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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는 스스로 흉악범죄 의사 면허 취소시키는 것”
“자율규제는 스스로 흉악범죄 의사 면허 취소시키는 것”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6.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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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기영 의협 중앙윤리위원장
결국엔 독립 의사면허관리원 필요···당장은 중윤위에 강력한 권한 줘야
‘솜방망이 처분’ 논란은 최고 수위 징계가 자격정지 3년에 불과하기 때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문가단체’이지만 변협은 스스로 회원에 대한 면허까지 박탈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자율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반면 의협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그만큼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선출된 임기영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중윤위를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높은 기준을 갖고 운영하며 자율규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의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는 동시에 의사 직업윤리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론 의협 산하도 정부 산하도 아닌 독립적인 의사 면허관리기구를 설립·운영해야 한다면서 당장은 중윤위가 그 전 단계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위해 강력한 자율규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흉악범죄를 저지른 비윤리적 회원에 대해선 의사 사회 스스로 의사면허를 취소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율규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위원장과 1문 1답

Q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부분 의협 상임이사회를 통한 징계 요구, 개인에 의한 징계 요구, 혹은 중윤위 자체 인지에 의한 징계로 징계 절차가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전문가 평가제가 시행되면서 각 시도 전문가 평가단이 징계 사건을 제보받거나 인지하여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시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면 시도윤리위원회가 일차 징계를 하고, 그 중에서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건이나 당사자가 시도윤리위 징계 결정에 불복한 사건의 재심을 중윤위가 맡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향후 중윤위는 이처럼 일차 징계가 아닌 시도 윤리위 징계 결정의 재심을 담당하는 기구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나친 비밀주의로 위원회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심의 일정과 대상을 피심의인의 인권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고 공개할 계획이 있나? 

-캐나다의 경우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를 두고 징계대상자에 대한 청문심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사전 고지되며, 일반 시민들의 청문심사 참관과 언론 방송의 자유로운 취재, 중계까지 허락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데 이는 중윤위의 비밀주의 때문이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 인권 침해 등등의 이유로 청문 심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징계 결과 공표까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징계 결과 공표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중윤위도 향후 소송 가능성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심의 일정과 대상, 심의 결과 등을 공개하는 문제는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게 먼저일 것이고 무엇보다 공익을 위한 중윤위의 정당한 징계 업무에 대해서는 국가가 법적으로 보호를 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즉, 징계대상자가 중윤위의 징계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해 주어야 한다.  

Q.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정확한 심의에 어려움이 있는데,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인가?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필요 시 보건소를 대동하여 강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보건소나 관할 관청의 협조가 없으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평가단에 특사경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과연 정부가 의사 사회에 그런 권한을 줄지는 회의적이다. 사실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중윤위에게 보다 큰 징계 권한을 주는 것이다. 현재는 중윤위의 최대 징계 수준이 회원자격정지 3년밖에 되지 않으니 살인, 강간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회원들에 대해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앞으론 영구제명, 제명 등으로 강화하고 더 나아가 실질적인 면허 정지권을 준다면 징계 대상자들도 중윤위의 징계 절차를 가볍게 보지 못하고 징계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Q. 9년째 비의료인이 윤리위원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달라진 점은?

-현재 4명의 비의료인 위원 중 2명은 변호사, 한 명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공직자, 다른 한 명은 언론인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호사 위원은 징계 절차에 있어 구체적인 법률적 조언은 물론 변협의 회원 징계 사례 등을 통해 징계 결정에 중요한 레퍼런스를 제공, 징계 결정문 작성 등을 맡고 있다. 전 차관 위원은 행정 처분에 관한 사항이나 기타 보건복지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 큰 도움을 주고, 언론계 위원은 사회적 시각에서 귀중한 의견을 주는 등 의료인이 놓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주고 있다.  

Q. 최근 중윤위가 새로 구성되면서 여성 위원과 의학회 추천 의료윤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전체 의사 중 여자 의사의 수가 약 28% 정도다. 대통령령에 남녀비율을 고려해 중윤위 위원을 구성하도록 돼 있는 것을 따른다면 11명의 위원 중 최소 3-4명은 여성위원이 임명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중윤위 구성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도 중윤위 규정에 여성 비율을 명시하도록 권고했고 의협 회장도 이에 동의한 상황이다. 
의료윤리 전문가를 모시는 방법은 기존처럼 대한의학회의 추천을 받아 집행부 제청 1명, 대의원회 제청 1명 모두 2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방법이 있고, 현재 중윤위 규정에 의거,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규정에는 있지만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연구위원회와 조사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 이를 위해 우선 중윤위 예산에 해당 예산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Q.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으로 중윤위에 회부돼도, 심사 기간이 매우 길어 실효성이 없고 중윤위의 처분 역시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실은 중윤위가 솜방망이 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규정에 따른 최고 수위 징계가 자격정지 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해서 중형이 확정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럴꺼면 차라리 징계를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징계 종류 및 징계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사 기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중윤위가 법률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징계대상자가 민·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대상자 거의 모두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윤위 출석은 물론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으며, 재판 절차가 완전히 종결되기 이전, 즉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에 중윤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강하게 반발을 하고 결정에 불복하거나 심지어 소송을 운운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징계 담당 기구는 1심 법원으로 인정받고, 그 결정의 권위도 충분히 보호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원만이 정당한 징계권을 가진 유일한 기구인 것처럼 기능하는 것이 큰 문제다.

Q. 최근 범죄 의사들이 잇달아 조명되면서 일명 ‘의사 면허 취소법’에 대한 찬성여론이 커졌다. 이로 인해 의협이 제시한 의사면허관리원(가칭) 설립도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의사 사회에서 제거하는 것이 바로 자율 규제, 자율 정화다. 대다수인 선량한 의사들은 그런 의사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안된다. 다만, 면허 취소의 주체는 반드시 우리 의사들 자신이어야 한다. 사회는 선량한 의사들의 자율 규제, 자율 정화 의지를 믿고, 의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비장한 각오로 자율 규제를 강력하게 수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국과 같이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운영하는 것이고, 지금 당장은 중윤위가 그 전 단계로서 자율 규제 기능을 좀 더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Q. 과거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의 칼럼을 두고 최대집 집행부가 중윤위에 제소하면서 중윤위가 지나치게 집행부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실 중윤위는 집행부에 휘둘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중윤위 제소는 누구나 가능해서 일반인들의 제소로 징계 절차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김윤 교수의 칼럼 문제는 중윤위에서 한번 다루어 볼 필요가 있었다. 의사가 언론매체를 통해 왜곡된 내용으로 동료의사나 의료계 전체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 대부분의 의사가 리베이트로 도둑질하는 것처럼 칼럼에 기고하는 것을 과연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묵과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환자 간의 신뢰관계를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것인가는 치열하게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환자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기자에게 말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행동인지. 잔인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SNS에 환자 몸에 난 상처들을 일일이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환자 비밀보호 위반은 아닌지도 중윤위가 따져봐야 한다. 더 바람직하게는 중윤위 산하의 연구위원회에서 의학윤리 전문가들이 모든 사례를 검토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의협의 스탠다드, 오피니언, 아노테이션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중윤위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독립성을 지켜갈 것이다. 다만 중윤위가 전문성을 키워 나가고 의사 윤리에 관한한 가장 권위 있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Q. 면허관리기구나 자율징계권과 관련해 중윤위가 준비하고 있는 구체적 사항이 있는지?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의협 차원에서 추진하며 중윤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의사 사회가 자율 규제 의지와 그 실천 노력을 국민과 정부에게 보여 주어야 하고 이를 중윤위가 주도해야 한다. 저는 일차적으로는 전문가 평가제에서 합의된 중윤위의 행정처분 요구, 즉 일년 이내의 면허정지 요구를 약속대로 보건복지부가 100% 수용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중윤위의 규정 개정, 조직 강화 등을 통해 자율 규제를 위한 노력을 쉼 없이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본의 유학자 하야시 줏사이는 “작은 선은 큰 악과 같고, 큰 선은 비정함을 닮았다”고 말했다. 의사 사회가 비윤리적 행동을 한 회원들을 단지 동료라는 이유로 감싸 준다면 그것은 큰 악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의권 수호, 즉 전문가적 자율권이라는 큰 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비정한 결심을 해야만 하는데 그게 바로 중윤위라고 생각한다. 회원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중윤위를 신뢰하고 응원하고 보호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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