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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단독법은 보건의료체계 붕괴 초래···입법 결사 반대”
“간호단독법은 보건의료체계 붕괴 초래···입법 결사 반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4.1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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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등 보건의료단체 10곳, 여의도서 공동궐기대회 개최
이필수 의협회장 “의료질서 정면 위배···불필요한 갈등 조장”
세계의사회 “팀 기반 의료 와해될 것”···반대 의견 공식 표명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 10개 단체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이른바 ‘간호단독법’ 제정에 반대하며 법안 철회를 일제히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허물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인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다.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간호단독법 철회 촉구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를 열고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에만 이익이 되는 법안이 제정되면 의료체계가 붕괴돼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 자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의협을 비롯한 10개 단체 임원과 소속 회원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간호단독법이 제정될 경우 현행법상으로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간호사가 독립된 공간에서 단독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단초가 돼 결국 질 낮은 의료기관이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 공동대표인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간호단독법이 제정된다면 간호사의 업무가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가 아닌, 의사의 지도·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돼 간호사가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는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술이나 처치 중 간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의사는 그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며 “간호단독법 내 ‘무면허 간호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조항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환자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더라도 의사가 처치를 하게 된다면 ‘무면허 간호행위’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간호사의 처우와 복지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에만 이익이 되는 법안 제정의 불합리성과 불평등성은 물론,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해 국민들에게 온전히 피해를 입힐 것이 자명한 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의료법보다 간호단독법을 우선 적용하는 특별법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현행 의료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해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이 붕괴될 것임이 자명하다”며 “의료생태계의 파괴, 보건의료직역 간의 불필요한 갈등 조장 등 한국의료의 일대 혼란을 초래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간호단독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단독법은 ‘간호사의 직종의 이익만 앞세운 법안’인 만큼 신중한 토론을 거쳐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비대위 공동대표)도 “간호단독법은 제정취지, 추구방향, 주요내용, 수혜자 등 모든 면에서 보건의료 발전과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간호사 직종의 이익만 앞세운 ‘간호사단독법’”이라며 “지금까지 발의된 간호사단독법은 간호조무사를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고,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일자리마저 잃게 될 것”이라며 “간호법 제정 취지가 국민건강 증진과 더 나은 간호서비스 제공이라면,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간호법’ 제정은 각 보건의료단체가 신중하게 논의하고 토론한 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 회장은 “4월 임시국회에서 간호사단독법을 심의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간호조무사가 배제되고, 보건의료단체 간의 합의가 되지 않은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사단독법 제정을 강행한다면 83만 간호조무사들은 총궐기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달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장(비대위 공동대표)도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 등 10여개 관련 단체는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간호법 제정 반대 1인 시위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대한간호협회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잘못된 법안 제정으로 결국 보건의료계가 분열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는 보건의료계의 경고도 쏟아졌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와 관련한 모든 행위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함께’가 아닌 ‘나’만을 주장하고 남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홀로 안정을 욕망한다면, 협력과 상생의 정신은 쇠락하고 갈등과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보건의료계는 분열을 거듭하다 결국에는 산산조각 부서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박 의장은 “보건의료계의 갈등과 분열은 곧 국민 생명 위협과 직결되고, 사회 불안이 증폭돼 결국 보건의료계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아 외면당하고 말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보건의료체계 전체를 불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라. 만약 오늘 궐기대회를 무시하고 국회가 무리하게 법안 상정을 강행할 경우 10개 단체는 물론, 14만 의협 회원이 단일대오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장)도 “원팀으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다른 보건의료직역을 끝내 외면한 채 간호협회가 독단적으로 간호단독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간호단독법 저지에 나선 10개 단체와 소속 회원들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간호사만의 처우 개선이 아닌 보건의료인 모두의 처우 개선을 원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법안 제정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옥녀 전 간호조무사협회 회장도 “간호협회는 ‘간호인력 모두를 위한 간호법 제정’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을 보면 간호인력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간호조무사에게는 독소조항만 가득하다”며 “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협회와 함께 간호법에 대해 논의해야 함에도 단 한 차례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홍 전 회장은 “간호단독법 제정과 상관없이 간호조무사 발전을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과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간호인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간호조무사 발전을 위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간호단독법 제정은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세계의사회(WMA) 하이디 스텐스마이렌(Heidi Stensmyren) 회장이 의협에 보낸 영상메시지도 공개됐다.

하이디 스텐스마이렌 회장은 영상을 통해 “의사의 감독 없이 간호사가 필수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것 또는 간호조무사를 감독해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의 최선의 진료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기존의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WMA는 이 같은 법의 통과가 정당하지 않다는 의협 및 기타 보건의료단체의 견해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 김택우 공동위원장의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10개 단체는 결의문을 통해 간호협회는 직역 간 갈등을 초래하는 간호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과 다른 직역 보건의료인 앞에 머리숙여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에 간호법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고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정부에는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 개선을 비롯한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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