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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반대하는 의료계 함성 여의도 광장 뒤덮다
간호법 제정 반대하는 의료계 함성 여의도 광장 뒤덮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5.22 16: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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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전국 의사-간무사 공동궐기대회에 7천여 명 모여···이필수 회장도 ‘삭발’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해 보건의료체계 무너트려···모든 보건직역 처우 개선 필요”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무너트리는 일명 ‘간호단독법’ 제정에 반대하는 전국의 의사와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직역들의 함성이 또다시 여의도 광장을 뒤덮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곽지연)는 22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5월 17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합의 없이 간호법을 단독 상정해 강행 통과시켜 앞으로 최종 입법까지 법사위와 본회의만 남아 있는 것에 반발해 또다시 긴급하게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간호협회를 제외하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직역단체 관계자 7천여 명이 전국에서 참석했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을 제정하면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져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만약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모든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필수 회장은 “지난 일요일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에 이어 1주일 만에, 전국의 의사와 간호조무사는 물론이고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보건의료 관련 단체장들이 함께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 개정안은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타 보건의료 직역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법안이다. 현행 의료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직역들의 협업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지만 의료법과 별개로 간호법이 제정돼 버리면 기존 질서에 심각한 균열과 파장이 초래되고 결국엔 국민건강을 지키는 법과 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대혼란의 어려움 속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 낸 주인공은 간호사만이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직역이 사명감 하나로 진료의 최전선에서 분투해 왔다”며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오직 간호사에게만 고생하고 헌신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필수 회장은 “남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간절히 희망하며, 만약 간호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다면, 14만 의사와 85만 간호조무사들 그리고 우리와 연대하는 보건의료단체 구성원 모두가 대대적인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이로 인해 전국의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곽 회장은 “수적 우세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행동에 전국의 85만 간무협 회원들은 깊은 절망감과 뜨거운 분노를 느낀다”며 “간무협 법정단체 전환 내용이 있어서 수혜자라고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우리 권리이지 선물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연히 없어져야 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은 그대로 남아 있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며, 간호법 적용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돼 앞으로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곽 회장은 국회 법사위원들에게 “간호법을 상정하지 말고 보건복지위에서 재논의하게 해 달라.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오늘 궐기대회에 참석한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모두 간호사에 비해 상대적 약자로 고유의 업무영역을 간호사에 뺏길까 늘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희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제발 귀담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무협 역시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보건의료단체와 연대해 끝까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이필수 회장과 곽지연 회장은 다수당의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기습적인 시도에 저항하고, 결사 저지할 것이라는 결심을 천명하기 위해 삭발을 단행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개최한 ‘간호법 철회 촉구 서울시의사회 대표자 궐기대회’에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 삭발을 단행한 데 이어 양 단체 회장도 삭발을 단행한 것이다. 또 전국의 회원들의 간호법 반대 의지를 담은 애드벌룬을 굴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양 단체 회장 외에 다른 협회 주요 관계자들과 타 보건의료직역단체를 대표한 관계자들도 이날 단상에 올라 ‘간호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민주당이 간협에 어떤 발목이 잡혀 이렇게 날치기로 악법을 통과시켜야 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 위기에 간호사만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조무사 그리고 모든 의료인이 하나되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피땀 흘리며 사투를 벌였는데, 간호사 집단은 모든 공을 자신들에게 돌리며 의료계의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며 “간호사만의 처우 개선이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의료인 모두의 처우가 개선돼야 국민의 건강 보호 증진과 생명 보호에 직접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국민건강과 국가 보건의료를 위해서 간호단독법이 필요하다면 의사법, 간호조무사법, 임상병리사법, 방사선사법, 응급구조사법 등도 필요한 것 아닌가”라면서 “앞으로 보건의료 10개 단체는 하나가 되어 이 나라의 보건의료를 지켜 내고자 단체행동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를 살리기 위해 잠시 멈출 수도 있지만 간호단독법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래를 위해 막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료계를 갈라치기하는 간호 악법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간호법이라면서 간호조무사의 권리는 과연 어디에 있나”라면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비례원칙의 어느 요건도 갖추지 못한 간호 악법을 통과시킨다면 곧바로 법률 통폐합 주장으로 맞서고, 위헌 소송으로 끝까지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국민의료의 근간인 의료법을 제쳐 놓고 간호사만을 특별 대우하는 법안을 간호사단체가 고집하고 있는 이유와, 여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국회를 이해할 수 없다. 이로 인한 국민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면서 “국회는 이제라도 잘못을 인지하고 부디 간호법안을 정확히 검토하여 제정논의를 중단하고, 보건의료인력 모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시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사업이사는 “저희 응급구조사 직군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인력 중 가장 뒤늦게 탄생한 직군으로 가장 소수이기도 하며, 그간 30여 년의 역사 동안 간호협회의 수없이 많은 탄압과 근거 없는 반대에 직격탄을 맞고, 직군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의 순간에 있다”며 “간호사 독식 구조를 완성할, 이에 의해 간호인건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 자명한 간호법을 깊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인호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우리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며 “간호악법 제정 진행을 즉시 중단하고, 폐기할 것을 국회에 엄중히 주문한다. 간호악법이 스스로 철회될 수 있도록 모든 투쟁과정에서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이필수 회장과 곽지연 회장은 삭발을 단행한 후 공동 결의문을 채택한다고 알렸다. 결의문을 통해 국회에 대해 앞으로의 입법 절차에서 간호단독법의 불합리성과 부당함을 정확히 판단하여 법안을 철회시킬 것을 촉구했다. 또 만약 법안 통과를 강행한다면 전국 의사와 간호조무사, 10개 단체 구성원들은 엄중한 심판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전국의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간호법 저지에 뜻을 함께하는 보건의료단체가 간호악법 저지투쟁을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국회의 입법독주에 대응하여 총궐기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궐기대회의 마지막 순서로는 행사가 개최된 여의도 공원에서 국회의사당 정문 앞까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가두시위를 펼치고 폐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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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계 2022-06-09 15:24:30
오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