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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초저수가·불합리한 급여기준 → 국민 피해”
“정형외과 초저수가·불합리한 급여기준 → 국민 피해”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6.2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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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형외과학회 “현실화돼야···산정 불가 치료제는 실가격 보상 필요”
‘백세시대 관절·척추 위한 7가지 생활수칙’ 발표···다빈도 정형외과 질환 순위도

대한정형외과학회가 정형외과의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불합리한 급여기준이 종합병원의 정형외과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고려의대 교수)은 22일 열린 대한정형외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정형외과 수가 현황과 개선방안 및 정책제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형외과 수술의 낮은 원가 보상, 정형외과 질환에 대한 경증 및 단순질환 분류로 인한 저조한 투자, 교수 충원이 힘든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형외과는 그동안 대표적인 ‘잘나가는’ 과로 통했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라는 게 학회 측의 입장이다. 실제로 학회가 전문분석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형외과 다빈도 수술 10개 항목 중 척추고정술만 제외하고 모두 적자로 나타나 원가 대비 평균 마이너스 40%의 손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항목은 인공관절치환술-전치환(슬관절), 간헐적 추간판제거술, 인공관절치환술-전치환(고관절), 사지골절정복술, 인공관절치환술-전치환(슬관절)-복잡, 견봉성형술 및 회전근개파열원술, 십자인대성형술, 건 및 인대성형술, 사지체내고정용금속제거술이다.

한 위원장은 “정형외과는 전문의뿐만 아니라 간호사, 조수 등 보조 인력이 많이 필요해서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고, 특성상 각종 수술기구도 많이 필요해서 재료비도 일반외과와 비교해서도 4~50%나 더 많이 들어가는데 수가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절경 수술재료의 경우 현재 40만 원 정도인데 이는 원가 대비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형외과에 대한 불합리한 급여기준도 문제로 지적됐다. 근골격계 질환 특성상 서로 다른 부위를 복합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도 동시에 수술한 것으로 인정돼 수가가 차감 지급되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예를 들어 요골·척골 수술을 하면 대학병원은 70%, 개인병원은 50%로 수가가 차감된다. 또 개원가의 경우 물리치료가 실제론 복합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한 부위만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120개 항목의 급여기준 개선을 요청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69개 항목에 대해서만 검토하고 급여기준 개선이 아닌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한 위원장은 “동시수술의 경우 수가 100%를 인정하고 현재 산정이 불가능한 치료재료도 실가격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정형외과의 중증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위원장은 “실제로 현재 정형외과의 전문 진료군이 33개 항목밖에 없는데 이는 전체 정형외과 진료의 약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수술이나 입원을 많이 할수록 중증도가 떨어져 상급종병 지정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내과적 질환을 동반한 80세 이상 환자의 수술은 전문 진료질병군으로 지정하는 등 정형외과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이 실행돼야 더 나은 환자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상대가치 점수의 변화가 많았는데, 정형외과는 지난 20년 동안 검사료는 20배가 오른 반면, 수술비는 3배 밖에 오르지 않아서 정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검사하기 위해 수술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승범 위원장은 “현재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은 전체 의료에서 정형외과의 볼륨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에 대한 투자를 날이 갈수록 줄여 인력충원이나 시설투자도 제대로 안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의 교수 충원과 전공의 교육수련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정형외과학회는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을 발표했다. 이는 △관절과 척추가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 취하기 △적절한 체중 유지하기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 신기 △체중부하 운동을 포함한 활동적인 생활 실천하기 △가정에서 낙상 위험 요소 제거하기 △충분한 양의 비타민D 복용하기 △관절 및 척추 통증은 참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검진받기 등이다.

또 최근 5년간 주요 정형외과 질환의 발병 추이를 보고했다. 지난 5년간(2016년~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환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정형외과 질환은 골다공증으로, 무려 31% 늘었다. 지난해 골다공증 입원 및 외래 환자수는 약 112만4000명에 이른다. 코로나 기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2·3위는 각각 어깨병변, 척추협착을 포함하는 기타 척추병증이다. 어깨병변 환자도 코로나와 관계없이 19% 증가했다. 기타 척추병증 환자는 5년간 16% 증가했다. 단, 기타 척추병증 환자의 경우 2020년엔 전년도보다 줄었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을 포함하는 기타 추간판장애, 무릎관절증 등의 정형외과 질환 입원 및 외래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2016년~2019년)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 감소했고,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타 추간판장애는 코로나로 인한 입원 및 외래 환자 수 감소폭이 가장 컸다. 기타 추간판장애 환자 수는 5년간(2016년~2021년) 2% 증가했지만,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하면 4% 감소했다. 

관절 및 척추 질환의 주요한 특징은 생애 전 주기에서 빈발한다는 것이다. 심평원 의료통계정보(2021년)에 따르면 기타 추간판장애는 40대가 1위(45,620명), 50대 2위, 30대와 60대는 각각 3위이다. 20대는 5위로 나타났다. 어깨병변 환자 수는 5060이 5위이고, 무릎관절증은 70대가 3위, 60대가 4위이다 .

이진우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교수)은 “관절 및 척추 질환은 허리와 목, 무릎, 어깨 등의 통증이 주요한 증상인데 이 증상을 무심히 넘겨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통증이 발생하면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아 원인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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