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특집] 당직날이면 심난함에 부담많지만···‘환자와의 약속은 지킨다’
[특집] 당직날이면 심난함에 부담많지만···‘환자와의 약속은 지킨다’
  •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 승인 2022.04.11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유행 2년···‘재택치료 의사’의 하루①] 서울시醫 재택치료 지원센터 당직실 풍경
쉰 넘은 나이에 퇴근 못하고 병원·당직실 오가지만
한밤중 다급한 환자 위기 넘기면 마음은 ‘뿌듯’

‘부르르르.’ 진료 중인데 전화기가 진동을 한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의 전화였다. “서울시청 측과 재택치료 협력 문제를 논의 중인데, 야간당직 문제 때문에 논의 진행이 어렵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지원센터 센터장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지원센터 센터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벌써 4개월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지체없이 “제가 365일 매일이라도 당직을 설 테니 해준다고 하세요. 그거 꼭 해야 합니다”라고 답을 했다. 주책없는 답변을 해 버린 것이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청의 재택치료 협력은 이렇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당직 문제가 해결되면서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2020년 1월 21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진단되면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2021년 여름을 지나 ‘위드 코로나’ 논의와 함께 재택치료 도입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를 도입하는 과정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새로 도입하는 제도였던 만큼 각종 문제점들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첨예한 부분은 당직 의료인의 선정과 당직 시 근무장소 문제였다. 서울시의사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전화진료가 가능하게 된 점을 부각시켜 당직 의료인이 전화로 진료할 수 있도록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센터형이나 그룹형의 당직 모델을 설정하고 서울형 재택치료가 진행됐다. 그러던 중 정부는 의사가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도 하였다. 보건복지부 공고에 따르면 3월 17일부터 4월 30일까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 확진자의 재택 비대면 진료를 해당 의사의 격리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되어 재택치료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재택치료 초기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자가격리 시 지급되는 재택치료 세트가 배송되지 않았다거나, 핸드폰에 환자용으로 설정되어야 하는 자가격리 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의 전화번호가 널리 알려지자 이번에는 ‘치매환자와 7일간 같이 자가격리를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 전화가 매일 새벽 걸려와 직원들과 당직자의 애를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택치료 당직실에는 중요한 전화도 계속 걸려 온다. ‘숨이 답답해진다’는 다급한 내용의 전화에 보건소와 119를 연결한 뒤 병실을 배정받아 치료해 준 사례도 있다. 가장 다급했던 내용은 재택치료 2일차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환자와의 통화였다.

가족들도 평소와 달리 환자가 명치 부위를 아파하자 발만 동동 굴렀다.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재택치료팀은 즉각 해당 환자를 관리하는 보건소 대응팀에 연락하여 119를 통해 응급실로 배정하였다. 다행히 환자에게 큰 이상은 없었고, 지금은 재택치료가 해제된 상태로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재택치료와 신속항원검사를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맡으면서 여러 가지 좋은 점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ㆍ관의 협력’이었고, 가장 큰 문제는 공직자들의 ‘경직된 사고 방식’이었다.

‘부르르르.’ 당직 중인데 이번에는 당직용 핸드폰이 진동을 한다. 외부에서 재택치료 환자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목이 따끔거리고 가슴이 답답한데 약을 먹어도 별로 효과가 없어요. 산소포화도가 96으로 나오는데, 약을 먹어도 증상 완화가 안 되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지체없이 “산소포화도 기계를 정확히 착용한 뒤 다시 한 번 측정해 보세요. 그리고 심호흡도 다시 한 다음, 약을 한 번 더 복용하고 1시간 정도 기다려 보세요. 이상 있으면 다시 전화주세요”라고 답을 했다. 이후 1시간 이상 지났지만 그 환자의 연락은 없었다. 

당직실 한 구석에서 선잠을 청하다가 새벽이 밝았다. 선잠을 자는 동안 짧은 꿈을 꾸었다. “제가 365일 매일이라도 당직을 설 테니 해준다고 하세요. 그거 꼭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온몸에 으스스한 기운이 퍼지고 찌뿌둥하다. 다시 병원으로 출근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당직날이 돌아오면 잠시 우울해진다. 쉰 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다. 야간 콜을 받기 위해 서울시의사회관으로 가야 한다. 당직을 하겠다고 자청한 것은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 급증 때문이었지만, 당직하면서 걸려오는 전화에 두통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불편한 잠자리에 요통도 늘었다. 여기에 당직의 부담감도 몰려온다. ‘부르르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