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저수가와 강한 규제, 민간의료의 공공사업 참여 저해”
“저수가와 강한 규제, 민간의료의 공공사업 참여 저해”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05.23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일 서울시의사회날 심포지엄서 ‘포스트코로나 보건소·동네의원 역할’ 논의
보건소 측 “공공의료 정책에서 의사 주도권 잃지 않아야···적극 참여 필요”
의원 측 “현장 이해 부족한 정책에 의료계 지쳐있어···보상책 마련돼야”

5월 21일 열린 제20회 서울시의사회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코로나 이후 동네 의원과 보건소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보건소 측에서는 “지역의료기관 등 민간병원과 보건소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고, 민간의원이 공공의료 및 보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의원 측에서는 “민간의료가 공공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수가를 인상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제발표를 통해 이인영 전 강북구보건소장은 “신종 감염병 출현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보건소가 최소한의 진료 기능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소는 한국전쟁 직후 설립되기 시작해 시대별 사회적 요구에 따라 그 주요 기능을 달리해왔다. 현대사에 들어 가장 큰 전환점은 1995년 보건소법의 지역보건법 개정과, 국민건강증진법의 제정이다. 이전까지는 방역과 접종 두 가지 역할만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인식되던 보건소는 1995년 이후 국민 건강증진 위주 사업을 주로 실시하며 감염관리 기능을 최소화 했다.

그러나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총 세 차례의 신종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소의 감염관리 역할도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해서 보건소가 진료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보건소 측의 입장이다.

이인영 전 소장은 “보건소가 지역 주민의 진료, 검진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라며 “보건소가 최소한의 진료 업무를 계속 해야만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접근성이 낙후된 지역에는 보건소 지소를 확대 설치해 지역통합의료서비스와 만성질환 취약계층 관리를 중심으로 진료를 제공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공보·정보통신 부회장은 “정부의 심한 규제가 민간의료의 공공보건사업 참여 의지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 재택치료 등 코로나 대응에 있어 수많은 매뉴얼에 따라야 하고, 그에 벗어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시스템 때문에 동네 의사들이 코로나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했다는 것이다.

이세라 부회장은 “먹는 치료제 의원급 처방에 있어서도 규제가 많았다.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되고, 아닌 곳은 안 되고 하는 등 혼란도 많았다. 포장 박스가 아닌 유닛에 적힌 백신 유효기간을 따랐다가 접종기관 취소를 당한 곳도 있다”며 “공무원들이 의료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이해해줘야 의료진들이 공공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의료가 정부 공공의료 정책에 냉소적인 것은 저수가가 근원이다”라고 지적했다. 극도의 통제 정책과 더불어 원가 이하의 저수가 정책이 민간의료의 공공사업 참여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세라 부회장은 “수가 보전, 인상 요구는 민간의료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며 “고질적인 저수가에 병의원들이 비급여 활로를 찾자 비급여 보고 제도로 규제하고, 코로나 관련 수가도 하루아침에 30% 이상 삭감하는 등 일차의료기관에 불리한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망률이 높은 국가 대부분이 사회주의 의료를 하고 있는 유럽 국가”라며 “이같은 통계가 강력한 의료 규제와 공공의료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에서는 공공의료사업에 민간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일단 사업에 진입해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수가, 인센티브 등 보상책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종희 서울북부병원 보건의료복지 통합지원센터 공공의료팀 센터장은 “보건소 진료가 절대 지역의료기관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며 “의사단체는 보건소와 대립관계에 있다고 보지 말고 당장 유인책이 없더라도 공공보건사업에 참여해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건세 건국대 의전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기관인 ‘방문간호스테이션’을 일례로 들면서 간호법을 둘러싼 의사-간호사 대치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일본에서는 방문간호사업이 의사와의 협업 체계에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사회도 커뮤니티 케어 도입 당시 대대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적절한 지점을 찾아 타협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의사회가 방문간호스테이션 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의사회원이 처방 지시서를 발급하고 수가도 인정 받아 수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건세 교수는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 법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들은 저수가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상황에서 또 수익에 도움되지 않는 공공보건에 참여하라고 하니 불만이 많겠지만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방문보건사업은 이미 간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당장 이익이 안 되더라도 사업에 진입해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연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지난 전공의 파업 등 의사들이 파업이라는 과격 행위까지 하게 된 이유는 정부와 국회의 보건의료 정책 결정 방식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의료현장과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 견해에 커다란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중 드러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고질적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수와 병상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전체 인력을 증원하고자 하는 등 동상이몽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서연주 이사는 “공공의료가 제대로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적 토대 확충을 바탕으로 중앙과 지방정부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는 지역간 의료자원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투자를 통해 공공의료기관을 지역 내 필수의료 책임 기관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공 안전망을 확충하려면 일차의료기관을 비롯한 민간병원의 참여 확대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 수가 개편 등 유인 체계와 보상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