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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전 제재 안했는데 검진비 전액 환수는 지나쳐"
법원 "사전 제재 안했는데 검진비 전액 환수는 지나쳐"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4.2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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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암검진 의원 식약처 지정 소독제 안썼다고 환수처분
재판부 "처분사유 인정되나 각 제품 소독기준에 모두 부합"
"위탁검진비용 환수처분은 공단에 권한 없어" 처분 취소

암검진을 실시한 의원이 식약처가 정한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암검진비용을 환수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이 이를 취소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판사 정용석)은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이 원고에게 한 1800만원의 건강검진비용 환수처분 및 168만원의 위탁검진비용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단은 서울 소재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의 의원을 구 암검진 실시기준 제13조 제1항에 따라 현지확인을 했다. 현지확인 결과 A씨 의원은 2017년 5월1일부터 2017년 12월14일까지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면서 내시경 기구의 세척 및 소독을 실시할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신고)된 소독제 또는 소독지침에 적합한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위반사항이 있다고 판단됐다. 이에 공단은 2019년 12월17일 A씨에 대해 상기 각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사용한 소독제품은 페라산, 페라스타Q, 박트제로이다. A씨는 공단 측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각 신청은 각하 및 기각됐다.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A씨는 “건보공단의 현지확인 및 각 처분 과정에서 2017년 12월22일부터 개정 시행된 의료기관 사용기구 및 물품 소독지침(이하 소독지침) 제4조 3항을 소급해 적용했다”며 자신이 소독제품을 사용한 기간은 해당 지침이 적용되기 전이었던 점을 피력했다.

구(舊) 소독지침 제4조 제3항의 ‘멸균 및 소독에 사용하는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FDA, 유럽CE, 일본 후생성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따로 인정하는 기관에서 인증(허가, 신고, 등록 등 포함)을 득한 것이어야 한다. 다만, 사용시에는 제조회사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선 ‘멸균 및 소독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 및 허가받은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을 사용하여야 하고, 각 제품의 사용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등으로 변경됐다.

A씨는 공단 측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관리나 감독,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과 환자들에게 문제가 발생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관련 처분들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 측이 소독지침 제4조 제3항을 소급 적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피고가 현지확인 당시 원고에게 제시한 ‘확인서’에 근거 법령으로 개정 지침 제4조가 명시돼 있던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각 처분 당시 ‘이 사건 각 소독제품이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유가 아니라 ‘소독지침에 적합한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유를 제시했다”며 확인서 상의 ‘개정’을 단순 오기(誤記)로 보고 A씨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A씨 측이 주장한 각 제품들이 식약처에 등록됐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제조회사들의 설명에 각 제품들이 의료기구 살균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언급이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은 점 등을 보면 해당 제품들을 사용한 것은 지침을 위반한 것이므로 각 처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단이 건강검진비용 전액을 환수한 것이 위반 내용에 비해 과중하다며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제조사들이 각 소독제품을 의료기구 소독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는 않았으나, 의료기구 소독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각 제품을 의료기구 소독용도로 사용한 것을 지도하거나 제재를 가한 사실이 없는 점을 지목했다. A씨가 속임수 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건보공단을 적극 기망한 의도가 없다고 본 것이다.

또 각 제품들이 소독지침에 요구하는 준위험기구에 대한 ‘높은 수준의 소독’기준에 부합하는 점도 인정했다. ‘높은 수준의 소독’에 사용되는 ‘과산화수소/과초산 혼합제품’의 혼합비율은 7.35%와 0.23%이다. 해당 제품들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시켰다. 그리고 환자들 역시 건강상 이상을 호소한 사례가 없었던 점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건강검진비용 전부를 환수하는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라며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탁검진비용 환수처분에 관해선 의료급여법 제23조 제1항이 시장·군수·구청장을 환수처분의 처분권자로 정하는 점을 들어 건보공단이 처분권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측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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