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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 대리수술시킨 산부인과 환수처분 적법"
"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 대리수술시킨 산부인과 환수처분 적법"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6.2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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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구 거리 물리적 알리바이 내세워 무죄 주장
재판부, 다른 경우의 수 고려해 알리바이 인정 안 해

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으로 하여금 수술을 하게 한 산부인과의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환수처분을 내린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병원 측은 해당 영업사원의 ‘카드결제내역’ 알리바이 등을 제시하며 물리적으로 대리수술이 불가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다른 경우의 수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대구 소재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의사다. 공단은 2020년 2월25일 A씨에게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25조에 근거해 ‘A씨가 2010년 5월6일부터 2014년 9월24일까지 총 11회에 걸쳐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의료기기 영업사원) D씨로 하여금 환자 11명에 대해 의료행위를 하게 한 후 환자부담금과 공단부담금 등 합계 2600여만원을 수령했다’는 이유로 해당 금액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했다.

대구지방법원은 A씨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55회에 걸쳐 의료인 자격이 없는 D씨로 하여금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요실금 수술 등을 하게 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면허 없는 사람이 수술하도록 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단으로부터 3900여만원을 지급받아 편취한 혐의에 대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죄 및 사기죄의 범죄사실 등을 인정해 2021년 8월12일 A씨에게 징역 1년 6월 및 벌금 50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선 양형부당을 이유로 징역형이 집행유예를 받았고, 해당 판결은 A씨의 상고가 기각되며 2022년 1월4일 확정됐다. 이 형사판결은 A씨의 이 사건 처분사유에 관한 각 무면허 의료행위 사실이 포함돼 있다.

A씨는 자신이 무면허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P씨의 위 형사사건 증언에 의하면, 수술은 항상 오전 9시 반 정도에 진행됐다. 그런데 부산에 거주하는 D씨가 기차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까지 오는 데에는 대략 2시간 가량이 소요되고, D씨가 사용하는 카드결제내역에 의하면 환자 두 사람(E, G씨)에 대한 진료일인 2014년 2월5일에는 D씨가 오전 9시16분쯤 부산에 있었고, 당시는 D씨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위 환자들에 대한 수술이 진행되는 시간에는 D씨가 병원에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었다.

A씨 측은 또 다른 환자인 J씨에 대한 진료일인 2012년 3월13일에는 D씨가 운전면허를 보유하고는 있었으나, 수술시간인 오전 10시쯤에는 D씨가 부산진우체국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으므로, 당시 이 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2부, 재판관 정용석)는 A씨 측의 주장에 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P씨의 형사사건 진술에서 ‘거의 오전에 수술을 했고, 9시 반에 스케쥴을 많이 잡는다’고 증언했으나, D씨에 의한 대리수술이 2007년 8월31일부터 2015년 4월1일까지 장기간 총 55회의 다수에 걸쳐 행해졌고 이 사건 병원 내 다른 의사에 의한 수술도 매우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바, 수술일지 등의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이상 P씨의 위와 같은 진술에만 기초해 E, G, J에 대한 수술이 모두 오전시간, 특히 9시 반에 진행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씨의 운전면허가 취소됐더라도 타인이 운전하는 차량 등 대중교통이 아닌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해 이 사건 병원에 출근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위 환자들에 대한 수술당시 D씨의 통근시간에 2시간보다 짧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앞서 본 카드사용기록은 D씨의 사용허락 등에 기해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E, G, J에 대한 수술이 있었던 날에 수술참여 이외에 D씨의 구체적인 행적을 알 수 있는 충분한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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