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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센터 지역편중 심각해"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센터 지역편중 심각해"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7.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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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혈성뇌졸중 환자 20%, 첫번째 방문 병원서 전원 조치
전문의 부족해 중증응급의료센터도 24시간 치료 불가

대한뇌졸중학회(이하 학회, 이사장 배희준)가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前)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뇌졸중센터 인증사업 지속·확장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학회 주최로 국내 뇌졸중치료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효과적인 뇌졸중치료를 위한 정책적 개선 방안을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경복 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뇌졸중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연간 약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체 뇌졸중환자의 78%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환자인 만큼,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점차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장질환과 다르게 뇌경색은 후유증이 남게 되기 때문에, 돈을 벌던 가장이 갑작스럽게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라 돈이 오히려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뇌혈류 장애(뇌혈관의 폐쇄로 인한 허혈뇌졸중, 뇌혈관의 파열로 인한 출혈뇌졸중)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졸중 치료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과 후유장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치료를 가능한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경복 정책이사
이경복 정책이사

이 정책이사는 재관류치료(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하여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연구에서 확인됐다며, 병원 전단계에서 뇌졸중환자를 적절한 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6~2018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20%는 첫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전원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가장 낮은 곳은 제주로 환자의 9.6%, 가장 높은 곳은 전라남도로 절반에 가까운 환자의 44.6%가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서울의대 신경과)은 첫 병원 방문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이유로 뇌졸중 전문의료인력의 부족 및 뇌졸중센터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022년 5월 기준으로 215개가 달한다. 그러나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다. 구급대원이 이송 예방병원에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를 사전 고지하는 비율이 98%에 달하지만, 정보가 뇌졸중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뇌졸중센터가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다. 역설적이게도 노령 인구가 많은 지역은 시설이 부족한 양상을 보인다.

이에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은 “전남·전북·경북·강원 등과 같이 고령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은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라며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역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차 질향상위원장은 “뇌졸중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인다.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약 13~15만원 정도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 병실료 보다 낮다”고 말했다.

차 질향상위원장은 또 신경과 전문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세터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개 밖에 되지 않는다. 30.7%의 응급의료센터에서는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학회는 이런 지역편중 편상 해결을 위해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서비스(EMS)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균형감 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응급의료와 외상의 경우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류의 제정 이후 5년 단위로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지역·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운영으로 전달체계의 구축이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심뇌혈관의 경우 법률 제정은 2016년에 이뤄져 응급의료에 비해 약 20년이 뒤졌다. 또 전달체계의 구축도 전국에 13개 권역센터가 지정돼 있는 수준이다. 이조차도 정부 재정지원이 줄어들었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면 응급의료기금은 2759억원으로 전년대비 12% 증가했다. 암 관련 예산은 1019억원 정도로 편성됐다. 그러나 뇌졸중과 관련된 권역심뇌혈관센터 지원 예산은 71억원 수준이다.

학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대한응급의학과과 함께 오는 2일 공청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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