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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결렬에 의료계 ‘토사구팽’ 반발 거세진다
수가협상 결렬에 의료계 ‘토사구팽’ 반발 거세진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6.0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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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신경과·신경외과醫, 규탄 성명 발표
“의료계 희생만 강요···팬데믹 정리되니 손절하나”
“전향적으로 재협상해야”···SGR모형 폐기 등 촉구
지난 1일 최종협상결과 보고 준비를 하는 공단 제3차 재정운영위원회
지난 1일 최종협상결과 보고 준비를 하는 공단 제3차 재정운영위원회

내년도 의원 유형의 요양급여비용 수가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는 9일 성명서를 통해 “매해 반복되는 낮은 수가 인상률로 언제까지 의사들은 좌절해야 하느냐”며 “이번 수가 협상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하루 빨리 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인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로 협상을 재개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마무리된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협상에서는 병원(1.6%)과 치과(2.5%), 약국(3.6%), 조산원 (4.0%), 보건기관(2.8%) 등 5개 유형은 건강보험공단과 협상이 체결된 반면, 의원(최종 2.1%)과 한방(최종 3.0%) 유형은 난항 끝에 협상이 결렬됐다.

의사회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가보전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역사적으로 의사들의 희생을 꾸준히 강요해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2.37%, 2.29%, 1.99%, 2.09%, 1.98%의 인상에만 그친 수가 상승률은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는 의사들의 진료 의욕을 마지막까지 무너뜨렸다는 게 의사회의 지적이다.

이어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전염병의 최전선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대한민국 1차 의료인에 대해서 작은 보답을 기대했으나, 이 정부의 답은 2.1% 인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의사회는 “‘코로나로 인해 개원가가 수혜를 입었다’는 건강보험공단의 주장은 뒷받침하는 하등의 근거도 없을뿐더러 의사들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비통한 마음이 차오르게 한다”며 “당신들이 바라는 것이 이런 것이냐”고 공단에 반문했다. 

또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4.2%에 이를 것이라는 KDI의 전망도, 최근 5년간 44.6%의 최저임금상승률도 건강보험공단의 무자비한 강요를 막을 수 없는 것이냐”며 “수가 협상에서 공단이 제시한 의원 수가 인상률 2.1%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사회는 “2.6%에서 2.1%로 낮아진 결과뿐 아니라 SGR 모형의 선택적 적용을 통한 인상률 도출이라는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으며, 이는 공급자의 의견을 아예 묵살하는 비겁한 방법”이라며 “협상이라 함은 해당 당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인데, 재정운영위원회가 정한 밴드 내에서 공급자 간 비교를 통해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도저히 협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비판도 내놨다. 

이들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가 공급자인 의사들을 향한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다시 임하지 않을 경우 결사 항전의 각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과 의사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인 수가협상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헌신한 의료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윤웅용)는 “SGR 모형은 거시지표의 선택과 목표 진료비 산출 적용 시점에 따른 격차 발생, 장기간 누적치 사용에 따른 과대(과소) 편향 가능성, 산출 결과의 실효성 문제 등으로 미국에서도 영구 폐기한 수가 산출 모형”이라며 “공단은 올해도 SGR 모형을 적용하며, 수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단의 재정운영위는 협상 종료일에서야 밴드 ‘이중장부’를 공개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의원 유형만 대폭 삭감해 그 재정을 다른 유형에 배당하는, 즉 서로 협력해야 할 의료인 직역들끼리의 내부 갈등을 유도하는 비열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공단 재정운영위에 공급자 단체도 참여하도록 개선 △수가협상 결렬에 따른 페널티를 공급자 단체 뿐 아니라 공단 재정운영위에도 부여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정심에서는 형식적인 논의를 거쳐 결국 공단 재정운영위가 제시한 인상률로 결정되는 만큼 소통 없는 결정 구조 개선 △불합리한 SGR 모형은 폐기하고 최소한의 최저임금 인상률 및 물가 인상률이 자동으로 반영되는 기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기관의 생존과 직결되는 수가 협상에서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수가 협상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원활하고 적절하게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는 결말로 귀결될 것”이라며 “‘갑’의 위치에서 공급자 단체를 수가협상 과정 내내 협박하고 모멸한 공단 재정운영위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구조적으로 잘못된 수가협상 과정을 바꾸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전날에는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최세환)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는 봉사와 희생이라는 윤리적 무기를 이용해 의료계에 손을 벌렸지만, 상황이 정리돼 가는 지금 의료계를 손절하려하고 있다”며 “사냥이 끝나면 개는 버려진다. 작금의 수가 협상을 이것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우리나라 의료에 있어서 수가는 모든 문제의 시작이고 해결책이고 동시에 결과”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 직역 간의 갈등, 보건의료 노조의 투쟁 등 이 모든 것은 비용 지불의 주체와 객체 문제로 귀결되며, 결국 저수가라는 근원적 문제로 집약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항상 그래왔듯이 수가 협상에 있어서 정부의 자세는 일방 통고에 가까웠으며, 의료계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거창한 공공성 강화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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