가중처벌하고 있다. 여러 건의 업무상횡령 행위가 포괄돼 1죄로 되기 위해서는 그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형태가 같으며, 단일 범의의 발현에 기인하는 일련의 행위라는 조건이 붙는다.

재판부(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 재판장 박현배)는 “H건축이 J은행 지점에 청구해 받은 1, 2차 기성 대출금은 모두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그 발생 원인이 동일한 점, 각 대출금에 대한 변제책임은 D의료재단에 있으므로 피고인의 횡령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D의료재단이 입게 되는 점, I대표의 진술에 따르면 I는 피고인으로부터 ‘금액을 부풀려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차액을 돌려달라’는 말을 듣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I로부터 돌려받은 대출금을 각각 F씨에 대한 이 사건 부동산 매수대금 지급 및 피고인이 운영하는 P의료재단에 송금하는 등의 유사한 용도로 사용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범한 횡령 범행은 모두 단일한 범의 하에서 행해진 것으로 포괄일죄의 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B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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