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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빨래·대리운전도 인턴 업무?···병원서 여전해
청소·빨래·대리운전도 인턴 업무?···병원서 여전해
  • 조은 기자
  • 승인 2022.06.1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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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전공의 903명 실태조사 결과
50.8% “수련 무관한 업무 요구받는다”
“과 지원 앞두고 부당업무 거부 불가능”

전공의 수련 1년 차에 해당하는 ‘인턴’의 상당수가 식음료 배달부터 청소나 빨래까지 수련과 무관한 업무를 요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조사 참석이나 수업 대리출석, 대리운전을 시키는 사례도 확인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인턴수련 교과과정 및 근무환경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전공의 903명이 참여했고 이 중 207명은 인턴 신분이었다. 

조사 결과, 인턴의 50.8%가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를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 심사 자료 준비나 엑셀파일 정리 외에 청소나 빨래를 지시하는 곳도 있었고 식음료 배달과 책 반납 등의 잡무도 만연했다. 경조사 참석, 대학원 수업 대리출석, 회식 운전기사 등 사적인 일을 인턴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여전했다.

부당한 업무 지시는 주로 레지던트(90.0%)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지시(29.5%)가 뒤를 이었고 간호사(4.7%)나 펠로우(0.6%)가 수련과 무관한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료=대한전공의협의회
자료=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가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부당업무 지시가 이어졌다. 특정 병원에선 진료과 지원 의향이 있는 인턴들만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수련과 무관한 업무를 시키거나 추가 당직까지 세운 사실이 확인됐다. 

대전협은 “원하는 과 지원을 위해 평가받는 인턴 입장에서 업무를 거절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근로기준법 제77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능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를 혹사하거나 기능 습득과 관계없는 업무에 종사시키지 못한다. 지난 수년간 논란이 된 열정페이가 병원 현장에선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교과과정이나 과별 교육 지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2.7%가 교과과정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고, 49.6%가 과별 획득역량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 수련에서 해당 역량을 다룬다고 답한 인턴은 50.0%에 그쳤다.

대전협은 “훈련된 일반의를 양성하기 위한 인턴 과정이 레지던트 선발 훈련소로 전락했다. 지난 10년 동안 도외시하던 인턴 수련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인턴 교육목표를 명확히 하고 해당 교육 책임자 설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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